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욥, 까닭을 묻다 -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서 만난 하나님
김기현 지음 / 두란노 / 2022년 2월
평점 :
내 인생에 쥐어진, 하나님의 대본
1. 캐스팅: 각본 없는 듯, 이해하기 힘든 하나님의 대본
1) 대본을 읽어라!
각본을 썼다 하자! 연기자들에게 대본을 보내고, 내가 캐스팅 디렉터라면? 이 영화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얼마만큼 이해했는가? 진짜 그 캐릭터가 되어 있는가로 판가름할 것이다. 이처럼 드라마 각본이 쓰여지면 감독이 각본의 대상의 이미지와 비슷한 연기자에게 대본을 보내게 된다. 그 이야기에 대해서 연기자들이 얼마나 그 캐릭터를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하기 위해서다.
요즘 눈에 띄는 연기자가 있다. 배우 '남궁민'이다. 그의 연기가 예사롭지 않다. 요즘 핫한 드라마 '연인'의 주인공 '이장혁'이 될 만하다. 그의 대본을 인터넷 상에서 본 적이 있는데, 수많은 밑줄과 메모들, 호흡과 감정선 하나하나 세세하게 적혀 있다. 마치 요술을 부리듯 찐 주인공이 된다. '남궁민'이 '이장혁'이고, '이장혁'이 남궁민이다. 연기파 배우라 불릴 만 하다.
우리의 모든 인생을 캐스팅하시는 하나님. 우린 각자 선택한 배역으로 살아간다. 주인공이든, 조연, 악역이든, 어떤 배역이든 자신이 주인공이다. 내가 욥이고, 내가 세 친구이며, 내가 사탄이고, 내가 욥의 아내이다. 하지만, 이 까닭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인생에 역할 가운데, 과연 나는 하나님이 주신 이야기. 그 대본이 손에 쥐어진 사실을? 또한 손에 쥐어진 그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는가?
‘욥, 까닭을 묻다’ 저자 김기현은 그저 주인공으로만 살아가던 내 인생에 쥐어진, 하나님의 대본을 펼쳐보였다. ‘고난 받지 않은 자가 고난받는 자의 언어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치 대본을 이해하지 못한 연기자처럼, 주인공의 ‘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세 친구가 내가 되었다. 나와 엮인 모두가‘나’라는 사실을 눈뜨게 했고, 대본을 주신 그 하나님의 이야기 속에 연기할 것인가? 살 것인가?를 선택하게 했다. ‘욥, 까닭을 묻다’ 남궁민의 대본처럼 저자 김기현이 욥기에서 말하고자하는 하나님의 대본에 저자가 그려 넣은 밑줄, 메모와 감정선(묵상)과 호흡(기도)의 흔적이 보인다. 내 손에 쥐어진 ‘욥, 까닭을 묻다’가 나를 울린다. 욥이 그를 울린 것처럼.
‘욥, 까닭을 묻다’는 욥기 1-42장까지 4부로 나눠진 저자 김기현의 에세이이며, 묵상집이다. 1부는 ‘욥, 하늘 향해 탄식하다.’ 누가 욥이고, 누가 그 대본을 쥐고 있으며, 각본 없는 드라마 속에서 누가 주인공이 될 것인가 묻는 듯하다. 2부는 ‘욥, 하나님께 묻고 따지다.’ 욥기 4-12장 부분으로 욥과 친구들의 대화 속에서 독자에게 세 친구의 한 명이 되게도, 욥이 되게도 하며, 각본 없어 보이는 하나님의 침묵에 질문을 던진다. 3부에서는 ‘욥, 하나님을 기다리다’는 결국 성난 파도를 넘어서 있을 잔잔한 은혜의 파도를 기다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4부에서는 모든 고난받는 욥에게 하나님을 신뢰하고 기다릴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2) 파도와 같은 인생의 대사
파도가 그렇다. 쉴 새 없이 다양하게 몰아친다. 소라껍데기처럼 잔잔하게 귀로 울려퍼지기도 하고, 때로는 모든 인생을 집어 삼킬 성난 파도처럼 몰아친다. 우리의 인생과 같다. 항상 잔잔하기만 하겠는가? 욥에게 닥쳐온 이해할 수도 없고, 까닭 없이 몰아치는 성난 파도! 그것도 단 하루만에 쉴 새 없이 몰아친다. 욥 뿐이랴?
만약 당신의 인생에 지금 까닭 없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파도, 각본 없는 대본에서 허우적되고 있다면, ‘욥, 까닭을 묻다’를 읽을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 묵상이라 하기에는, 그 어떤 주석보다도 이해하기 쉽고 깊은 울림을 준다. 깊은 바다의 깊이의 무게를 가볍게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무게를 깊이 헤메이고 다녔기에 가능하다. 저자가 욥기의 깊은 바다를 마구 헤험친 흔적이다.
