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신유희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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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47년, 네스호가 있는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던 로드니 라힘은 어머니가 죽자 마을 주민들에 의해 몬트로즈 왕립 정신병원에 격리된다. 마을 주민들은 로드니 라힘이 동물을 학대하고 엿보기를 즐기는 등 살인음락증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객관적인 시각에서 엄밀히 따지면, 로드니 라힘이 폐쇄병동에 격리될 정도로 정신병이 심각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어쨌든 로드니 라힘은 서른 다섯에 병원을 나와 사회에 복귀했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요리사 자리를 얻어 생계를 꾸려갔다. 그러다 마흔 여덟에 큰 변화가 온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점과 선으로 이뤄진 그림들이었다. 그 그림들이 모두 모였을 때 사람들은 놀라고 말았다. 그 그림들은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에 있는 성을 그대로 복사한 듯 정밀하게 그려졌던 것이다.


로드니 라힘의 어머니는 몸을 팔아 생계를 꾸려갔고, 아들은 어머니가 돈을 벌 때 지하로 가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머니는 외모가 아름다웠기 때문에 마을 남자들이 자연 꼬여들었고, 마을 여자들은 로드니 라힘의 어머니에게 악감정을 품게 된다. 어느 날, 로드니 라힘의 어머니가 지하실에서 목을 멘 채 발견된다.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로 처리하지만, 어느 어머니가 자식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가서 목을 멘단 말인가?


시간이 흐른 뒤, 로드니 라힘의 어머니에게 해꼬지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인들이 하나 둘 살해되기 시작한다. 그들의 시신은 조각조각 찢겨진 채 발견된다. 머리가 개의 몸통에 붙어 있거나, 탑에 꽂혀 있는 등 엽기적인 형태로 발견되는데 어딘지 구약성서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었다. 계속되는 살인과, 살인을 이미 경험한 듯한 수기. 그리고 미타라이 기요시 교수의 개입. 과연 범인은 어머니의 복수를 하고자 마을에 다시 돌아온 로드니 라힘일까? 하지만 살인을 이미 모조리 경험한 듯한 그 수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시마다 소지는 1980년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데뷔하며 사회파로 기울어진 일본 추리소설계에 신본격의 부활을 알린 작가다. 후배들의 양성과 발굴에도 힘 쓴 덕에 신본격의 흐름은 아야츠지 유키토, 아비코 타케마루, 우타노 쇼고, 노리즈키 린타로 등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작가는 기이하고 괴기스러운 살인사건을 제시하며 독자의 호기심을 휘어잡는 데 매우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반면, 신본격의 거두임에도 불구하고 수수께끼 풀이는 기교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타라이 기요시가 등장하는 소설은 '사실은 이랬다' 식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아 실망하는 독자들도 꽤 있다.


<마신유희>의 범인은 누군지 알아맞추기가 매우 쉽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프롤로그에서 언급되었는데, 주된 줄거리에서는 전혀 언급이 되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가 범인이 아니고 누구겠는가? 수수께끼 풀이를 중요시 하는 미스터리에서 이런 구성은 열에 아홉 독자와 정당한 게임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꼼수이다.

 

한편 미타라이 기요시는 소설 속에서 거듭 변신을 거듭하는데, <점성술 살인사건>에서 점성술사로 등장한 기요시가 2002년에 쓰여진 이 소설에서는 스웨덴 중동부에 있는 웁살라 대학의 뇌과학 교수로 설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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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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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고속도로터미널 화장실에서 소녀가 아이를 낳는다. 누군가 소녀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를 하자 곧 구급차가 오고 소녀가 실려간다. 난리통에 아이는 돼지엄마에게 건네진다. 돼지엄마는 아이에게 제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아들처럼 키운다.

돼지엄마와 제이가 세들어 사는 집의 주인은 형사였다. 형사에게는 제이와 동갑인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이 동규였다. 동규는 선택적 함구증을 앓아서 말을 못했다. 동규와 제이는 함께 놀았는데, 동규가 말을 못하는 것에 대해 제이는 별로 불편해하지 않았다. 어떨 땐 제이가 동규의 심중을 미리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었다. 둘은 돼지엄마가 주방을 맡아보는 룸싸롱 창고 따위를 놀이터 삼아 나름대로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낸다.

