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케치 아프리카
김충원 지음 / 진선북카페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프리카, 언젠가는 떠나보고 싶었으나 자유배낭 여행은 엄두가 안나서 그저 가끔 여행사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패키지 상품들을 알아보기만 하곤 했는데..오늘 도서관에 갔다가 눈에 띈 아프리카란 말 읽기 시작한 책.
결론부터 말하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더 많이 생기게 했고,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스케치를 덧붙여 간단히 설명해준 이 책 덕분에 내 눈 앞에 아프리카의 구석구석이 눈 앞에서 그려지는 듯 했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것은 자다가 막 깬 치타를 그린 그림 - 이 작가의 능력에....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던 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스케치만 대충 한 번 훑어보다 자연스레 책 속에 빠져 들었다. 조류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그 외의 동물들 중에서 지금 당장에라도 달려가 구경하고 싶었던 동물들만 간단히 메모해봤는데도 내 독서수첩 양면 한가득이다.
자존심이 가장 강한 야생마라서 사람이 유일하게 길들일 수 없다는 말인 얼룩말, '곡예사'라고 불릴 정도로 하늘에서 자유자재로 노닌다는 '붉은 부리매', 뿔이 가루로 만들어져 한국과 중국에 팔리기 때문에 멸종위기라는 코뿔소, 바람에 휘날리는 갈기가 일품이라는 자연 속에 살고 있는(인공 사파리 말고) 사자, 귀엽고 붙임성 좋은 하이랙스란 동물의 해바라기 하는 장면, 자동차도 가볍게 뛰어넘는다는 스프링복이라는 산양, 떼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장관인 월드비스트 떼의 이동(이동 중에 새끼를 낳으면 2-3분 후에 네 다리로 서고 함께 이동한다는 진기한 장면도 궁금)
이 동물들 뿐 아니라 작가가 아프리카에서 카메라 대신 스케치북을 들고 가서 스케치하면서 남들보다 더 오래도록 이러한 것들을 바라보며 느낀 그 많은 것들...
이를테면 보랏빛 하늘로 책 속에 채색된 은하수 가득한 밤하늘, 새를 바라보고 소리를 구별해보는 일, 웃자라 풀들 위로 랜드로버를 타고 달리면서 그 풀들이 스러지는 소리듣기, 킬리만자로의 눈(eye가 아니라 snow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분화구라는 응고롱고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담수호라는 빅토리아_
이런 점들 서술에만 그쳤다면 2% 부족한 느낌이었을 책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은 _ Save Africa from, AIDS란 구호를 떠올리며 어린 아프리카 아이들을 가여워하는 점(또한 아이들에게 마약을 먹여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사람을 향해 총을 쏘도록 부추기는 아프리카 내 전쟁국가들에 대한 비난), 스케치북을 들고 갔다가 식당에서 외국인들이 너도 나도 그것에 관심을 가지며 말을 걸어오자 "스케치북은 어떤 훌륭한 카메라에 비해 특별하고 가치있는 기록매체인 동시에,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 한 점, 유럽 고급 레스토랑에서 대부분 바로 수입해가버린다는 나일퍼치란 물고기를 직접 낚시질해 식당에 가서 요리해달라 부탁해서 먹었다고 한 점, 우연히 만난 무당 아줌마와의 에피소드(파리가 그득한 술을 건네자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말아버렸다는...그리고 계속 그 무당의 이야기에 감동을 하며 맞장구쳐주자 감동에 고무된 그녀가 격렬한 무당춤을 보여주었다는...그래놓고 스케치 하고 싶다고 하자 온갖 의상을 준비해서 입고 있다 곯아 떨어져 버렸다는 우스운 에피소드)
마지막으로 가장 좋았던, 기억하고 싶었던 문장.
"여행은 헤어질 날짜를 정해놓고 시작하는 연애와 같다."라며 아프리카를 떠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던 말.
아차, 나도 크로키배워보고 싶어졌다. 무척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