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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땅
지피 글.그림, 이현경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5월
평점 :



서평 --------
아들의 땅 / 지피 글. 그림 / 이현경 옮김 / 북레시피
펴냄
존재의 유무를 떠나 깃들여진 척박함, 깊고 깊은 심연에 빠진
인간의 내면을 올곧이 들여다 보기에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 인간이 가지는 심란함은 '통제'로 억압될 수 없고 무엇이 옳다고 '정의'될 수
없다.
그래픽 노블 [아들의 땅]은 흑백이 주는 강렬함이 그저 만화의
한 장르로 정의하기에는 마음 한 곳을 파고드는 '집요함'이 있다. 그것이 설령 인간의 추악함이든, 종국에는 인간이 다다라야 할 애민(愛憫)이든 [아들의 땅]이 주는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힘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종말, 거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것은 누구 하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생겨나는 불평등. 그 와중에도 군림하는 족속들.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에
'사랑'을 가르치기보다 '살아남는 법'을 독하게 습득해야 하는 '우리'.
그 우리에는 나의 가족이, 나의 이웃이 있다. 서로를 향한
불신으로 경계하면서도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을, 교류를 의지해야 함을 나타낸다. 종말의 시대에도 그들은 경계하고
의지하며 살아간다. 이 세계는 다양함이 존재한다. 당연시 여겼던 것들이 불필요해지고 불변이라는 것은 없음을, 어느 상황에서 어떤 방식이 드러날지
예측 불가하다. 알지 못했던 광경을 목도하고 '다름'을 인정하면서 두 아들은 성장한다.
아비의 가르침이 강압적이었다 할지라도, '사랑'보다 '생존'에
더 큰 의의를 두었다 할지라도 끊임없이 기록한 아비의 '책'은 '사랑'을 담고 있다. 아비의 죽음을 계기로 글을 읽지 못하는 아들들은 종말
이전에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찾아가 내용을 알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얽히는 '관계'는 복잡 미묘하다. 호수 너머의 삶은 죽음이 내포되어
있었으나 스스로 성장한 형제는 삶의 의미를 찾은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옭아매던 규칙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약한 자를
향해 손을 내밀고 그토록 알고 싶었던 아버지의 일기장에 깃든 '사랑'을 조금 맛보았으니 아들과 더불어 생존하는 이들은 이제 그 사랑에 스며들
것이다.
그래픽 노블이란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만화와 소설을 아우르는 장르로서 예술적 성향이 깊다. 칼라와 흑백의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아들의 땅]은 흑백으로 이루어진 그래픽 노블이다. 그래서 더욱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간결한 선이 주는 날카로움,
겹쳐진 선이 그려내는 풍성함. 묘사하는데 있어 선과 여백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불굴의 아들들, 그들에게 남겨진 땅은 절망을 벗어나 희망을 향해 손짓하는 '사랑'이다. 아비의 눈물로 쓴 기록은
'사랑'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