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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 - 틀 너머의 이야기
한수희 지음 / 어라운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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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동안 기다려왔을지도 모를 책을 만났다. 국어로 쓰인 책 중에서도 유독 글 맛이 나는 책이 있는데, 그런 책을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문장들을 읽는 것만으로 이 글을 읽게 해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게 하는 책.

어쩜 글 한 편마다 나와 취향이 꼭 맞닿는 영화와 책들을 보거나 읽고 나에게 써준 편지를 읽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삶과 생각 속에 켜켜이 쌓은 심정들을 읽는 일.

오랜만에 정말 고마운 책을 만나고, 읽었다. 읽을 수 있게 해주어 고맙다, 는 답장을 보내고 싶게 만드는 글을 쓰는 심정은 어떨까. 궁금해졌던. 초가을의 좋은 독서 기록.

#조금긴추신을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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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도 있다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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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는 ‘수짱’ 시리즈 만화로 정말 익숙하면서도 늘 새로운 일상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작가였다. 그런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라니. 정말 정말 반가운 마음에 책을 읽었다.

책 마지막의 마스다 미리의 기록처럼, 정말 마스다 미리의 가장 가깝고 일상적인 삶과 생각들을 담아둔 책이라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면서 들은 느낌.

특히 마스다 미리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오사카에서 도쿄로 가서 지내게 된 일들, 자신의 일의 결과 방향에 대한 생각들, 일과 일상 그리고 쉼 사이의 균형을 잡아가는 모습들과 생각들이 담긴 부분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엄마, 가족, 이웃, 미용실에서 만난 사람, 친구, 피아노 학원 선생님, 다양한 장면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경험과 생각들을 잔잔히 담아둔 책이다.

어느 여유로운 날들에 천천히, 한 사람 마스다 미리의 일상과 생각을 따라가보는 대화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잔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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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 나를 잃지 않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심리 안내서
휘프 바위선 지음, 장혜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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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이 책은 참 섬세하고,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아주 전문적이고 탄탄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울증에 대한 오랜 임상적 경험과 사유를 지닌 임상심리학자가

이론과 실제 임상에서의 경험들을 토대로 아주 전문적인 지식들을 전해준다.

이런 전문적인 지식들은, 본인이나 가족이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들처럼 다가오는 것 같다.

우울증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알지 못 하기도 하고,

또 삶을 살아가다보면 겪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가 서술해놓은 가족들이 지켜야 하는 태도와 모습들이

어느 가족 안에서라도 그런 태도를 지키고 함께 한다면 좋을 것 같은 내용들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마치 우울증 예방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저자는 전문적인 지식 뿐 아니라,

정말 고마울 정도로 우울증을 경험하는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문학, 글, 사료들을 활용해 독자들을 따뜻하게 이해시키고 그 마음을 더 헤아릴 수 있게 한다.


정말 오랜만에 아주 전문적이고, 따뜻하면서, 그 내용이 탄탄해서 너무도 재미있는.

그런 책을 만나게 된 것 같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면서 꼭 읽어볼 책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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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시간 - 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
토마스 기르스트 지음, 이덕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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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 속에서, 시간을 쓰며 산다. 시간 안에 머무르는 느낌은 일을 하고, 일 외의 수많은 과업들을 수행하는 존재가 되면서 조금씩 옅어진다. 책 <세상의 모든 시간>을 처음 알고, 책을 펼치기 전 어렴풋하게 고민하고 있던 지점과 닿아있는 것 같아 기대를 품고 책을 열었다. 시간에 머무르고, 그 시간 속에서 스며드는 기분은 조금도 느낄 수 없고 시간에 쫓겨 일하고 "바쁘다"고 말하는 게 쓸모 있는 인생을 사는 것처럼 여기는 시간들이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무언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바람 가운데 있는 스스로에게 재촉만을 하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그렇게 만난 <세상의 모든 시간>을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으면서, 각자의 인생 속에서 자기 나름의 시간을 보내며 무언가를 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나에겐 '프루스트'의 기록의 시간이 가장 깊이 남는다. 그렇게 평소에 어렴풋이 들었던 예술가, 혹은 누군가의 놀라운 업적이나 오래도록 지켜져온 무언가의 뒤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담은 책.


