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거품 펭귄클래식 52
보리스 비앙 지음, 이재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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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풍요 속에서 재즈에 탐닉하는 콜랭은 화려한 저택에서 요리사 니콜라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그의 친구 시크가 니콜라의 조카인 알리즈와 사랑에 빠진다. 콜랭은 자신도 알리즈와 같이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 사랑에 빠지길 원하는데 바램은 곧 이루어진다. 파티에서 매우 아름다운 클로에를 만난 것이다.

클로에와 사랑에 빠진 콜랭은 많은 돈을 들여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니콜라를 안내인 삼아 신혼여행을 다녀온다. 그러나 여행 직후 클로에가 폐에 수련이 피어나는 병에 걸리고 만다. 의사는 클로에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많은 꽃들을 클로에의 주위에 놓아 수련이 힘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처방한다. 클로에의 병을 고치기 위해 콜랭은 자신의 전 재산을 쓰고 빈털털이가 되고 만다. 콜랭은 단순하고 고통스러운 육체 노동으로 내몰린다.

한편 시크는 알리즈와 결혼하는 자금으로 쓰라며 콜랭이 내 준 금화를 '장 솔 파르트르'라는 철학자의 책을 수집하는 데 모두 탕진하고 만다. 알리즈는 시크가 '장 솔 파르트르'의 책을 사는데 집착한 나머지 자신이 버림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카페에서 '장 솔 파르트르'를 살해한 후 서점에 불을 지르고 자신도 죽고 만다. 시크는 세금 체납 때문에 집행관들의 습격을 받아 사망한다.

클로에 역시 끝내 병을 고치지 못하고 죽는다. 성당에서는 극빈자에 걸맞는 장례를 치러준다. 수련은 클로에의 몸이 아닌 강 수면에 여전히 피어났고 콜랭은 자살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책을 읽는 내내 가이 모셰 감독의 <분라쿠>가 연상 되었다. 뮤지컬 무대를 연상케 하는 환상적인 설정, 비현실적인 장치들, 그리고 시적이며 은유적인 표현들은 보리스 비앙을 매우 독창적인 소설가로 보이게 한다.

소설 속 니콜라-콜랭, '장 솔 파르트르'-시크의 대비가 흥미롭다. 요리사 니콜라는 철학 모임에 참석하는 품격 있는 요리사로 콜랭을 청년에서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는 소설 속 '장 솔 파르트르'와 대비된다. 그런데 니콜라가 콜랭에게 미치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콜랭이 클로에를 고치기 위해 돈을 모두 써버리자 콜랭의 집이 점차 비현실적으로 낡고 시들어가는 것과 함께 니콜라도 급격히 늙어버린다. 콜랭은 니콜라를 집에서 내보낸다. 니콜라는 그러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 콜랭의 집을 떠난다. 니콜라의 영향력이 더 이상 콜랭에게 미칠 수가 없는, 혹은 원치 않는 것이다.

반면 '장 폴 샤르트르'의 패러디적인 인물인 '장 솔 파르트르'는 니콜라가 요리를 만드는 인물임에 반해 '토사물' 시리즈를 펴내 시크를 매혹시킨다. 시크는 '장 솔 파르트르'의 저작을 사는데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알리즈마저 떠나보낸다. 시크는 끝내 스스로의 힘으로 '장 솔 파르트르'로 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알리즈가 그를 대신 죽여서 시크를 그의 영향력에서 끌어내려 하지만 시크는 집달관들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오직 두 가지뿐이다. 어여쁜 처녀들과의 사랑 그리고 뉴올리언스나 듀크 엘링턴의 음악

 

작가 서문에서 보리스 비앙은 이 소설이 사랑과 재즈에 관한 이야기임을 밝히고 있다. 작품 속 클로에는 듀크 엘링턴의 곡 <클로에>에서 딴 이름이다.

보리스 비앙 자신도 재즈 연주자였다. 트럼펫을 불었고 재즈에 관한 평론을 썼으며 듀크 엘링턴,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 같은 음악가들과 교우했다.

