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부동산 경매
서현관 지음 / 다른상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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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부동산 경매] / 서현관 지음 / 다른상상(빛과 향기) 펴냄


세상에서 가장 쉬운 왕초보 경매 입문서라는 타이틀을 품은 책 한 권을 만났다.

경매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해 보지 않았는데 기회가 되어 '경매'란 무엇인지 입문하게 되었다.


 

 

 

서현관 작가님의 [난생처음 부동산 경매]는 7월 1일에 발간된 책으로 작가님께서 직접 연락을 주셔서 좋은 책을 수령하게 되었다.

직접 덕담을 써 주신 작가님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본인이 경매를 경험하면서 느낀 점과 필요한 부분을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다.



총 4장으로 나뉘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 경매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지, 경매란 무엇인가, 입찰부터 명도까지 어떤 절차로 이루어지는지, 직접 겪은 명도 상의 절차와 주변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처음 경매를 접하니 생소한 부분이 많다. 쉽게 설명을 한다고 해도 한 번 보아서는 '경매'를 다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앞서 나눈 경매에 관련된 내용을 일목요연하고 쉽게 체크를 해 놓았다. 활자가 길어지고 모르는 내용에 조금은 난해하다 싶어도 <한 줄 팩트 체크>를 통해 정리를 해 놓은 친절함이 있다.

책은 쉬워야지. 논문도 아니고 어려우면(필요에 의해 보거나, 대단한 관심이 있지 않다면) 어느새 책을 멀찌감치 밀어 놓을 수 있으니깐.

 

 

 

 

무엇보다도 여러 경매 관련 서적을 독파한 작가는 정보가 난무한 이 분야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제공하고 있다.

경매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체크해야 할 부분과 경매를 꼼꼼하게 준비하는 과정까지 직접 경험에 의해 풀어놓고 있다. 본인도 그러했듯이 '처음'이란 어려운 것이니 경매를 함에 있어 자신의 정보가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음이 드러난다.


평범한 대한민국 40대 중반의 직장인, 월급쟁이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의 중압감과 책임감으로 어느 날 저자는 '새로운 것'을 향한 열망으로 '부동산 경매'를 접했다. 경매에 대한 '무'를 '유'로 만들어 가는 과정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디 노력없이 얻어지는 결과가 있을까. 허황된 정보 속에서 알짜를 골라내는 것도 쉽지 않았을터, 경매에 관심을 두고 있는 다른 이들이 '알짜'를 얻어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쉬우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 하고자(프롤로그 발췌) 저자는 노하우를 쏟아냈다. 쏟아진 정보는 활자를 통해 독자에게 다다르고 그 정보를 이용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그에 따른 책임도 분명 독자의 몫이다. 이 책은 경매에 대해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는 경매를 통한 '열정'을 들여다보는 책이라 생각한다.


경매 용어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물건을 살피는 법과 투자를 위한 준비, 현장 조사 및 입찰과 낙찰, 명도에 따른 문제점과 해결책 등을 경험에 의해 설명한다. 본인이 직접 발로 뛰고 얻은 정보들이니 현장의 생생함이 묻어난다. 입찰 후의 상황들이 여러 사례를 통해 다가오니 그런 부분들은 명도자와 낙찰자의 '삶'이 들어가 있어 공감이 간다.

자신이 소중히 여겨온 삶의 터전이 어느 순간 낯선 이에게 양도되는, 그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이해하고 서로 합의하에 명도를 받는 상황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법에 의존하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가 복잡하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 때마다 다툼을 유발하기보다는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경매뿐만 아니라 공매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어느 분야에서 빛을 발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하다. 어설프게 덤벼들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마련이다. 경매의 허와 실을 이해하고 수익과 낙찰의 경계를 주시하며 본인의 선택에 따른 책임을 내포하고 있다. 필요에 의한 삶이 아니라 원하는 열정을 표출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 시대의 빠른 변화의 기로에 서서 익숙한 삶과의 결별은 곧 새로운 것과의 만남이며 설렘이라는 것을, '도전'의 열정을 사그러 트리지 않는 한 열망은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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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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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 다산책방 펴냄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소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And every morning the way home gets longer and longer)]는 여러 형태의 이별 중 기억과 추억으로부터 멀어지는 이별을 이야기한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 추억으로부터 한 발짝씩 멀어진다는 것은 삶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기나긴 여정으로부터 분리되는 느낌이다. 아버지와 아들, 그 아들로 이어진 기억은 오래된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가는 삶의 연장이다.