그 사람들의 시간을 찾아서, <세상의 모든 시간> 이후 나의 시간을 지내고 그 시간 속에 기꺼이 머물고, 급하지 않은 시간을 천천히 들여 내 바람 속에 있는 그것을 만들어내리라고, 자그마한 용기를 가져본다.


#세상의모든시간 #시간의힘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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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위하여
정혜신.진은영 지음 / 창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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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빛 같기도 하고 바람 같기도 한 것인데,'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창비)>, 정혜신, 진은영

 

    우리에겐 익숙한 단어의 조합이 있다. '개인사에서의 트라우마', '사회와 민주주의', '실증적인 치료', '선한 의도의 치유는 선한 것'. 그런데 여기 이 책은 부제에서부터 익숙찮은 단어의 조합이 자리해 있다. '사회적 트라우마' 그리고 그것의 '치유를 위하여'.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창비)>는 2008년 무렵부터 고문피해자를 위한 고문치유모임의 집단상담을 시작으로,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 그리고 이제는 1년이란 시간을 지나온 세월호 참사 이후에 생겨난 한국 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트라우마를 다루고 직접적인 실천을 해온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사회, 마음, 트라우마, 치유에 대한 생각들을 촘촘하게 들을 수 있는 대담형 책이다. 이 대담은 시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접점을 깊이 바라보는 진은영 시인과 함께 이루어졌다.

   세월호 참사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 우리는 '유가족'이라는 한 마디로 간결하게 그 생각을 끝마칠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살펴본 이른바 '연결된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와 유가족, 실종자 가족, 생존자(학생)와 그 가족, 학생이 아닌 일반인 생존자·실종자·가족, 단원고 교사와 학생들, 안산의 시민들까지 너무도 세세한 스펙트럼으로 나눌 수 있는 '그들'이었다. 또한 같은 참사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가족인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간에도 또 다른 감정과 생각지 못했던 감정적 역동이 있었고, 다양하게 구분되는 그것에 따라 들어야 할 이야기도, 함께 나눠야 할 대화들도 다른 것처럼 여겨졌다. 이와 같이 세분화된 아픔, 슬픔, 트라우마를 간과하지 않고 치열하게 구분해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 분들과 함께하는 정혜신 전문의의 마음결을 따라가다 보면, 세월호 참사 후의 다양한 개별적, 사회적 접근을 쉽게 결정하고 아무렇게나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 '쉬울 수 없음'은 세월호 참사의 직간접적 트라우마 피해의 다양성보다도, 그 총체적인 아픔의 깊이와 비현실적일 정도로 큰 슬픔으로 인한 것임을 정혜신 전문의는 피해자와의 대화와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 날 이후>

'아빠 미안

2킬로그램 조금 넘게,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

스무살도 못 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

엄마 미안

밤에 학원 갈 때 핸드폰 충전 안해놓고 걱정시켜 미안

이번에 배에서 돌아올 때도 일주일이나 연락 못해서 미안

할머니, 지나간 세월의 눈물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해서 미안

할머니랑 함께 부침개를 부치며

나의 삶이 노릇노릇 따듯하고 부드럽게 익어가는 걸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

(후략)'

(예은이가 불러주고 진은영 시인이 받아적다)

/

204~209쪽

   이 시는, 정혜신 전문의가 안산에 와 배우자인 이명수 심리기획자와 함께 만든 치유센터 '이웃'에서 희생 학생의 생일날에 가족들과 함께 모여 보내는 시간 중 단원고 2학년 3반 학생이었던 예은이의 생일 날에 흘렀던 시이다. 현재 시인들이 희생 학생 유가족이 함께 하길 원할 시, 희생 학생의 목소리를 빌려 시로 써 가족들과 함께 별이 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처럼, 안산의 치유센터 '이웃'은 집밥, 시, 예술, 마사지, 마음껏 울기, ... 그 어떤 치료센터에서 보이는 것과는 다른 풍경들이 있다. 거기에는 이 책에서 정혜신 전문의와 진은영 시인의 대담 속에서 발견되는 '마음'의 어떠함에 대한 견고하고도 부드러운 생각에서 나오는 접근들이었다.

