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동서 미스터리 북스 26
뒤 모리에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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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반 홉퍼 부인의 개인 비서로 일하던 주인공 '나'는 몬테카를로의 호텔에서 영국의 유명한 성 만더레이의 소유자 맥심 드 윈터를 만나게 된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자존감이 약한 주인공에게 맥심이 사랑을 표현하고, 곧 둘은 결혼하게 된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만더레이 성으로 간 '나'는 그곳에서 맥심의 전 부인 레베카의 흔적을 곳곳에서 느낀다. 레베카는 만더레이의 일상을 완벽하게 꾸려 나갔던 것으로 보였는데, 사람들은 모두들 레베카가 있었던 시기의 일을 이야기 하곤 했었다. 그녀가 머물렀던 서쪽 방은 여전히 당시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레베카의 충복이었던 가정부 덴버스는 깍듯한 태도로 '나'를 대하고는 있으나 새로운 여주인으로 인정하지는 않는 듯 했다.

소심한 성격의 '내'가 레베카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점점 더 움츠러들 뿐인 상황이 계속되던 어느 날 만더레이에서 가장 무도회가 열린다. 그리고 덴버스의 충고에 따라 맥심 집안의 조상으로 분장을 했는데 그런 '나'를 보고 맥심은 몹시 화를 낸다. 레베카 역시 죽기 전 같은 인물로 가장무도회에 참석 했던 것이다. 덴버스의 악의에 찬 행동과 맥심의 사랑에 대한 의심으로 괴로워하는 '나'에게 덴버스는 자살을 종용한다.

그리고 그날 밤, 연안에 배가 좌초되어 수색하던 도중 침몰된 배가 발견된다. 그 배는 레베카가 탔던 배로 시체는 전혀 다른 곳에서 발견되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었다. 하지만 그 배 밑바닥에서 또 다른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맥심의 입에서 충격적인 고백이 나온다.

레베카는 알려진 바와 같이 정숙한 여자가 아니었고 무척 방탕한 생활을 해왔으며, 만더레이에서 조차도 공공연히 방종한 생활을 해왔다. 특히나 사촌인 잭 파벨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맥심은 수차례 레베카에게 만더레이에서만이라도 정숙하게 지낼 것을 당부했으나 레베카는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레베카가 자신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맥심을 조롱하자 맥심은 그녀를 쏘아 죽인 후 배에 태워 침몰시킨 것이다. 그리고 엉뚱한 시체를 레베카라고 확인해준 것인데, 지금 진짜 레베카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모든 고백을 듣고 난 '나'는 맥심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음을 알게 되고 레베카의 압도적 이미지에 서 조금씩 벗어난다. 하지만 레베카의 시체가 발견되어 이제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난파되었을 것이란 추측이 조선업자의 증언으로 뒤집히지만 레베카의 자살로 배심원은 평결한다. 하지만 파벨은 레베카가 죽던 날 자신이 레베카와 약속했던 편지를 근거로 타살임을 주장하고, 바닷가에 사는 벤이 누군가를 보았을 것이라 주장한다. 지능이 모자란 벤이 겁에 질려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여 위기를 넘기지만 이번엔 덴버스가 레베카의 일기를 가지고 와 죽던 날 베이커라는 산부인과 의사와 약속이 있었음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의사의 증언으로 레베카가 임신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맥심에게 화살이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런던으로 의사를 찾아간 맥심 일행은 거기서 뜻 밖의 사실을 듣게 된다. 레베카는 자궁이 기형이라 아이를 가질 수 없었으며, 그녀는 말기 암을 앓고 있어 곧 죽을 운명이었다는 것이었다. 맥심은 결국 레베카가 마지막까지 자신을 농락하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되돌아 온 '나'와 맥심은 만더레이가 덴버스에 의해 불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초반부는 지루하리만치 소심한 '나'의 심리 묘사에 치중하여 답답함 마저 들 지경이다. 하지만 레베카의 시체가 발견된 뒤부터 속도가 붙고, 주인공 '나'의 불안감이 물에 번져가는 잉크처럼 독자를 잠식한다.