'치매'라는 치명적인 뇌의 오류는 테드의 아버지이자 노아의 할아버지인 '그'를 작은 공간에 머물게 하며 옛 추억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반복적인 생각 속에서 할아버지와 노아의 끈끈한 관계, 아버지와 아들(테드)의 공감을 되새긴다. 어린 손자의 손을 잡고 나누었던 일들이 언제인가 아들에게 베풀었던 사랑이었고, 또다시 손자에게 머무는 사랑이다. 반복되는 언어 속에 노아의 할아버지인 그의 인생이 있고, 테드의 아버지인 그의 삶이 머문다. 머리보다 육체가 먼저 떠난 부인의 언어가 그의 공간 속에서 속삭이고 육체보다 머리가 천천히 이별하는 그의 삶 범주에는 아들과 손자가 함께 있다.

"매일 아침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점점 길어질 거예요. 하지만 내가 당신을 사랑했던 이유는 당신의 머리가, 당신의 세상이 남들보다 넓었기 때문이에요. 그게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p100 본문 발췌)


그가 기억하는 노아는 어린 소년이었고, 어느새 청년이 되었으며,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함께 나눈 추억이 가득한 노아의 유년시절, 할아버지는 유유히 흐르는 강 위에 떠 있는 단단한 돛단배 같다. 어디든 미풍을 불어 떠날 수 있는 그의 머릿속은 한 편의 이야기로 엮어진다. 자꾸만 작아지는 추억의 공간은 그를 두렵게 만들지도 모른다. 자신의 언어가 낯선 울림으로 들릴 때 그는 더욱 크게 공간을 비집고 들어갈 것이다. 그런 그를 다독이고 손을 맞잡는 것은 테드와 노아이다.


"무서워할 것 없다. 노아노아"(본문 발췌)는 그가 자신에게 하는 말은 아닐까. 자신이 서 있는 공간에 대한 두려움, 자신을 향해 거리를 좁히는 공간을 향해, 자신을 위해 내뱉는 말이다. "무서워할 것 없다." 그의 현재는 바쁘게 살아간 세월에서 놓친 것을 느리게 돌리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이별하는 순간이 매시간 다가오고 있음을 아는 그는 더 많이 베풀지 못한 사랑에 미안해하고, 반평생을 함께 했던 떠나 간 사랑을 그리워하고, 더 오래 머물 수 없음을 눈물겨워하며 삶의 공간을 채우고 있다.

 

어린 노아가 인생의 의미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함께 할 수 있는 추억이 있어 그들은 날마다 새롭다. 날마다 같은 곳을 향해 걸음을 하고 같은 추억을 헤매더라도 그 공간 속에서는 그들은 날마다 새롭다. 조금 더 돌아오는 길이 길어질 뿐.

"할아버지랑 같이 길을 걸어드리면 되지. 같이 있어드리면 되지." (p151 본문 발췌) 함께 한다는 것은 거창한 계획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완벽한 삶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 길 위에서 손을 맞잡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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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컷 낭만 그림 : 여행 - 하루 30분, 그림으로 떠나는 여행, 수채화와 색연필화, 기초부터 차근차근 친절한 그림 수업! 1일 1컷 낭만 그림
이일선.조혜림 지음 / 그림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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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컷에 품는 낭만, 여행을 수채화와 색연필로 그려본다. 
파스텔톤 가득한 여행길에 설레고 그리움을 담은 낭만 책. [1일 1컷 낭만 그림]

 

 

 

 

많은 시간 투자하지 않아도, 하루 30분에 원하는 그림을 통해 여행을 떠나본다. 
연한 푸른색이 하늘을 담은 듯, 책의 속지도 꿈을 담은 것 같아 한 장씩 넘기는 손길에 기대감을 담는다. 

