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 7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으로서 작가 심윤경의 장편으로서 처녀작임에도 문장이 잘 다듬어져 있어 마치 조정래나 박경리의 글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난독증을 앓고 있어 할머니나 부모님으로부터 구박만 받고 지내는 "동구"라는 주인공 아이의 시각으로 풀어낸 이 책은... 그 동안 공부를 못하는 부진아를 대해 온 나의 과거를 돌아보며 무척 부끄럽게 만들었고,,, 앞으로는 이 글 속의 "박선생님"을 떠올리며 나도 앞으로의 내 제자들에게 박선생님 같은 존재가 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글은 선생님과 제자 사이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무식하기 짝이 없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 그런 시어머니의 편만 드는 남편과 아내 사이의 갈등 사이에서 꽃처럼 마음이 여리고 착한 동구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풀어낸 이야기인데... (동구와 대조되는 동구의 "천재" 여동생도 등장한다. 이는 책 속에서 박 선생님과 동일시되기도..그리고 동구가 이 여동생을 아끼는 마음은 정말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감동을 선물해준다.) 어쩜 어른이 아이의 시각에서 이렇게 글을 잘 풀어 썼는지 실로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언젠가는 교단의 이야기를 한 편의 책으로 엮어 내고 싶은 나로서는 이 작가의 다른 글들도 모조리 읽어 보고 싶다는 충동이..)

어쩜 이리도 아이의 마음을 잘 묘사했을까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는 페이지를 다 접었다가는 책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서 두 쪽만 접어놓고 이 곳에 메모를 남기자면...

p100.

"선생님은 우리 반 친구들 중에 동구가 제일 좋아. 아니, 우리 학교에서 제일 좋아."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것이, 틀림없이 선생님이 잡고 있는 귀와 목덜미까지 새빨갛게 되었을 것 같았다. 내가 선생님을 위해 목숨말고 무엇을 더 바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동안 선생님은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동구한테 뭐 하나 부탁하고 싶은데 들어줄래?"
... 뭐 요런식으로 박선생님은 동구에게 나머지 공부를 제안한다.

p118-p119

"동구야, 잊지마. 네가 말을 할 수 있는 한, 너는 글씨를 읽고 쓸 수 있어. 지금 네 머릿속에 무언가 훼방꾼이 들어앉아 있는 건데, 그 녀석을 쫓아내기만 하면, 너는 후련하게 책을 읽고 글씨를 쓸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글씨가 있는 세상은, 참 놀라운 세상이란다."

...... (중략)

말을 할 수 있으면 글씨를 읽고 쓸 수 있다. 나는 이 말씀을 내 마음의 성경책 첫 쪽에 적었다. 

내가 교사라서 동구와 박 선생님 사이의 대화에서 인상 깊은 구절을 두 개 발췌한 거고,,,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신경전과 말싸움에서 나오는 구수한 육두문자(?)와 에피소드는 이보다 더 흥미롭게 잘 쓰인 것 같다.. 

여튼, 마지막 책 장을 덮으면서,,,

세상엔 이렇게 재밌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내가 읽어야할 책들이 무척이나 많은데 난 왜 독서를 기분 내킬 때만 하는 걸까 하고 반성 또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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