엔지니어로 일하던 보리스 비앙은 1945년에 <기생충과 플랑크톤>을 출간하고 생-제르맹 문학 그룹에 참가하는데 그 그룹의 리더가 장 폴 샤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였다. <세월의 거품>은 1946년에 발표되는데 플레이아드 상을 타지 못해 좌절한 보리스 비앙이 버넌 설리번이라는 미국인 가명으로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출간하는데 이 책이 당시에는 더 유명세를 탄다. <대머리 여가수>를 쓴 외젠 이오네스코 등과 함께 실험적 작가 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1959년 6월 23일 영화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특별 시사회 자리에서 영화 상영 직후 쓰러져 39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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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미나토 카나에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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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세울 것이라곤 공기가 맑다는 것 뿐인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강간당한 후 살해당한다. 함께 놀던 네 명의 아이들은 살해당한 에미리가 낯선 남자를 따라갔었다고 진술하는데, 알 수 없는 것은 그 낯선 남자의 얼굴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아이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에미리가 죽기 전 마을에서 프랑스 인형이 도난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 인형을 훔쳐간 사람과 에미리를 죽인 사람이 같은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추측일 뿐, 수사는 흐지부지되고 사람들은 사건을 잊어간다.

3년이 지나고 에미리의 어머니가 당시 함께 놀았던 네 명의 여자아이를 불러 '너희들이야 말로 살인자이다. 범인을 붙잡아 내든지 속죄를 하든지 하라'는 가혹한 말을 남기고 도쿄로 돌아간다. 시간은 흘러 이제 살인범의 공소시효가 며칠 안 남은 지금 당시 사건을 겪었던 네 명의 아이들의 삶이 흉측하게 드러난다.

 

여린 성격의 사에는 에미리가 강간당한 것은 그 아이만이 생리를 시작하여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은 생리를 겪지 않는다면 범인으로부터 무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에를 좋아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사에는 자신이 여성으로서 결함이 있다고 밝히지만 남자는 그런 사에라도 좋다면서 프러포즈한다. 행복한 결혼생활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남자가 사실은 사에와 한 마을에 살았고, 프랑스 인형을 훔친 범인임이 드러난다. 남자는 사에에게 프랑스 인형의 옷을 입혀가며 도착적인 경향을 나타내고 그것이 불화가 되어 사고가 일어난다. 사에는 남편을 살해한 후 일본으로 돌아와 자수한다.

 

언제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의식하던 마키는 초등학교 교사가 된다. 어느 날 학교에 정신병자가 난입하여 칼부림을 하는데 마키는 그에게 용감히 맞선다. 격투 중 범인이 자신의 칼에 스스로 상처를 입고 풀장에 빠진다. 기어오르려는 그를 발로 찬 마키는 황색언론에 의해 도리어 살인범으로 몰리고 자신의 입장과 정당성을 항변하는 발언마저 인터넷에 게시된다.

 

곰같은 외모 때문에 컴플렉스에 시달리던 아키코는 언제나 자신을 돌봐주던 오빠가 애딸린 여자와 결혼을 하려 하자 오빠편이 되어 준다. 새로 생긴 조카는 귀여웠고 오빠 가정은 행복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어느 날 오빠 집에 찾아간 아키코는 오빠가 조카에게 성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을 보고 에미리를 떠올리며 오빠를 죽이고 만다. 오빠와 결혼한 여자는 단지 새로운 결혼을 통해 비극적인 삶을 바꿔보고 싶었을 뿐 오빠를 사랑하지도 않았고 그에게 몸을 허락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야쿠자의 꼬임에 빠져 신세를 망쳤고, 그런 야쿠자의 딸 따위는 어떻게 되든 개의치 않는 여자였다.

 

천식 때문에 부모사랑을 언니가 독차지하자 언제나 타인의 애정을 갈구하던 유카는 급기야 형부를 유혹하여 아이를 갖는다. 유카는 에미리 어머니가 남긴 가혹한 말에 반발하며 범인을 찾으려 했고 어느 정도 단서도 얻는다. 하지만 뱃속의 아이에 겁을 먹은 형부가 유카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자 자신도 모르게 계단에서 밀친다. 유카의 형부는 사망한다.

 

에미리의 어머니는 딸과 함께 놀던 아이들이 범인의 얼굴을 기억해내지 못함은 물론이고 기억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오해와 마을 사람들에 대한 섭섭함 때문에 아이들에게 가혹한 말을 남긴다. 하지만 아이들의 삶은 살인 사건 이후 180도 달라져서 결국 모두가 살인자가 되고 만다.