 

 

그림과 행복. 다른 이의 손을 통해 표현되는 아름다움에 넋을 잃어본 적이 있으니 그림과 행복은 참으로 잘 어울리는 짝이다. 

비록 잘 그리지 못해도 종이 한 귀퉁이에 작은 그림 하나를 그려내며 작은 만족감에 미소 지었으니 행복은 저절로 그림 위에 머문다. 

 

 

수채물감과 색연필로 표현된 이 그림책은 포근한 느낌이다. 아기자기한 연필선이 그러하고 그리움을 담은 색감이 그러하다. 강렬한 인상보다는 잔잔히 스며드는 포근함이다.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을 떠나고, 여행에 머무는 그 과정에서 만나는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작가들의 손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작가들이 보았던 눈길에 머물게 된다. 그곳의 풍경이 내 눈앞에 그려진 듯, 나도 따라 그려본다. 
그저 예쁜 그림들로 채워진 책이 아니라, 함께 그려볼 수 있도록 가이드가 마련되어 있다.

 

 

 

 

잘 그리지 못하면 어떤가. 표현의 방법은 다양하다. 

정형화되고 일률적이지 않게, 쉽게 따라오라며 다독여주는 문장들이 모여 마음을 채운다. 

 

 

 

색의 혼합, 수채물감과 색연필의 혼합에 대해 설명되어 있다. 사소한 부분까지도 잘 보여주니 그림에 자신이 없어도 이 책을 접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큰 나무가 있는 집> 

지난달 백일장에 다녀온 아들이 주변 풍경을 그리는데(워낙 그림에 솜씨가 없어서... ) 나무 한 그루 그리는데도 힘들었다고 한다. 그전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조금은 쉽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이제라도 만났으니 내년 백일장에선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풍경을 하얀 도화지에 색채 물감을 뿌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각 주제마다(각 그림마다)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표시되어 있다. 어떤 것은 색연필과 수채물감으로 어떤 것은 수채물감과 연필로 어떻게 그림을 그렸는지 나와 있다. 

그림에 있어 여백이 얼마큼 중요한지, 그림 사이마다 여백이 주는 형태를 표현하기도 한다. 

 

 

<마카롱이 들어있는 상자>

달콤한 마카롱 그림은 쌉쌀한 아메리카노와 잘 어울린다. 커피 한 잔 홀짝거리며 책 한 장씩 넘기니 어느새 커피도 책도 마지막을 넘겼다. 

 

 

 

 

<런던을 달리는 빨간색 이층버스>

각 그림마다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도록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밑그림부터 색칠까지 설명하고 있으니 클래스가 다른 친절한 [1일 1컷 낭만 그림] 

 

어릴 때부터 유럽에선 런던이 가보고 싶었다. 커다란 빅벤과 짙게 깔린 안갯속을 달리는 2층 버스. 

테러 등 국제적인 정세가 좋지 않아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있는 만큼 이 책에 담긴 런던의 풍경이 반갑다. 

 

 

 

<여행 흔적 가득한 예쁜 캐리어>

마지막 부록에는 책에 담겨 있는 전체 스케치 도안이 수록되어 있다. 먹지를 대고 선을 따라 그려볼 수 있다. 그림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작가의 그림체 그대로 그려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먹지에 따라 그리는 대신 나는 나만의 색을 입혀봤다. 작가는 수채물감으로 여행가방을 마무리했고, 나는 표현방식을 달리해서 색연필로 채워 넣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가방에 이것저것 고민하며 물품을 넣는 기분이다. 훌쩍 여권 챙기고 많지 않은 옷 가지 몇 벌을 챙겨 어느새 공항으로 떠나고 싶다. 

여행은 준비하지 않아도 충분히 설레이고. 여행은 자유이니 그 자유로움을 표현한 책 한 권이 간접적으로나마 여행에 나를 동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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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스트 박열
손승휘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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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스트 박열 / 손승휘 지음 / 책이있는마을 펴냄



 

2017년 6월은 박열을 만난 해이다. 철저하게 오만하였으되 자신의 잇속이 아닌 동료를 위해, 무차별적인 차별과 억압에 떠는 조선인을 향한 이채로운 눈빛으로 오만했던 '박열' 그리고 '가네코 후미코'. 손승휘 장편소설 [아나키스트 박열]은 사실을 놓고 인물 중심에서 풀어가는 소설이다. 역사적인 사건에서 일본을 향해 당당히 숨김없이 행보를 단행했던 두 인간의, 투지의 동료를 각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소설이다.