사학년 때 동규는 갑자기 말을 하게 되고, 일반학교로 전학을 간다. 그런 뒤 둘 사이는 조금씩 벌어진다. 중학교에 들어가고, 동규가 이사간 뒤에 둘 사이는 더 서먹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이 제이의 집에 가보라고 한다. 제이가 학교를 계속 빠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가 사는 동네에 가보니, 그곳은 재개발 때문에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돼지엄마는 뽕에 취해 집을 나가버렸고, 제이만 홀로 남아 남이 버린 음식을 주워먹으며 연명하고 있었다. 제이는 거울 두 개를 마주보게 세워놓고 악마를 잡기 위해 애를 쓴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이는 동규의 뒤를 밟은 사회복지사 등에게 잡혀 대전 논산의 보육시설로 끌려간다.


2장


제이가 수용된 보육시설의 뒷편에는 개사육장과 버섯농장이 있었다. 티켓다방의 아가씨가 두 곳을 오가며 몸과 커피를 팔았다. 그러므로 둘은 동서지간이었겠지만, 사이가 나빴다.

어느 날, 개사육장쪽에 큰 불이 난다. 개들이 천지사방으로 흩어졌고, 개장수는 불길을 빠져나오다 차에 치인다. 불이 잦아든 뒤, 버섯농장에서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버섯농장 주인은 온몸이 난자당한 채였고, 티켓다방 아가씨는 교살당한 것 같았다.

개장수들이 도망친 개를 잡아가기 위해 트럭을 몰고 나타난다. 제이는 트럭 타이어를 모조리 펑크낸다. 성난 개장수들에게 잡혀 온 제이는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해서 설파한다. 하지만 그 주장은 아직 체계화 되지 못했기에 한계가 있었다. 

얼마 뒤 제이는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간다. 처음엔 대학로 부근을 얼쩡거렸다. 거기서 아버지가 영화감독인 목란을 만난다. 목란은 제이에게 호감을 느낀다.

목란과 헤어진 제이는 PC방에서 만난 질나쁜 아이들과 어울리게 된다. 그리고 가출한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 여자아이들이 몸을 팔아 푼돈을 벌어오면 그 돈으로 술을 사다 마신 뒤 밤에는 되는대로 짝을 지어 난교를 벌이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제이는 그곳에서 총각딱지를 뗀 뒤 다른 애 하나를 맥주병으로 작살낸 후 독립한다.


3장


제이가 동규의 전화기로 목란에게 전화를 건 것이 인연이 되어 셋이 어울리게 된다. 그 당시 제이는 남이 버린 책들을 읽고, 생쌀을 씹어 주린 배를 채움으로써 음식에 대한 집착에서 해방되었으며, 키가 훌쩍 커서 어른처럼 보였다. 제이는 자신의 영혼이 다른 물체에 스며드는 경험을 한다고 뇌까렸는데 어찌보면 정말 그런 것처럼 보였다. 제이는 숫자에 의미부여를 하여 자신의 행동준칙을 정하는 등 일면 신비로운 면도 보였다.

동규가 새엄마와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끼다 가출한 뒤 셋은 원효대교 아래 폭주족 무리와 어울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이는 오토바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무리를 이끌게 된다. 목란의 전 남자친구 태주 역시 큰 무리를 이끌고 있었지만 둘 사이의 경쟁관계는 형성되지 못한다. 제이가 워낙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태도로 아이들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목란과 동규는 제이에게 열광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어정쩡한 위치가 되고 만다. 제이와 가장 친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둘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만, 그들과 제이 사이에는 간극이 너무 넓었기 때문이다. 동규는 목란에게 고백하지만, 목란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목란을 좋아하는 이유가 어쩌면 제이도 목란을 좋아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4장


박승태는 할리타는 경찰로 유명했다. 그는 어렸을 적에 누군가에게 동성애적 성향을 간파당해 강간 비슷하게 당한 뒤, 자신도 어린 남자애들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게 된다.