얼핏 작위적이고 도식적인 상황을 설정한 후 작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아이들의 삶이 피폐하게 변해버린 것은 무엇 때문인가? 아이들이 살인자가 된 데에는 저마다 다른 스토리가 있지만 그 촉매제는 에미리 어머니의 가혹한 한 마디 때문이었다. 정작 발언의 당사자는 그 말을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 기어 다니고, 걷기 시작하고, 학교에 다니고 성년이 되어 결혼을 하고 그런 단순한 과정을 큰 탈 없이 이어가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경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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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온 편지 - 개정판 작가정신 소설향 10
장정일 지음 / 작가정신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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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소는 자신의 가문에 비밀이 있는데, 진시황이 사실은 부소의 할아버지 이인(異人)의 아들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인은 진나라 소왕(昭王)의 차남 안국군(安國君)의 아들로 왕손이기는 했으나 숱한 처첩이 낳은 20여 명의 아들 중 하나였을 뿐으로 안국군의 총애를 받지도 못했다. 따라서 이인은 어려서부터 전국시대의 강국 조(趙)나라의 인질로 보내졌다. 당시 희대의 무역상 여불위(呂不韋)가 그런 이인의 가치를 알아차려 간계를 꾸민다. 여불위는 안국군의 정부인이면서도 아들이 없었던 화양(華陽)부인에게 접근하여 이인의 효성스러움을 설파하는 한편 그를 양자로 삼았을 때의 이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옳게 여긴 화양부인이 이인을 양자로 삼고 이름을 자초(子楚)라 바꾼다.

한편 여불위는 절세 미녀를 얻어 그녀에게 자신의 씨앗을 심었는데 이인이 그 여자를 탐내며 양보해달라고 채근한다. 여불위는 다 된 밥에 코 빠뜨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여인을 양보하고, 여인이 낳은 아들이 바로 진시황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인은 진시황이 자신의 아들이라 끝내 믿는다.

이인이 사망하고 진시황이 즉위할 즈음 여불위는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그러나 진시황의 친모와 예전의 음탕한 짓을 잊지 못하고 붙어먹고 있었으니, 이를 눈치챈 진시황은 여불위를 압박한다. 여불위는 참수가 두려워 스스로 독주를 마시고 죽고 마니, 진시황은 자신의 친부를 죽인 패덕자가 되는 것이다.

사실관계야 어찌 되었건, 진시황은 전국시대 칠웅 가운데 후진국에 속한 진나라를 부흥시킬 계책으로 공맹의 도를 따라서는 가망이 없다 보고 법치주의를 치세의 근본으로 삼는다. 승상 이사(李斯)가 그 역할을 맡는다. 진시황은 기원전 221년 38세의 젊은 나이에 중국 천하를 통일한다. 진시황은 예(禮) 대신 법(法)을 내세우고, 봉건제(封健制) 대신 군현제(郡縣制) 국가를 수립한다. 공맹의 도를 외치는 반대세력을 생매장하는 한편 분서갱유(焚書坑儒)를 통해 국가의 통치 이념을 하나로 정립해나간다.

그 즈음 진시황은 부소가 자신의 정책에 반하는 발언을 했음을 이유로 몽염 장군을 감독하라는 애매한 명과 함께 북쪽 변경으로 쫓아낸다. 이 충격으로 부소는 눈이 멀고 만다. 진시황은 부소를 언젠가 자신의 권력을 이을 승계자로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룩한 것을 빼앗을 또다른 라이벌로 간주한 것이다.

북쪽 변경으로 쫓겨간 부소는 만리장성을 축성한 몽염 장군의 지극한 정성과 간호로 1년여 만에 시력을 회복한다. 그러나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더니 급기야 비역질을 하는 사이가 되고, 부소와 몽염은 서로를 부자지간, 누이지간, 연인지간으로 생각하기에 이른다.

진시황이 급사하자 환관 조고가 진시황의 사망을 숨긴 채 이사를 충동질하여 호해를 태자로 세운다. 부소와 몽염에게는 자결하라는 황제의 위조 칙령이 당도한다. 부소는 자객의 칼을 맞지만 몽염이 준 불사의 약을 먹고 기사회생한다. 핍박에 못이겨 자결한 몽염의 넋에 부소가 나타나 둘은 아슴푸레한 재회를 한다.