'사실'이란 얼마든지 왜곡되고 부풀려질 수 있는 것이기에 삶과 투쟁의 '진실'을 향해 -그들의 삶을 직접 본 것이 아니고 그들의 삶에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소설이란 형식을 빌려서 이렇듯 두 인간의 본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심히 감동스럽다. 이 소설을 접하기 전에 먼저 앞서서 '박열'의 법정 진술과 주변인들의 증언이 담긴 책을 보았기에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치열한 삶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두 권을 함께 본다면 더욱 두 인물의 됨됨이와 그들의 사상을(사회주의를 떠나 오로지 인간만을 향한)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총 3장으로 나뉘는데 1장은 '가네코 후미코'의 시선에서 박열과의 만남과 동지로서의 삶을, 2장은 조선인 학살이 빈번했던 시나노가와에서 홀로 밝혀내고자 했던 '박열'의 의지부터 그들의 투쟁이 이어지고, 3장은 일본에 의해 붙잡힌 그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변호사 '후세 다쓰지'의 입장에서 본다.

'우리처럼 우리에 대해서 알 수는 없지'(p17 본문 발췌), 화자인 '나'가 누구인지 알기도 전에 강렬하게 마음에 새겨진 한 줄, '우리처럼 우리에 대해 알 수는 없지'.

첫 페이지부터 두 세장 넘기며 화자인 '나'를 향해 독자인 '나'는 미소 지었다. 불온 청년 박열이 쓴 '개새끼'에 흠뻑 빠져든 '나'가 가네코 후미코임을 나는 간파했다. 그런 그녀가 박열을 만나기 위해 직접 찾아가고, 그와 남녀의 정 그 이상의 것을 나눌 수 있는 동지가 된다는 것은 그녀에게 뿌듯함과 먹먹함이 함께 존재했을 것이다.

그의 오만함을,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투철(透徹)하는 그의 정신을 가네코는 존경했다. 어릴 때 조선에서의 학대에 못 이겨 제발 떠 주길 바랐던 달을, 그러나 끝내 감추어진 채 그녀를 비추지 못했던 그 달은 박열을 통해 그녀에게 비추었다. 서로에게 태양의 불같음으로 한순간 사그라지는 것이 아니라 늘 은은하게 감싸고도는 달빛에 위안을 삼은 그들은 아닐까.


부지런히 삶을 꾸린 그들은 무엇이든 멈춤이 없었다. 어느 한순간도 세상을 향한 날 샌 비판을 감추지 않았고 육체의 고됨은 오히려 그들의 정신을 영롱하게 했다. 서로의 동반과 지지가 있었기에, 비록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을지라도 그들이 함께 했던 그 시절만큼은 열의로 세상을 살아갔다. 가네코 후미코의 무조건적인 헌신이 있었기에, 가네코를 여성으로 규정짓기보다 정신적 동반자로 이끈 박열이 있었기에 그들의 삶은 찬란하다.


그들의 중심에는 '개인의 자유'가 내포되어 있다. 사상적인 주의를 떠나(사회주의, 민주주의, 공산주의 등을 가를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인간, 개인의 자유'를 향한 염원이 그들을 움직였다. 그렇기에 일본 법정에서도 피고가 아닌 조선인으로서, 더 나아가서는 제국 주의와 억압을 강요하는 국가에 대항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당당히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불의에 호통을 치며 당당히 죽음을 원하는 그들.

목적이 뚜렷했기에 그들은 가는 길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죽음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환영한다. 잘못을 저질러서가 아닌 신념의 문제로 그들은 사형의 선고에도 '만세'를 불렀다. 일본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으며 반역이 아닌 싸움에서 졌기 때문이라는 박열의 한 마디는 '죽음'도 초월하게 한다. 그들은 일본 법정과 고문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라는 이름하에 타민족을 향한 무차별적인 박대와 학살에 모골이 송연해질 뿐이다. 인간의 광기가 어디까지 뻗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절, 그들은 올바르고 매서운 눈으로 일본 제국주의를 향해 호통을 내렸다.


