눈물 1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빛을 잃어도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건, 이 순간, 눈물의 불꽃이 찬란히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쑤퉁은 우리 내부에 언제나 빛나고 있는 등불이 있음을 확인해줬다. 오늘 밤, 눈물의 내부가 환하다.

<나, 제왕의 생애>가 아름답고 낭만적인 색채가 짙었다면, <눈물>은 비누가 흘린 다섯 가지 눈물의 맛처럼 우리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모든 색채를 갖고 있다. 내가 가장 놀란 것은 작가가 종잡을 수 없는 상상력의 말을 타고 천 리 길을 달리면서도 특유의 섬세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은 산해경을 떠올리게 하는 상상의 숲을 달려, 귀신과 인간이 갈라선 쓸쓸한 마을을 지나, 순수의 결정체인 눈물을 돈으로 착취하는 잔인한 자본주의의 허리를 꺾는다. 그러고도 말은 계속 달려, 결국 모래바람이 불고 장성이 흔들릴 때쯤엔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감동에 이르는데, 설화의 결말은 이미 났지만, 비누의 눈물은 여전히 그치지 않는다.

오래전, 나는 내가 도저히 닿을 수 없고, 만질 수 없었던 사랑 때문에 울었다.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무엇으로 나를 달랠 수 있었을까. 그때, 눈물은 눈으로 나오지 않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물기둥이 솟구쳤고, 우습지만, 그래서 나는 더 마음을 깨끗이 할 수 있었다. 또, 잠에서 깨고보니 두 눈이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던 경험이 있다. 다신 발을 담글 수 없는 아버지의 늪을 허우적거리다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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