역사에 있어서 빈구멍을 소설로 형상화해내는 것은 흥미로운 작업이다. 장정일은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의 모든 유산을 상속할 적법한 권리를 갖고 있으면서도 끝내 역사서에 두 줄 나오는게 고작인 부소의 입을 빌어 진시황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장정일은 영악하다.

들어보십시오. 나는 부소(扶蘇)입니다. 나는 부소이자, 나는 부소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의 가면입니다. 그러니 이건 소설도 아니고 평전도 아니고 역사는 더욱 아닐 겁니다.

소설의 초입부터 진시황의 첫째 아들 부소의 입을 빌어 언설을 풀면서도 면책조항을 깔아놓은 것인데, 결국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이야기라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았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모두 할 수 있는 요술지팡이가 생긴 것이다.

장정일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무리짓는 것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아버지(혹은 절대자)에 대한 결락감이다. 독학자에게서 흔히 보여지는 그 모습이 언제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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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얼굴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16
시드니 셀던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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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뉴욕에서 존 핸슨이라는 동성애자가 길거리에서 살해된다. 그는 주드 맥그리비라는 정신분석의에게 치료를 받던 환자였다. 경찰이 주드를 다녀간 직후 이번에는 그의 비서가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맥그리비 형사는 주드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품고 있었다. 주드가 5년 전 자신의 파트너를 살해한 범인을 정신병자로 판정해 주어 범인이 사형을 면했기 때문이다. 맥그리비는 감정을 앞세워 주드를 유력한 용의자로 몰아가고, 주드는 맥그리비의 파트너인 앤젤리 형사에게 무죄를 호소한다.

주드가 뺑소니 사고를 당하자 존 핸슨의 죽음이 그를 주드로 오인한 결과였음이 밝혀진다. 주드는 살해 위협이 계속되는데도 형사가 자신의 결백을 믿어 주지 않자 사립 탐정 노만 Z 무디를 찾아간다. 무디는 겉보기와는 달리 민활하고 영민한 탐정이었다. 무디는 주드에게 다른 곳으로 여행갈 계획임을 주변에 알리게 한 뒤 다음 날 그의 차를 조사한다. 예상대로 차에는 다이너마이트 장치가 되어 있었다. 이제 위협의 대상이 주드임이 명백해진다.

하지만 무디가 '돈 빈톤'이라는 자가 배후라는 말만을 남긴 채 피살되자 주드는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어진다. 주드는 환자들과 나눈 대화 중 자신은 알아차리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전 헐리우드 여배우와 존 핸슨의 동성애자 애인이 모두 결백함이 증명되고 여러가지 가설들도 모두 틀렸음이 밝혀진다.

주드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마음이 기울었던 환자 앤과 연락을 시도한다. 하지만 전화번호는 결번이었고 찾아가본 주소지 역시 잡초가 우거진 공터였다. 앤이 유럽으로 떠날 것이라는 말에 기대를 걸고 공항으로 간 주드는 우연히 이탈리아인 신부들의 대화를 듣다가 '돈 빈톤'이라는 단어를 듣는다. '돈 빈톤'은 사람 이름이 아니라 '보스'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였다.

앤은 남편이 모종의 폭력조직과 개입된 것이 아닌지 불안해서 주드를 찾아가 정신분석 상담을 받지만 남편이 하는 일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몰랐기 때문에 상담 과정 중에는 이렇다할 내용 없는 말만을 주드에게 털어놓았었다. 하지만 앤의 남편은 앤이 조직에 관한 내용을 의사에게 털어놓았을 것이라 의심했고 그녀가 의사와 좋아 지내게 되었다는 질투심까지 겹치자 주드를 살해하려 한 것이다.

 

시드니 셀던은 원래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는데 1947년에 개봉된 <독신남(The Bachelor And The Bobby)>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아카데미상을 받았고 1948년에 개봉된 <부활절 퍼레이드(Easter Parade)>와 1950년에 개봉된 <애니여 총을 잡아라(Annie Get Your Gun)>으로 미국작가조합상 각본상을 수상한다. 하지만 50세가 넘어서 소설계로 방향을 전환한 후 베스트셀러 메이커로 변신한다.