어렸을 적 누군가를 차로 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리고 깰 때까지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꼈는데 <레베카>를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소설의 주된 갈등 양상은 범죄를 저지른 맥심과 이를 알고 있는 '나', 그리고 그것이 밝혀질 위기가 아슬아슬하게 계속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참으로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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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름 - 포켓북 한국소설 베스트
고은주 지음 / 일송포켓북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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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름>

 

예술의 꿈을 접고 돈벌이에 매진하는 아버지와 여자는 시집만 잘 가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의 어머니를 둔 주인공 경은은 두 분의 소망을 절충하여 지방 소도시에서 아나운서로 일하고 있다. 대학 시절에는 문학을 하려 했으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과정을 견디지 못하였고, 뭐든지 눈에 보이는 대로 단순하게 살아가는 준에게 끌린 후 지지부진한 연애 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작가 지망생이 옛 연인 연희를 생각나게 한다며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의 양태는 스토커의 그것이었지만, 그가 하는 이야기들을 허투루 듣지 못하는 것은 주인공 스스로가 그의 이야기에 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기형도의 <짧은 여행의 기록>, 그리고 마루야마 겐지의 대담 등을 인용하며 그녀가 작가가 될 숙명을 지니고 있는 것을 알아보았다고 한다. 평온한 삶을 지향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들여다보길 거부하던 그녀에게 그의 집착은 한편으로는 부담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권태와 무기력에 빠진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아나운서라는 직업 때문에 경은은 구설에 휘말리게 되고 풍문을 들은 그의 집착은 조울적인 양태를 띠게 된다. 그리고 그의 누나로부터 그가 자신에게 쓴 편지 형식의 수기를 유품이라며 건내받은 경은은 준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작가가 되기 위해 아나운서를 그만 둔다.

 

제2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품으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며 작가 자신이 실제로 진주에서 아나운서 생활을 하였고, 그만 둔 뒤에 작가로 데뷔하였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중요한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가진 나와, 그 이미지에 도취되어 상대편의 모습을 자기 마음대로 재단하는 청취자 스토커 이야기 이다. 스토커의 모습에서 점점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기를 돌아보게 되며 자신의 삶 역시 스토커의 삶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을 깨달은 경은이 지금까지의 허상을 버리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간다는 내용이다.

한편 동료 아나운서인 유화, 미영, 그리고 수림의 양태를 통해 자신의 어정쩡한 모습을 대비시키기도 한다. 유화는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구설과 질시에 시달리다가 어느날 결혼을 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미영은 전문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애를 쓰며 결혼 후에도 일을 하려 하고, 수림은 젊은 나이를 무기로 통통 튀는 역할을 맡고 있다. 주인공 경은은 자신이 그 어느 편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임을 알게 된다.

 

작품 중 마루야마 겐지의 말을 인용한 부분이 인상 깊어 축약하여 적어 둔다.

 

...문학이란 혼의 문제를 다루는 것입니다. 혼의 문제를 다룬다 함은 외로움이 전제 조건입니다. 혼이란 깊은 우물이나 구멍 같은 것으로 성격적으로 파탄이 난 사람들이 그 구멍을 들여다 봅니다. 문제는 그 구멍의 어느 정도 깊이까지 내려갈 수 있는가인데, 중요한 것은 반드시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려간 채 거기에 머물러버리면 자살과 다양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구멍은 매력적이며 내려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올라오는 것은 예술가들의 일 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 재능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는 그 구멍에 매력을 느끼고 내려가 보고자 모험하는 재능, 또 한 가지는 그 구멍에서 무언가를 획득하여 올라와서 세상에 보여주는 재능. 즉 성격적으로 결함이 있으면서도 그 성격을 컨트롤하는 또 다른 나의 자신이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유리>

 

세 군데의 대학에 합격했지만 집안이 기울어 대학 등록이 막연한 주인공 유리는 K 프로덕션의 사장에게 몸을 맡기는 한편 학원에서 만난 삼수생과도 별 의미 없는 관계를 갖는다. K 프로덕션 사장은 첨단 기계가 곧 자신의 기술을 돋보이게 해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으며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유리가 진정 좋아하는 동현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였지만 동현은 유리와 헤어지자는 의사표시를 했고 이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는지 어쩐지 알지 못한다.

한편 친구 진아는 장래가 유망한 법대생과 허우대가 멀쩡하고 돈이 많은 브래드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그리고 K 프로덕션 사장이 성행위 비디오를 찍자는 말에 응한 유리는 스너프 필름을 찍으려던 사장에 의해 살해 당한다.

 

세기말 암울한 분위기와 경제 위기 등에 맞물려 쾌락 이외의 다른 관계를 찾지 못한 젊은이의 위기감을 표현한 것 같지만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고 정련된 느낌이 떨어진다. 습작품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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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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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에 조난당한 여덟 명의 연극단원과 마을의 의사 닌도가 키리고에 저택으로 피신한다. 갖가지 고서와 골동품이 수집되어 있는 그 저택은 마치 아홉 명의 조난자를 맞이하려고 했던 것처럼 열개였던 의자 중 하나가 부서져 있었고, 마찬가지로 열개였던 방 중 하나의 난방장치가 고장나 있었다.