바야흐로 폭주족들이 3.1절과 8.15 광복절에 대폭주를 하며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자 박승태에게 대폭주를 잠재우고 아이들을 검거하는 임무가 떨어진다. 박승태는 태주를 힘으로 굴복시켜 강간한 뒤 자신의 끄나풀로 삼고, 동규 역시 자신의 정보원으로 둔다.

한편 제이의 무리는 점점 규모가 커졌고 행동 양식도 기존의 폭주족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제이는 폭주의 진정한 의미를 '자신들이 화가 나 있음을 온세상에 알리는 행위'로 규정하고, 경찰서를 타격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경찰정은 박승태로 하여금 어느정도 희생을 각오하고 강경진압을 지시한다.

대폭주가 시작되자 경찰은 범퍼로 아이들을 박는 것도 서슴지 않고 몰아가기 시작하고, 마침내 가시가 박힌 바리케이트로 아이들을 몰아 넣는다. 제이는 바리케이트를 무서워 하지 않고 질주했다. 질주의 끝에, 제이가 다리 난간 너머로 떨어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지도 모른다. 당시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이가 한 줄기 빛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그 날 목란은 한쪽 눈을 실명한다.


이상의 이야기는 소설 쓰는 '내'가 한때 연인이었던 Y로부터 동규를 소개받아 전해들은 것을 옮겨적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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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는 90년대 중반 매우 개성있는 글을 써서 인기를 얻었다. 그의 글은 젊은 감성에 세련미를 더했으며, 사유의 깊이에 있어서도 동시대 작가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독특한 감성과 세련미는 사라지고 노련한 잔재주와 기교남 남은 글들이 발표되고 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도 잔재주로 어찌어찌 마무리는 했지만 과거에 자신이 쓴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서머싯 몸의 <면도날>과 모파상의 <벨아미>를 연상시키는 제이는 사실 한꺼풀 벗겨놓으면 별 것 없는 인물이다. 길거리에서 남이 버린 책을 주워 채워넣은 난잡한 지식, 악마를 잡는다느니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느니 하는 신비로운 언사, 자신의 영혼이 물체에 스며들어 고통을 함께 한다는 발언 등 갖은 똥폼은 다 잡도록 하지만 작가는 거기서 딱히 더 나아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니면 되게 귀찮아서 그냥 얼버무리는 느낌도 든다) 

아이들이 제이에게 열광한다는 설정이지만, 그 아이들이 제이에게 매료된 이유가 뭔지 갸우뚱한 상황이 반복되고, 선택적 함구증으로 한때는 영혼을 교감했다는 설정의 동규도 인물을 입체적으로 굴려가기 어려우니(혹은 귀찮으니) 나중엔 자살로 몰아버린다.

그야말로 등장인물들에게 후까시만 잔뜩 줬다가 도저히 제어가 안되니(혹은 귀찮으니) 나중엔 모두 죽는 걸로 처리해 버린 뒤 멋적었는지 '들은 얘기' 운운해버리며 손쉬운 도피처를 찾아가버리는데 소설 전체가 반칙의 연속인 느낌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매우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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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야드 게임
노지마 신지 지음, 금정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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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사고로 죽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스나가 안이라는 여성과, 안을 사랑하게 된 타루토라는 청년의 이야기이다. 타루토는 안과 우연히 만화카페에서 만난다. 처음엔 티격태격하다 헤어지는데 묘하게 여운이 남았다. 

얼마 뒤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갔다가 우연히 그녀와 다시 만난 뒤 타루토는 안에게 빠져들고, 마침내 넌지시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하지만 안은 자신이 원거리 연애중이라며 거절하고, 타루토는 실의에 빠진다.

그 즈음 할머니가 운영하는 케이크점 '미뇽'에 타루토 또래의 잘생긴 청년이 취직하는데, 이름이 쿠키 나츠히코였다. 나츠히코는 타루토로부터 연애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와닿는 얘기들을 해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데... 과연 타루토와 안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남겨진 사람은 자신의 사랑이 진실이었음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주위 사람들은 외롭고 쓸쓸한 처지에 빠진 사람을 동정하지만, 사실 그 동정은 애도기간 동안에만 유효하다. 남겨진 사람이 새로운 사랑에 빠지면 '헤픈 사람'으로 치부되고, 동정은 거두어지며, 과거의 사랑이 진실이었는지도 의문시된다. 