성난 파도도 쉽게 타고 넘어서는 프로 서핑 선수가 있다. 저자 김기현이다. 그의 글을 파도라고 본다면, 아주 거센 파도이다. 새롭고, 놀랍고, 날카롭고 높다. 그의 묵상은 그 글 위에서 마음껏 서핑한다. 감히 발칙하리 만큼 그의 놀라운 통찰은 거친 파도를 잠재운다. 내 마음 깊은 까닭 없는 파도까지 잠재운다.
욥은 이 시대의 대리자이다. '욥, 까닭을 묻다'에서 말한다. 인생의 경계를 봐라! 어지러이 흐르는 강의 끝자락, 파도와 난류에 소용돌이 치며 빨려들어가며 무너져내린 경계. 허우적대다가 죽겠는가? 빠져나오겠는가? 하나님의 대본에서 경계가 없는 사람, 고난의 성난 파도라도, 변함없이 인생에 항해자에 몸을 맡긴 자! 욥의 이야기, 욥이 예수이다. 예수가 욥이다. 나는 누구인가? 깊은 파도 속에 고뇌하게 한다.
2. 선택: 고난도 주어진 내 대본
1) 나도 주인공
나도 주인공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렇게 부르셨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각본은 잘 짜여진 듯 하나, 파도처럼 어렵다. 필자가 말한 성난 파도도 몰아칠 것이다. 자주 일 수도 있고, 욥에게 몰아친 것처럼 한꺼번에 몰아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강조한다! 항상 성난 파도만 있겠는가? 우리에게 분명한 해피엔딩이 있다. 욥의 이야기가 그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그 소망이 있기에 우리는 어떤 파도도 안심하고 건너야 한다.
때론 이 각본 없이 흘러가는 전개를 내 인생의 감독하신 하나님께 따져 보지는 않겠는가? 욥처럼 말이다. 믿음으로 잘산다, 열심히 산다 하지만 고통과 외로움과 슬픔이 없지 않다. 세 친구처럼 까닭없는 이유를 까닭있게 정죄하니 이게 나고, 까닭없는 고통에 울고 있으니 나도 욥이다. 한 번만이라도 허우적거려 보지 않겠는가? ‘나도 주인공이다’ 믿고 말이다.
2) 너도 주인공
“왜 나만 겪는 고난이냐고 불평하지 마세요. 고난의 뒤편에 있는 주님이 주실 축복을 미리 보면서 감사하세요. 너무 견디기 힘든 지금 이 순간에도 주님이 일하고 계시잖아요. 남들은 지쳐 앉아 있을지라도 당신만은 일어서세요.” 예전에 즐겨 부르고 좋아했던 ‘다윗과 요나단’의 찬양의 가사이다. 이 노래의가사처럼 나만의 고통이 아니다. 내 고난이고, 남의 고난이다.
모두의 고난으로 보라! 저자 김기현은 말한다. “욥기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또 한 명의 욥이고, 욥들이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만나 각자가 다른 종류의 각본의 파도를 똑같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서핑보드를 타야하는 또 다른 욥이고, 주인공이다.
3. 촬영(결론): 연기할 것인가? 살아갈 것인가?
남궁민 이야기로 잠깐 돌아가서 그가 왜 국민배우, 연기파 배우라 하는가? 진짜 주인공처럼 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가 대본의 파도의 흐름을 잘 읽어내고 파도를 타듯 연습하고 훈련하고, 남궁민이 아닌 진짜 그 역할의 캐릭터가 되어 촬영하기 때문이다. 그의 연기가 화면속에서 파도탄다.
진작에 우리의 인생의 촬영은 시작되었다. 그 각본은 천지를 창조하실 때부터 짜여졌을 것이다. 그러나 연기자와 같지 않게, 하나님의 각본에 나를 주인공 삼으셨다. 내가 욥이 되느냐, 세 친구가 되느냐, 사탄이 되느냐, 또한 이때 연기할 것인가! 살 것인가! 나의 선택이 중요하다. 저자는 고난의 현실을 욥의 고난과 연결하여, 연기하지 말고 살아가라 소리치는 듯 하다. 저자에게 닥친 고난의 파도를 깊은 바다 속과 같은 ‘욥기’와 씨름한 결과일 것이다.
저자가 말한 ‘까닭 없는 믿음’ 하나님께서 그 각본 없는 이야기의 대본을 손에 쥐어주며, ‘어떤 조건이나 보상 없이도, 때로는 고난을 당할 때라도 하나님을 변함없이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들을 던진다.
내 손에 쥐어진 대본을 본다. 영화의 장르만큼 파도의 높이를, 그 종류를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만큼이나 우리는 하나님의 대본을 모두 헤아릴 수 없다. 하지만 내 인생의 제작자이신 하나님, 그가 펼쳐 놓으시고 만드신 이야기를 다시 '욥기'를 통해서 바라본다. 그 속에 슬픈 멜로와 드라마, 때로는 액션과도 같이 복잡하고 놀라운 세계를 경험한다. 그 이야기 속 성난파도(고난)가 있을지라도, 신뢰할 수 있는 하나님의 ‘은혜의 보드’를 타고 넘어야 할 것이다. 나도 주인공이고, 나도 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