극단 암색텐트의 연출가인 야리나카는 골동품에 조예가 깊은데 그 저택의 곳곳에서 방문자들의 이름이 암시되어 있는 소품들을 발견하고, 소품들의 변화에 맞추어 단원들이 한 명씩 살해당한다. 그리고 죽음은 키타하라 하쿠슈의 <비>라는 동요에 맞추어 비유살인의 형태를 띠고 있는 듯 하다.

 

비 - 키타하라 하쿠슈

 

비가 내립니다. 비가 내린다.

놀러 가고 싶어, 우산은 없어,

붉은 끈 나막신도 끈이 끊어졌다.

 

비가 내립니다. 비가 내린다.

싫어도 집에서 놀아요,

치요가미 접읍시다, 접읍시다.

 

비가 내립니다. 비가 내린다.

켕켕 새끼 꿩이 지금 울었다,

새끼 꿩도 춥겠지, 쓸쓸하겠지.

 

비가 내립니다. 비가 내린다.

인형 재워도 아직 그치지 않네.

센코하나비도 다 탔다.

 

리노이에 그룹 일가의 손자인 사카키 유타카가 죽고 그의 여자친구 키미사키 란이 순차적으로 사망하고, 일견 살해당할 이유가 없어보이는 아시노 미즈키까지 살해당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이 유키히코가 사망하자 야리나카는 추리를 통해서 리노이에 저택에 강도 짓을 하러 들어간 사카키, 란, 카이 일당 중 카이가 공범 둘을 죽이고 비밀을 알고 있는 미즈키마저 살해한 후 자신은 자살한 것으로 결론을 짓는다. 하지만, 또 다른 노래 하나가 있었으니 그 노래는 <카나리야>라는 노래, 그리고 이 노래에 살인범을 밝혀내는 비밀이 숨어있다.

 

카나리야 - 사이조 야소

 

노래를 잊어버린 카나리야는 뒷산에 버릴까요.

아니, 아니, 안 됩니다.

노래를 잊어버린 카나리야는 뒤쪽 늪에 묻을까요.

아니, 아니, 안 됩니다.

노래를 잊어버린 카나리야는 버드나무 채찍으로 때릴까요.

아니, 아니, 불쌍합니다.

 

노래를 잊어버린 카나리야는,

상아 배에 은 노,

달밤의 바다에 띄우면,

잊었던 노래를 생각해 낸다.

 

외딴 곳에서 은둔하여 살아가는 키리고에 저택과 수수께끼의 거주인, 그리고 그곳에 수집되어 있는 골동품이 만들어내는 신비한 분위기에 비유살인, 편승살인이 일어난다. 눈으로 고립된 저택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이라는 고전적인 배경으로 <십각관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토가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오구리 무시타로의 <흑사관 살인사건>의 음울한 분위기도 일견 느껴진다. 속도감이 부족하고, 편승살인의 동기가 빈약하다는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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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2 - 나선
스즈키 코지 지음, 윤덕주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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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를 하다 부주의로 아들을 잃은 검시의 안도는 그 사건 이후 아내와 헤어져 혼자 살아가고 있다. 전편에서 사망한 류지와 대학 동창인 안도는 류지의 사체를 부검하게 되는데, 들어낸 장기 대신 채워 넣은 신문지가 삐져나와 178 136 이라는 숫자가 나타난다. 안도는 숫자를 환자식 암호법으로 풀어보고 RING이라는 글자가 되는 것을 발견한다.

류지의 사인은 심장 관동맥에 일종의 종양이 자라나 죽은 것이었는데 동료 미야시타와 조사를 진행하던 중 그것이 천연두 바이러스와 인간 유전자의 혼합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같은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것이 일종의 바이러스는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한편 전편의 아사카와는 링 바이러스의 저주를 푸는 것이 테이프를 복사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아내와 딸 대신에 장모와 장인에게 비디오를 복사하여 보여준다. 하지만 복사하는 것이 저주를 푸는 방법이 아니었던지 아내와 딸이 링 바이러스에 의해 사망하고 아사카와는 의식불명이 되어 병원에 입원한다. 또 류지의 여자친구였던 다카노 마이가 류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비디오를 발견하고 호기심에 이를 보고 마는데, 그 후로 마이가 실종된다.

안도는 다카노 마이가 연락이 끊기자 마이의 방에 갔다가 내용이 대체된 비디오 테이프를 발견한다. 그리고 전편의 요시노에게 대략의 사정을 전해 들은 후 링 바이러스에 관한 내용을 아사카와가 문서로 정리하였음을 알게 된다. 아사카와의 유품을 조사하여 링 바이러스에 관한 문건을 모두 읽은 안도는 그간의 사정을 알게 된다.