이러한 것들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남겨진 사람에게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 남겨진 사람은 새로운 사랑을 거부하고 과거의 사랑을 미화하기에 이른다. 마치 소설 속의 안처럼. 안은 그래서 자신이 '원거리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새로운 사랑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대학 후배 중에 일본드라마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드라마 <립스틱>을 그 친구 덕에 봤고, 노지마 신지라는 이름도 그 때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 친구의 별명은 '낙타'였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꼭 한 번 다시 만나고 싶다.

어쨌든, 그 뒤 2005년 경에 <골든볼>을 본 뒤 노지마 신지와의 인연이 이어지지 않다가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그가 쓴 소설을 발견해서 주문한 뒤 읽게 되었다.

역시나 드라마 작가가 쓴 소설답게 잘 읽힌다. 단숨에 결말까지 읽었다. 게다가 그의 드라마 특징이 소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티격태격하다가 연애로 발전하는 장면이라든가, 1:1대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 작가의 주장을 연설하듯이 설파하는 장면, 극 후반의 반전 등이 그렇다. 그런 이유로 소설 자체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인데, 드라마 제작을 염두에 둔 각본이라고 생각하면 봐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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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디아의 비밀 일공일삼 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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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디아는 모든 과목에서 수를 받는 '우등생 클로디아 킨케이드'일 뿐이라는 게 지겨워졌다. 일요일 밤 7시 반이면 누가 텔레비전 채널을 고를 차례인지 아웅다웅하는 것도, 딸이라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는 것도, 매일 똑같은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것도 지겨웠다. 그래서 막내 동생 제이미를 끌어들여 가출하기로 결심한다. 제이미는 용돈을 받으면 꼬박꼬박 저축하는 구두쇠였고, 일제 트랜지스터 라디오도 있었기 때문에 파트너로 제격이라 생각한 것이다. 제이미가 가출계획에 흔쾌히 동의하자 둘은 곧바로 가출을 감행한다.

그런데, 클로디아와 제이미가 가출한 곳은 다소 엉뚱하지만 뉴욕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었다. 관광객을 가장해 입장한 뒤 폐관시간에는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불이 꺼지면 전시된 침대에서 잔다는 계획이었는데, 클로디아와 제이미는 경비원들을 피해 미술관에 숨어드는 데 성공한다. 둘은 그날부터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관광객들이 분수대에 던진 동전을 발견했기 때문에 돈 문제도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한편 그 즈음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천사조각상 하나가 새로 들어와서 클로디아의 관심을 끌게된다. 천사상의 조각가는 미켈란젤로일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이 말했다. 클로디아는 제이미와 함께 도서관에서 미켈란젤로에 대해 공부하기도 하고, 조각이 놓여있던 자리에 난 흔적으로 미켈란젤로의 문양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결정적인 증거는 부족했다. 결국 클로디아와 제이미는 조각상을 미술관에 판매한 프랭크와일러라는 부자 할머니를 찾아가게 되고, 거기서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33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다. 계몽사 문고 30번, 카니즈버어그 지음, 남소희 옮김.

초등학교 때 책을 읽으면서 용돈을 모아서 가출자금을 만든다는 게 신기했고(용돈을 정기적으로 받는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분수대에서 동전을 줍는다는 설정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음식자동판매기에서 아침식사를 사먹는 것도 신기했고. 1967년도에 발표된 작품으로 대호황을 겪던 미국의 풍요로움이 제3세계 빈국의 열살 난 어린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모양이다.