"너희들이 내 육체야 죽일 수 있어도 내 머릿속 사상이야 어쩌겠는가?"(p236 본문 발췌), 박열의 단단하기 짝이 없는 의지는 제국주의에 편승해 왕정과 국가에 무릎을 꿇은 이들의 의지박약을 꾸짖었다. 가네코는 죽음을 선택했다. 활자를 사랑하고, 그에 기꺼이 중독되어 당시 어린 여성으로서 쉽지 않았던 '개인의 자유'의 염을 향한 그녀이기에 그 죽음이 못내 구슬프면서도 뜻을 이룬듯 하여 숙연해진다.  

제대로된 검안서도 없이 몰래 매장되어 젊은 아나키스트들이 그녀의 유골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였고, 정신적 동지를 잃은 박열을 분노케 했으며, 일본이라는 나라에 얽매이지 않은 정신으로 좌절을 끊어낸 그녀이기에 '나'는 기억할 것이다. 가네코 후미코, 박문자를. 22년 짧은 그녀의 생은 비로소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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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땅
지피 글.그림, 이현경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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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아들의 땅 / 지피 글. 그림 / 이현경 옮김 / 북레시피 펴냄

 

존재의 유무를 떠나 깃들여진 척박함, 깊고 깊은 심연에 빠진 인간의 내면을 올곧이 들여다 보기에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 인간이 가지는 심란함은 '통제'로 억압될 수 없고 무엇이 옳다고 '정의'될 수 없다.

 

그래픽 노블 [아들의 땅]은 흑백이 주는 강렬함이 그저 만화의 한 장르로 정의하기에는 마음 한 곳을 파고드는 '집요함'이 있다. 그것이 설령 인간의 추악함이든, 종국에는 인간이 다다라야 할 애민(愛憫)이든 [아들의 땅]이 주는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힘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종말, 거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것은 누구 하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생겨나는 불평등. 그 와중에도 군림하는 족속들.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에 '사랑'을 가르치기보다 '살아남는 법'을 독하게 습득해야 하는 '우리'.

 

그 우리에는 나의 가족이, 나의 이웃이 있다. 서로를 향한 불신으로 경계하면서도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을, 교류를 의지해야 함을 나타낸다. 종말의 시대에도 그들은 경계하고 의지하며 살아간다. 이 세계는 다양함이 존재한다. 당연시 여겼던 것들이 불필요해지고 불변이라는 것은 없음을, 어느 상황에서 어떤 방식이 드러날지 예측 불가하다. 알지 못했던 광경을 목도하고 '다름'을 인정하면서 두 아들은 성장한다.

 

아비의 가르침이 강압적이었다 할지라도, '사랑'보다 '생존'에 더 큰 의의를 두었다 할지라도 끊임없이 기록한 아비의 '책'은 '사랑'을 담고 있다. 아비의 죽음을 계기로 글을 읽지 못하는 아들들은 종말 이전에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찾아가 내용을 알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얽히는 '관계'는 복잡 미묘하다. 호수 너머의 삶은 죽음이 내포되어 있었으나 스스로 성장한 형제는 삶의 의미를 찾은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옭아매던 규칙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약한 자를 향해 손을 내밀고 그토록 알고 싶었던 아버지의 일기장에 깃든 '사랑'을 조금 맛보았으니 아들과 더불어 생존하는 이들은 이제 그 사랑에 스며들 것이다.

 

그래픽 노블이란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만화와 소설을 아우르는 장르로서 예술적 성향이 깊다. 칼라와 흑백의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아들의 땅]은 흑백으로 이루어진 그래픽 노블이다. 그래서 더욱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간결한 선이 주는 날카로움, 겹쳐진 선이 그려내는 풍성함. 묘사하는데 있어 선과 여백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불굴의 아들들, 그들에게 남겨진 땅은 절망을 벗어나 희망을 향해 손짓하는 '사랑'이다. 아비의 눈물로 쓴 기록은 '사랑'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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