링 바이러스로 사망한 사람들의 DNA를 조사한 결과 류지의 DNA에만 같은 문자가 반복되는 것을 보고 다시 환자식 암호법으로 풀어낸 결과 MUTANT, 즉 변종이라는 단어를 발견한다. 그리고 사라졌던 다카노 마이가 변사체로 발견되고 부검을 한 의사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준다. 그녀가 아이를 낳고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안도는 의문을 품는다. 왜 아사카와와 다카노 마이는 링 바이러스로 사망하지 않았는가? 사망한 사람들의 조직을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반지 모양의 바이러스가 정충 모양의 바이러스로 변형이 되어 배란기였던 마이의 난자와 결합하여 무언가를 낳았다. 마이가 낳은 것은 무엇인가?

안도는 관계를 가졌던 마이의 언니가 사실은 되살아난 사다코라는 사실에 경악한다. 링 바이러스가 아사카와의 경우에는 뇌로 침입하여 그의 의지를 조정하여 문건을 써내게 하였고, 마이의 경우에는 난자를 이용하여 수태를 한 것이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아사카와의 형은 문건을 이용하여 소설을 출간하려 하고 있다.

사다코는 안도에게 자신이 하려는 일을 방해하지 말아달라면서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웅동체의 몸을 가진 그녀가 안도의 잃어버린 아들을 다시 살아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안도는 사다코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리고 대담하게 세상의 종말을 보고자 했던 류지 역시 사다코는 되살려낸다.

 

전편의 비디오는 이제 책이라는 형태로 변모하려 하고 있고 곧 음악, 게임 소프트, PC 네트워크 어느 곳으로든 침입하여 미디어와 사다코가 교배하여 수많은 배란기의 여자들이 사다코를 낳을 것이다. 다종다양한 DNA가 야마무라 사다코라는 하나의 DNA로 수렴해 단일화 되는 것을 진화로 볼 수 있을 것인가?

DNA가 다양하다는 것이 곧 인류의 진화의 원동력이다. 근친간의 결혼이 열성 유전자의 계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부정하고 진화에 일종의 의지를 개입시키게 되는 순간부터 진화에 가치판단을 하게 한다. 나치의 유대인 말살, 그리고 이와 전혀 다를 것 없는 유대인의 선민사상을 바탕으로 한 팔레스타인 학살 등이 모두 이런 배경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링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매스 미디어를 통해 획일화된 인간들이 이미 양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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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꾼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재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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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레텐부르크로 여행을 온 자고랸스끼 장군 일행은 호화로운 객실을 빌려 생활하고 있으나 실상은 빚에 쫓기고 있다. 장군은 블랑슈라는 프랑스 여인에게 반해 결혼을 하고자 하나, 그녀는 장군이 곧 받을지도 모를 유산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프랑스인인 드 그리외 역시 장군에게 빚을 받기 위해 머물고 있다.

주인공 알렉세이 이바노비치는 장군 일가의 과외선생으로 장군의 양녀인 뽈리나에게 빠져있다. 하지만 그녀는 드 그리외에게 반한 듯 보이기도 하고 영국인 미스터 에이슬리에게도 호감을 보인다. 알렉세이 이바노비치는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할 것을 거듭 다짐하며 뽈리나의 진심을 알고 싶어 하나 그녀의 태도는 냉담하기만 하다. 하인이 된 것과 같은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알렉세이는 그런 상황 자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느 날 죽음을 맹세하는 알렉세이에게 뽈리나는 길거리에서 남작을 모욕하라는 요구를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결과 해고 당한다.

장군 일행은 모두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으니 자신들에게 유산을 물려줄 할머니의 죽음이다. 그들은 할머니의 죽음을 문의하는 전보를 줄기차게 보내는데, 부음(訃音) 대신 할머니가 직접 룰레텐부르크로 여행을 온다. 실망하는 장군 일행에게 독설을 퍼붓던 할머니는 룰렛 도박에 빠져들어 거액을 잃은 후 장군에게는 한 푼도 남겨주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모스끄바로 돌아가고 만다.

할머니의 확실한 의사표시로 블랑슈는 파산한 장군을 떠날 결심을 하고 드 그리외 역시 뽈리나를 버린다. 드 그리외에게 5만 프랑의 빚을 지게 된 뽈리나는 알렉세이의 방을 찾아오고, 알렉세이는 그날 밤 룰렛 도박에서 엄청난 돈을 딴 후 뽈리나에게 5만 프랑을 건낸다. 절망적으로 몸을 맡겼던 뽈리나는 다음 날 표변하여 알렉세이에게 돈을 집어던진 후 광증이 일어 미스터 에이슬리에게로 가고 만다.