   책에서 '마음'이란 사람이 갖고 있는 것이고, 그 마음은 아픈 것들로 자주 부딪히며, 그러나 또 각자의 사람은 그 마음에 각자의 '온전성'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사회적 트라우마라는 것이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사건, 피해를 통해 생겨난 개인과 사회의 마음에 새겨진 트라우마라 설명할 수 있다면, 이에 대한 접근 역시 개인적이고 또 사회적이며 매우 체계적이면서도 또한 아주 부드러운 예술 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그리고 책 속의 대담을 통해 던져지는 몇 개의 질문들 중 우리에게 가장 와닿는 것들 중 하나는, '왜 우리 사회는 서로의 마음을 치유해줄 수 없는가', '사회와 국가적인 사건의 피해와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왜 사회와 그 속의 다른 개인들은 헤아리고 함께 해줄 수 없는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단한 이론이나 거대한 설명이 아닌, 그저 '나의 마음을 헤아림 받아본 경험의 부재'에서 정혜신 전문의는 찾고 있다. 치유 받는 순간은 다름아닌 '마음이 휘청'하는 순간이라고. 그러한 순간이 현재 사회적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그들'로 두드러지는 사람들뿐 아니라 오늘 우리 사회 모두에 필요한 것이라는 믿음이 정혜신 전문의의 계속되는 활동의 구체적인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의 끝 무렵, 정혜신 전문의와 사회적 트라우마와 치유, 마음, 슬픔, 사회,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진은영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마음은 빛 같기도 하고 바람 같기도 한 것인데 그것을 딱딱한 나무막대기처럼 다루는 천편일률적인...(후략, 276쪽)'.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그리고 우리는, 현재의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빛 같기도 하고 바람 같기도 한 내 앞의 사람의 마음에 숫자와 단단한 막대를 가져다 대오기만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케 된다. 스스로의 마음조차 빛과 바람 같은 줄도 모른 채, 그렇게 단단하게만 여긴 스스로의 마음을 내 앞의 사람의 마음에 가져다 댄 건 아니었는지.

   세월호 참사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프고 슬프다. 아프고 슬프다가도, 너무도 비현실적이어서 그것 조차 잊게 되는 것도 같다. 그 아픔과 슬픔이 치유되기가 참 어렵다는 걸 지난 일 년간 우리는 쳐다보았다. 그 아픔과 슬픔이 충분히 건강하게 아파하고 슬퍼하기도 힘들었던 이 땅을 어쩌면 무위로써 꾸려왔다는 사실을 쳐다본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슬픔을 조금도 축소시키지 않는다는 선에서, 지금 우리가 사는 여기 역시 그 참사와 다를 바 없이 자꾸만 비현실적일 정도로 슬프고 아프다. 그리고 그 아픔과 슬픔 역시 마음껏 아프고 슬퍼했다가, 누군가로부터, 어딘가에서부터 치유 받을 길을 몰라 멈추어 있다.

   마음은 빛 같기도 하고 바람 같기도 한 것이다. 서로의 마음이 그러한 것을 이 책을 통해 세세하게 알아, 그 앎 이후에 삶의 장면 장면들로 촘촘히 깨달았으면 한다. 그래서 빛 같기도, 바람 같기도 한 각자의 마음이 누군가의 마음에 고마운 빛이자 선선하고 따뜻한 바람으로 비추고 불어갈 수 있다면.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는 우리가 오늘 어찌할 수 없는 아픔과 슬픔을 머금고, 내 마음에 바람이자 빛으로 불어오고 비춰온 종이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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