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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시오노 나나미.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는 부제(1권)로 더욱 유명한 열 다섯편의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인, 그녀.
어려서부터 영화를 많이 접하게 해주신 부모님 밑에서 자란 그녀답게_ 여자작가이기에 가능한 섬세한 여러가지 대사나 설정 등을 잘 포착해서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와 그 영화 내용이나 주제와 관련해서 쓴 글들을 모아놓은 글이다. 명대사로부터 감독에 대한 분석, 배우들과 관련된 일화까지도...물론 나와 살았던 세대가 달랐기에 내가 모르는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당장에라도 모든 영화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너무 잘 썼다.
사실 그녀의 책은 처음 접하는 건데. 감탄의 연속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말고는 일본인 작가가 쓴 책을 한 두권 읽어본 게 전부인 나는 그들이 쓴 소설들 스타일이 너무 비슷하고, 어쩔 때는 내 세계관(?-이렇게 말하면 너무 거창하고 사.고.방.식)과 맞지 않은 너무도 독특한 것들이라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그녀의 글은 다르다.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군더더기 없이 이런 훌륭한 글을 써낼 수 있다니...다른 글들은 어떨까... 정말 궁금해진다. 2월 학년말 방학 때는 로마인 시리즈를 싸매고, 그녀처럼 지도와 미술관련 서적 등등을 모조리 쌓아두고 독파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내 모습이 그려진다. 꼭 그러고 싶다.
그리고 올해 여름방학 때 프랑스만 찍고 동,북 유럽으로 넘어가고 싶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탈리아도 또 가보고 싶어질 거 같다. 이번에는 제.대.로....:::::
난 그녀가 추천한 여든 여덟 편의 작품 중 꼭 보고 싶은 서른 두 작품을 뽑았는데... 과연 다 구할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이다. 그리고 그녀가 쓴 글이어서 멋졌지, 왠지 영화는 조금 더 실망스러우면 어쩔까도 좀 걱정이긴 하다. 난 그녀만큼 느낄 수 있는 촉수가 발달되지 않은 탓에::: 아무튼 책을 덮으면서 나도 그녀의 "비디오 도서관'같은 'DVD도서관'을 조금씩 마련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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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3.
여자에 대해 늘 성공하는 남자의 무기는 외모도 아니고 풍부한 교양도 아니고 더욱이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도 아니며, 오로지 말 한 마디에 달려 있다는 것은 비단 나만의 독단적인 생각은 아닐 것이다.
p34.
남녀를 불문하고 약간의 불안을 내포한 대사는 아름답다. 그리고 상대에게 호소하는 힘도 강하다.
p35.
그러나 여자는 때로 무엇인가에 홀릴 필요가 있는 지도 모른다. 아주 가끔씩 찾아오는 달 밝은 밤만이라도.
p41.
실상이란 그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것이며, 허상이란 그 사람의 재능과 노력과 운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작품이 허상에 해당할 것이다.
p74.
1961년, 쿠퍼의 죽음을 보도하는 신문을 보고 그녀는 생각한다. 나는 이상하게도 긴장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때 어떤 목소리가 나를 향해 이렇게 속삭였다.
"훤칠하고 멋진 남자가 있어도 넌 이제 뒤돌아보지 않아도 돼. 얼굴을 보려고 가까이 다가설 필요도 없어. 그는 이제 거기에 없으니까. 자, 이제 너는 쉬어도 되는 거야."
p84.
그가 가르치고 싶었던 것은 하나의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는 다양한 접근 방법이 있으므로, 한 가지 측면만을 알고 만족해 버린다면 태만이나 다름없다는 진실이었다.
p87.
구속이 인간의 성장에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교과서 이외의 책이 존재하는 이유는 키팅 선색적인 것을 갈구하는 사람이 끊임없이 존재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p101.
정치란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며, 전쟁이란 피를 흘리는 정치이다.
p127.
사랑은 진정한 의미에서 사람을 성실하게 만든다. 입으로는 농담을 하면서도 눈은 그렇지 않다. 립스틱으로 거울에 쓴 이별의 말도 헤어지기 싫은 마음을 표현한 것일 뿐이다.
p133.
"나는 깜둥이, 당신은 누렁이."
p134.
차별을 없애는 유일한 길은 금기어나 차별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는 당당하게 정면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p138-p139.
그가 진정 화를 내는 것은 원자 폭탄을 정점으로 하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본의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말할 수 없이 큼에도 불구하고, 반세기라는 오랜 세월 동안 정면으로 대결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던 일본의 성인에 대해서이다.
p158.
보통 멋진 여자와 대단한 여자는 일치하지 않는 법인데, 그녀(마를렌 디트리히)에게서 우리는 완벽한 일치를 발견할 수 있다.
p165.
절세의 미남 크리스티앙에게는 '언어'가 없었다. 언어가 없다는 것은 머리도 가슴도 빈약하다는 말과 같다.
(그래!!! 얼굴만 보고 넘어가지 말자! 라고 생각한 나.ㅋ)
p166.
