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제이미 제파 지음, 도솔 옮김 / 꿈꾸는돌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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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인상으로 기억되는 책이 있다면 이 책도 그럴껍니다. 대학교때 읽었던 시바료타로의 탐라기행만큼이나요. 제주도 기행을 다루고 있던 그 책도 제주도의 풍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보다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전체적인 풍경과 이미지, 그리고 떠나고 싶어지는 마음을 간절하게 담아내는 이미지가 더 깊게 남거든요. 이 책도 그렇네요. 부탄에 대한 풍물 여행기는 아니지만, 그 어느 책보다 부탄으로 떠나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듭니다.

그냥 잠깐 왔다가 그냥 '와 좋구나'라고 떠나는 여행객이 아니라 선생 신분으로 와서 이웃사람들과 친구도 되고 아이들도 가르치고 하면서 그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풍경들이 참 아름답게 기억되네요. 특히나,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참 인상적으로 기억나네요.

어느날이던가. 날이 어두워지는 날에 대한 기억을. 안개가 산과 싸움을 벌여 승리를 거두었다로 표현하는 부분처럼 문장 하나하나가 여행객답지는 않게 낭만적이네요.

숨이 막히도록 답답한 여름날이면 그렇게 떠나면 좋겠네요. 사람을 압도하는 듯한 부탄의 풍경에. 아직도 그곳에는 눈이 녹지 않고 싸여있겠죠? 집앞에 아무 할 일없이 앉아, 나를 알아보는 사람 하나 없는곳에서 햇살은 따사로이 비쳐주고, 아이들은 세상 모르고 뛰어다니고. 떠나지 못한 사람은 떠난 사람의 글에서 위안을 삼는걸까요. 서가 한곳에 꽂아두고 바로볼때마다 그렇데 훌쩍 떠나라고 이야기하는것같네요.

지은이가 가야했던 일상적인 삶, 결혼하고 대학원 진학하고. 그런 삶이 문득 지루해져, 세상에서 강렬한 기억을 찾고 싶다라는 생각에 떠났다는 지은이의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되어 읽고 나면 흐뭇해진답니다. 피와 뼈와 세포에 스며들때까지. 강렬한 기억을 얻고 싶다라는 표현이 자꾸 인상에 남네요. 내 인생에는 그런게 있을까요.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그런걸 찾지 못한다면 아마도 십년쯤 지난 후에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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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만드는 경제기사
이상건 외 지음 / 더난출판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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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씨 스타일 자체가 원론적인 내용을 이야기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일반인이라면 이 정도는 따라할 수 있지 않을까'를 더 중시하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부자 마인드 책 가운데서도 <돈버는 사람은 분명 따로 있다>가 신선하게 다가왔듯이 이 책도 그런 경우입니다. 일반적인 경제기사 읽기 책은 많이 있는데, 보다 피부로 와닿고, 건질게 많은 책입니다. 백날 무역수지가 어떻고, 환율의 원리가 어떻게 되고 이야기 해봤자 잊어버리니까, 강남 땅값이 어떻고 SKTelecom 같은 블루칩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하는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지은이가 말할려고 했던건. 경제기사 용어 설명이나 지식이 아니라, 경제지를 읽어가는 전체적인 눈을 기르는것이라 생각되네요. 그래서 왜 경제기사를 100%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되는지, 증권면에서 유심히 살펴봐야할 것들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차피 책 한권으로 경제 기사 읽는 눈을 기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자도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최소한 경제신문을 일단 구독을 하고, 1년 정도 꾸준히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는데서 괜찮았던 책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자가 기사화하는 내용은 이미 게임이 다 끝난것을 적는것 뿐이기 때문에 절대 그걸 가지고 예측을 하거나 움직이지 말라는 지적'도 괜찮네요. 아무래도 저자가 기자다 보니 그런 이야기도 해줄 수 있지 않나 생각되네요. 전작 <돈버는....>을 읽고서, 왜 종자돈이라는게 중요한지에 대해서 몇번씩 생각해보았고, 준비도 했던 분이라면. 이제 조금씩 투자하는 방법을 익히실 분이라면 뭘 어떻게 준비하고 바라봐야 하는지 많이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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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음 / 푸른숲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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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남자들은 여러 가지 집착에 가까운 생각들을 지니고 있다. 남자는 일단 강해야 한다. 그게 육체적으로 강한 것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강해야 한다. 절대 울어서는 안 되며, (남자가 눈물을 보인다는 건, 특히 남자들 앞에서 보인다는 건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일이다) 친구들끼리 술을 한잔 기울이며, '우리는 누구나 기댈 수 있는 산이 되자!'하며 목청을 드높이는 것도 남자들이 자주 하는 일이다. 지갑에 일단 돈이 없어도 어느 정도 허세를 부려야 하는 것도 절대 밑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보고자란 게 크다. 강한 모습을 보이던 선배들, 형들, 아버지들 (특히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크다), 군대 (군대만큼 남자를 한국의 남자로 만들어내는곳도 없을 꺼다)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그 틀에서 벗어나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그런 것들이 습관처럼 가치관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는 25살이다. 79년생이고, 나는 조금 어정쩡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내 위로는 특히 나이를 더 먹어갈수록 '한국 남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내 밑으로 가면 그런 것보다 자유분방한 성격들이 훨씬 돋보인다. 나를 포함한 79, 80들은 그 중간에 끼어있다. 생각으로는 내 아래의 나이처럼 자유분방한 게 더 좋다고 (가치를 따지자면) 생각하지만, 보고 배운 게 있어서 몸은 어느 정도 굳어있다. 선후배간의 깍듯함, 강한 남성의 이미지는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틀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공감할 내용이 거의 없으리라..(아무래도 내 윗 선배들의 이야기일 꺼라) 생각했는데 읽어가면서 너무 많은 부분들을 공감했다. 특히 책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아버지의 모습은 읽는 동안 내내 내가 집에서 보아왔던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내 아버지도 전형적인 '한국 남자'다. 어릴 때부터 강한 남자로 길러졌고, 싫은 내색 할 수 없게 키워지셨다. 돈을 벌기 위해 매일 애쓰시지만, 집에서는 대화 나눠줄 사람 하나 없다. 아버지 자신부터 대화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이다. (한국남자는 대화보다는 명령과 복종에 더 익숙하다)