작품은 1968년 미국 어린이 문학상인 뉴베리 상을 수상했으며, 작가의 다른 대표작으로는 <내 친구가 마녀래요>, <롤빵 팀 작전>, <꼬마 화학자들의 비밀 파티>, <타콘다 부인의 초상>, <800번으로의 여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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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박형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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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에는 토끼를 사다 기르던 아내가 토끼가 죽자 매우 슬퍼하다 결국 토끼가 되어 생을 마감한다는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버스가 급정거하면서 목이 부러져버린 아버지와 정신병에 걸린 아버지의 사촌, 그리고 사막의 이미지가 복잡다단하게 중첩되는 <사막에서>, 아내의 꿈에 등장하면 죽고 만다는 다소 엽기적인 내용의 <하얀 발목>, 춤을 소재로 여러가지 이야기에 변주를 가하는 <작별>, 예지와 직감 능력을 지닌 '나'와 돌을 기가막히게 잘 던지는 K를 다룬 <K>,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뒤 아버지의 폭력을 첫 기억으로 갖고 있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인 <하나, 둘, 셋>, 물 한 모금 마실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특허권을 인정 못받는다는 내용의 <물 한 모금>, 늘상 이쪽으로 다니던 양씨가 저쪽으로 가기로 마음먹은 날 살인자가 되고 마는 <이쪽과 저쪽>, 불에 탄 신체 일부를 먹어치우는 소방대원들의 이야기 <불 끄는 자들의 도시>가 실려 있다.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한국어가 필수이수과목이었다. 주로 보따리 강사들이 가르쳤기 때문인지 수업의 충실성과 질은 매우 떨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정규직에게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한다면 그게 될 일이겠는가) 어쨌든 이름은 잊었지만, 한국어 강사가 소설에 대해 수업을 진행하다가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담배 없이 못 사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 담배를 보루째 사다놓고 떨어지지 않게 관심을 기울이라고 신신당부했다. 아내는 평소에 남편의 말을 잘 지켰지만, 그 날은 어찌된 일인지 다른데 신경이 쓰여 그만 담배를 사다놓지 못했다. 남자는 아내에게 화를 내다가 결국 흡연욕구를 참지못해 담배를 사러 밖으로 나갔다. 횡단보도를 건너 가게까지 남자는 한달음에 뛰어갔다. 담배를 달라는 남자의 말을 귀가 어두운 할머니는 잘 알아듣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자꾸 지체됐다. 겨우 담배는 샀지만, 할머니는 가게 문 닫기 전이라 지폐를 모두 갈무리해버렸다며 거스름돈을 동전으로 주었다. 남자는 투덜대며 가게를 나섰다.

한편, 교대근무를 하기로한 동료가 아파서 12시간을 풀로 뛴 택시기사가 차고지로 향하고 있었다. 더 이상 손님을 태우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다급하게 택시를 잡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임산부 같았기에 매정하게 거절하기 어려웠다. 택시에 타자 마자 진통이 시작됐고, 기사는 맘이 급했다. 어서 임산부를 병원에 내려주고 쉬고 싶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신호를 잘 지키던 그가 그날은 신호위반을 했다.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늦었고, 택시는 횡단보도 중간에 쭈그려 앉아 동전을 줍고 있는 남자를 치고 말았다. 가로등이라도 밝았다면 남자를 볼 수 있었겠지만, 가로등은 하필이면 고장나 있었다. 나중에 목격자들에게서 들은 바로는, 남자는 호주머니에서 동전이 떨어져서 줍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인데, 강사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남자가 죽은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만약 남자가 골초가 아니었다면, 아내가 담배를 사다놨더라면, 할머니가 귀가 어둡지 않았다면, 만약 거스름돈을 지폐로 주었다면, 택시기사가 동료와 교대를 해서 주의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 임산부가 갑작스레 산통을 느끼지 않았다면, 가로등이 고장나지 않았더라면...


박형서의 작품을 읽고 이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작가가 '우연' 이라는 질료를 가지고 작업한 소설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그의 이런 작업은 그다지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로, 그의 실험이 불완전한 토대(공감대) 위에서 진행되기 때문이고, 둘째로, 다분히 사변적인 이야기들이  흥미를 유발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작가가 진정 쓰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학술적인 이유 때문에 쓴 소설 느낌이라고 할까. 


그건 그렇고 얼마 전에 이응준의 소설을 읽었는데, 그가 쓴 소설 중에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라는 작품이 있다. 박형서의 작품 <K> 중에 ...이십여 년 동안 쌓아온 추억의 속도로 멀어져갔다. 라는 대목이 나와서 어느 작품이 먼저인지 호기심에 찾아봤다.<K>는 2002년,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는 199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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