전날 도박판에 자신의 운을 맡겼던 알렉세이는 이번엔 엉뚱하게 블랑슈를 따라 프랑스로 가 두달 만에 모든 돈을 써버리고, 프랑스로 뒤따라온 장군과 블랑슈가 결혼하자 또 다시 도박판을 전전한다. 빚을 지고 감옥에 갖히는가 하면 남의 하인 비슷한 일을 하는 등 재능을 낭비하던 알렉세이는 우연히 미스터 에이슬리를 다시 만난다. 그리고 뽈리나가 사랑했던 것은 자신이었다는 것을 전해듣는다.

 

출판사에게 자신의 저작권을 9년간 저당잡히고 27일만에 썼다는 작품으로 작가 자신의 체험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도스또예프스끼는 첫번째 아내 마리야와 별거 중 여대생 아뽈리나리야 수슬로바를 만나 여행을 떠나는데, 먼저 파리로 출발한 수슬로바는 그곳에서 알게된 스페인 의대생에게 몸을 맡기고 얼마 후 버림을 받는다. 도스또예프스끼는 그녀에게 다시 사랑을 구하지만 그녀의 태도는 이중적이었으며 작가는 심한 애증을 느낀다. 또 여행 중 도박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했으며 전 부인, 형, 뚜르게네프 등 여기저기 돈을 빌려 도박에 탕진한다. 

 

도스또예프스끼는 각 나라의 인물을 통해 러시아가 처한 상황을 묘사하는데 질서가 잡힌 독일과 고상한 형식을 갖춘 프랑스에 비해 러시아는 꼴사납고 품위가 없으며 격렬하고 성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문에 러시아인들은 부의 축적을 단순간에 이루기 위해 도박에 빠져들고, 그런 러시아인들의 성격에 들어맞는 것이 룰렛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러시아인들의 그러한 행태의 이면을 알렉세이의 다음과 같은 대사로 파악한다. "러시아인들은 그 재능이 너무 많고 다양해서 자신에게 알맞은 형식을 발견하지 못하는 거에요. 여기서 문제는 바로 형식에 있습니다. 우리 러시아인들은 대부분 풍부한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형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천재적인 능력이 필요합니다"

 

도박과 애증, 그 두가지가 동시에 주인공 알렉세이에게 작용하여 그의 행동 방향은 예측하기가 어렵고 극단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도스또예프스끼는 그런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도스또예프스끼에 관해 토마스 만은 "도스또예프스끼는 육체와 영혼의 고귀함보다는 불행과 악덕, 욕정과 범죄에 기독교적인 공감을 보인 작가였다"고 하였다. 인간의 마음 속에 신과 악마가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는 도스또예프스끼 소설의 주인공들을 움직이는 것은 다름 아닌 욕망이고, 이 욕망에 관해 꼰스딴찐 모출스키는 "욕망은 결코 아름다움에 대한 숭배도, 한 인간에 대한 존경도 아니다. 그것은 불합리하고 악마적이고 파괴적이다. 또한 그것은 치명적인 자기 살인 행위이다"라고 말한다.

 

사랑이 그 형태를 지배에의 욕망으로 변화시키는 시작은 부정, 혹은 부정에의 의혹이다. 그 순간 사랑이 끝났음을 인정하지 못할 때에 사랑은 지배에의 욕구로 변화한다. 타인에 대한 욕망이 지배에의 욕구로 충족되기 위해서 나 자신의 죽음이나 상대편의 죽음, 그것이 육체적인 죽음을 의미하건 기억의 왜곡을 통한 정신적인 압살을 의미하건, 죽음 외에 다른 길이 있을 수 있는가 생각해 본다.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당에 갔다. 신부님의 말씀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용서라는 것은 있었던 일을 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받았던 마음의 상처와 아픔까지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뽈리나의 진심을 알지 못하고 애증에 빠져 죽음을 수시로 입에 담게된 알렉세이 이바노비치는 도박을 통해 그런 애증 상태를 해소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도박은 도박 자체로 알렉세이를 놓아주지 않았고, 돈을 따고 잃는 것보다 도박장으로 향하면서 느끼는 흥분 자체에 탐닉하게 된 알렉세이 이바노비치에게 들려온 소식은 뽈리나가 사랑한 것은 자신이었다는 것이다. 도스또예프스끼는 인간이 처할 수 있는 가장 비참한 지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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