한국을 살아가는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리고 여자분들이 읽으신다면 남자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주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한 사람의 개인적인 고백이라는 부제와 내용을 담고 있지만 누구나 읽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이다. 읽고 나서, 그리고 항상 생각하지만 그런 '한국 남자'이신 아버지의 쓸쓸한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벗어나고 싶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숙명적인 끈처럼 달고 다니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50대의 아버지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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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우연한 시선 - 최영미의 서양미술 감상
최영미 지음 / 돌베개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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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무너질것도, 더 이상 포기할것도 없이 그저 담담히 서있는 마리아 상 앞에서 너무나 인간다운 마리아의 상앞에서.. 군림하고 서있는 군주의 모습이 아닌 슬픈 눈빛을 지닌, 마음속에 가득찬 슬픔을 담은 조각앞에서..

시대의 우울을 읽고, 렘브란트의 자화상에 한참 빠져있던 그때의 느낌 그대로다. 최영미씨가 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읽게 된 책이지만, 역시 그녀의 글을 나를 편안하게 한다. 지치고 아무 생각없이 있고 싶을때 그녀의 글을 권해보고 싶다.

사실 미술에는 관심이 없다. 미술을 소개하는 책을 읽을때는 약간은 긴장을 하게 되는, 뭐라도 하나 주의깊게 들어야 하지 않을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나지만, 그녀의 글 앞에서는 마음을 편히 놓아버린다. 미술 이야기를 하지만, 그림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은 사람 이야기고 슬프고 기쁘고 외로운 사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나는 그림보다 그녀의 글솜씨에,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만 더 관심이 있다.

지극히 편안하고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좋다. 언젠가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그 마리아상에서, 그 하늘로 높이 솟구쳐 오르려는 조각상 앞에 서버고 싶다. 어떠 느낌이 들까.

정말 정말 감동이야라고 말할것은 없지만, 그러기에는 그녀의 글이 지극히 무난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기에 그럴수없지만 그래도 함께 글을 읽는시간만큼은 좋다. 익숙하지만 그게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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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Shall We Talk about Architecture?
김인철과 학생들 지음 / 동녘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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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으면서도 건축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것은 건축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 때문이다. 건축이라는 말은 공간을 떠올리게 하고 공간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머리속에서 그려내는 공간을 실제로 표현하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이다.

한참 건축에 관심있어할때, 건축이란 건물을 짓는게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공간을 짓는것이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건축을 하려면 기술자가 되기 전에 먼저 사람을 사랑할줄 알아야 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대화'다. 건축가의 길을 걸어온 김인철씨와 이제 막 건축가의 길로 들어선 학생들이 서로 나눈 대화이다. 김인철씨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시작되어, 건축을 꼭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 건축을 한다는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서두의 표현처럼 건축을 향한 희망과 열정이 가득하고, 또 그 만큼의 고민과 실망이 교차한다.

김인철씨의 당부. 건축을 하기전에 먼저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할 줄 알라고, 건축에만 빠지지 말고 두루두루 생각하는 폭을 넓히라고 말한다. 어차피 건축을 해도 막연한것은 마찬가지이니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한걸음씩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며 천천히 걸어가라고.

건축에 관심만 있을뿐인 나도 이렇게 생각이 많아지는데, 건축학도라면 오죽할까 싶다. 건축을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여백이 많은 책이지만, 한 마디 한 마디의 말들은 종이를 가득채울만큼의 무게를 남긴다.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먹고 사는것과 건축을 하는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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