타인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말조차 걸 수 없는 애절한 처지가 시라노의 사랑의 언어에 애틋함을 더해준다.
p171.
때로는 모든 것을 잊고 꿈을 꾸는 시간이 필요하다.
p182.
개인주의자 에피큐리언은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할 입장에 있지 않은 사람이 불확실한 시대를 보람있게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삶의 한 형태였을 것이다.
(꺅! 이런 대단한 사고력의 근원은 어디일까 정말 궁금해진다.)
p183.
"유효하게 쓴 하루의 마지막에 기분 좋은 잠이 찾아오듯이, 유효하게 쓴 일생의 끝에는 기분 좋은 죽음이 찾아온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p185.
진정한 의미의 팬이라면 그가 쓴 글이라면 몽땅 읽고, 그 사람이 출연한 영화라면 모조리 볼 정도는 되야 한다.
p193.
"지금 경찰에 끌려가는 사람은 조이지, 결코 옛날의 피에르가 아니야."
p203.
인간은 두 종류가 있다. 바로 어떤 종류의 일을 태연하게 저지를 수 있는 인간과, 죽어도 할 수 없는 인간이다. 이 차이는 계급이나 교육정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연령의 차이도 아니고 남녀의 차이도 아니다. 그렇다면 스타일의 차이가 아닐까. 일본어로 말하자면 품격이 될 것이다.
p204.
품격도 파워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는 순간 그 사회는 자칼이나 하이에나의 손아귀에 떨어지고 만다.
p205.
육체적 쾌락을 느끼는 능력, 향기를 감지하는 능력, 옷자락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능력, 이 모든 것이 관능이다.
p206.
사랑하는 사람은 예민해진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그때까지 그냥 지나쳐 보았던 것들이 마치 오늘 처음 본 것처럼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러므로 사랑은 맹목적이면서도 어떤 정교한 안경이나 보청기도 따를 수 없는 예민한 존재로 우리를 탈바꿈 시킨다.
p210.
모든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관능이란, 쇠퇴해가는 민족에게만 신이 내려주는 우아한 죽음의 한 형식이다.
p211.
"모든 것을 털어놓는 관계라니 얼마나 멋져."
"당신과는 뭐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해."
p219.
나의 임무는 피고인들을 변호하는 일이지만, 나는 그것을 감성이나 자비에 호소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을 최고의 인간적 존엄성에 근거하여 변호할 생각입니다.
p221.
법률이란 것은 재판을 거듭함으로써 법조문을 넘어서는 하나의 법이 되는 것이다.
p223.
'승자가 패자를 법의 이름으로 재판하는 것이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 , '공익을 중시하는가, 인권을 존중하는가.' (와 관련하여 근본적 문제를 사색케 하는 영화로 그녀가 추천한 영화 "뉘른베르크 재판."
p249.
신데렐라 증후군은 전업주부가 걸리고 보디가드 증후군은 캐리어 우먼이 걸리는 병이다.
p262.
예술가만큼 시들어서는 안 되는 삶도 없다. 전하고 싶다, 보게 하고 싶다, 읽게 하고 싶다는 의욕만큼이나 상상력과 창조력을 지탱시켜주는 힘은 없다.
p279.
자신있는 여자, 기가 센 여자, 자신의 실력을 믿는 여자에 대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보다 더 훌륭한 무기가 어디 있을까. 이런 유의 여자들은 자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p288.
인생은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알'고 실현해 나가려는 것. 실현한 후에는 영화에서 '8월의 고래'를 기다리는 것처럼 하고 싶었지만 기분상으로도 시간상으로도 여유가 없어서 못한 일을 해보는 것.
(한 번쯤 자신만의 8월의 고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듯)
p295.
인간이 아무도 몰라준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과격해진다. 첨예화는 고독감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고독감 때문에 과격해진 인간은 다른 사람의 동정을 살 수는 있지만 존경 받을 수는 없다. 또 고립감이 과격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자신의 껍질 속에 숨어들면 타인의 경멸을 살 따름이다.
p298.
기억력이란 회의하지 않는 경우에만 잘 발휘될 것이다.
p315.
독서도 익숙해질 때까지는 힘들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재미가 붙는다. 스티븐 킹의 작품을 읽고, 영화와 책의 차이점을 알 정도가 되면, 당신은 멋진 독서가이다.
(난 스티븐 킹꺼는 잘 모르겠고 '오만과 편견'이나 '위대한 개츠비'를 책과 영화로 비교해볼 수는 있겠는데 그럼 나도 멋진 독서가?ㅋㅋㅋㅋ)
p318.
사회자본의 정비란 가지고 있는 힘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선(先) 투자.
p327.
천재 : 신이 사랑한 사람
수재 : 신이 사랑할 정도의 재능은 없지만, 천재의 재능을 알아채는 사람. 그래서 불행한 사람.
범재 : 수재의 재능은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천재의 재능까지는 모르는 사람. 그러므로 행복한 사람.
-'아마테우스'원작가 셰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