1970년에 발표된 <벌거벗은 얼굴(Naked Face)>은 시드니 셀던의 처녀작으로 트릭의 배치가 정교하고 정신분석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범인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시도하는 등 당시로서는 세련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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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7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방곤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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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중앙 유럽, 북아프리카, 그리고 극동 지방을 여행하고 나서 18세기의 인물 드 로르봉 후작에 관한 역사 연구를 완성하고자 3년째 항구도시 부빌에 체류하고 있던 로캉탱의 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일기는 1932년 1월에 시작된다.

 

드 로르봉 후작에 관한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끊임없는 의심이 고개를 쳐든다. 그는 역사를 재구성하는 일 자체에 의문을 품기에 이른다. 여관 여주인과 단속적인 성관계를 맺거나, 미술관에서 초상화를 보거나,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독서광과 간혹 대화를 나눈다. 그는 독서광이 이야기하는 바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한다.

어느 날 바닷가에서 조약돌을 던지며 놀고 있는 아이들 흉내를 내려고 돌을 집어들다가 알 수 없는 구토감을 느낀다. 그는 그 구토에 대해 설명할 수가 없다. 헤어진 연인 안니가 몇 년만에 편지를 보내온다.

로캉탱은 마로니에 나무의 뿌리를 보다가 다시 구토를 일으킨다. 그리고 비로소 구토의 원인을 깨닫는다. 사물의 존재 자체가 원인이었다.

다시 만난 안니와 '완전한 순간'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안니는 새로 생긴 남자와 떠나고, 로캉탱은 안니에게 미련을 두지 않는다.

독서광이 어린 소년에게 성적인 접촉을 가한 사건이 일어난다. 로캉탱은 그것이 성적 접촉이 아니라 독서광이 휴머니스트이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드 로르봉 후작에 관한 역사책을 쓰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은 로캉탱은 부빌을 떠나 파리에 가기로 결심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은 후 그는 역사에 관한 논문이 아닌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한다. 내일 부빌에는 비가 올 것이다.

 

로캉탱이 조약돌을 집으면서 느낀 구토 경험은 마로니에 나무의 뿌리로 이어지고 마침내 자신이 왜 구토를 느끼는지 깨닫는다. 

인간은 사물을 인식할 때 언어를 매개로 인식한다. 에스키모인은 눈 이름만 해도 수십 가지가 있기 때문에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볼 때에 그 수십 가지 중의 하나로 인식한다. 하지만 남한 사람이라면 기껏해야 함박눈이나 진눈개비 등 몇 가지 범주의 인식밖에 할 수 없다. 

로캉탱은 마로니에 나무의 뿌리를 바라보며 마찬가지로 언어를 매개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간이 부여한 '연약한 기호'인 언어가 사라지고, '가공되지 않은' 날것 자체의 '존재'로서 마로니에 뿌리가 자신을 주장하기 시작하게 되면 로캉탱과 마로니에 나무 뿌리는 아무런 연관도 없이 동떨어져 '있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마로니에 뿌리가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 누구도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은 '존재'할 뿐이며 부조리하고 우연적이다. 샤르트르는 있는 그대로의 것이고 자기 속에 안주하는 고정된 것이며 설명될 수 없는 사물을 '즉자존재'라 지칭한다.

반면에 로캉탱은 의식을 지닌 존재이다. 인간의 의식은 항상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이다. 샤르트르는 인간을 '즉자존재'와 대비시켜 '대자존재'라 칭한다. '대자존재'는 자의식을 가진 존재이며 자기 자신을 항구적으로 '부정'한다.

사물인 '즉자존재'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고 어떠한 말로 가둘 수가 없으며 그 자체로 충만한 것이기에 의식을 가진 '대자존재'인 인간은 사물과 관계를 맺을 때 그 설명할 수 없음에 부조리함을 느끼며 구토를 느끼게 된다.

 

십여 년 전 삼중당 문고본에 붉은 볼펜으로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었지만 이백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이해불가를 선언하며 작파했다가, 문예출판사 판본으로 다시 읽는다. 역자는 두 권 모두 방곤이다.

이번 독서에서도 <구토>가 이야기하는 바를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이해의 피안 저쪽에 머물던 책을 조금쯤 내 쪽으로 끌어당긴 느낌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91639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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