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음 / 푸른숲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여자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남자들은 여러 가지 집착에 가까운 생각들을 지니고 있다. 남자는 일단 강해야 한다. 그게 육체적으로 강한 것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강해야 한다. 절대 울어서는 안 되며, (남자가 눈물을 보인다는 건, 특히 남자들 앞에서 보인다는 건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일이다) 친구들끼리 술을 한잔 기울이며, '우리는 누구나 기댈 수 있는 산이 되자!'하며 목청을 드높이는 것도 남자들이 자주 하는 일이다. 지갑에 일단 돈이 없어도 어느 정도 허세를 부려야 하는 것도 절대 밑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보고자란 게 크다. 강한 모습을 보이던 선배들, 형들, 아버지들 (특히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크다), 군대 (군대만큼 남자를 한국의 남자로 만들어내는곳도 없을 꺼다)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그 틀에서 벗어나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그런 것들이 습관처럼 가치관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는 25살이다. 79년생이고, 나는 조금 어정쩡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내 위로는 특히 나이를 더 먹어갈수록 '한국 남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내 밑으로 가면 그런 것보다 자유분방한 성격들이 훨씬 돋보인다. 나를 포함한 79, 80들은 그 중간에 끼어있다. 생각으로는 내 아래의 나이처럼 자유분방한 게 더 좋다고 (가치를 따지자면) 생각하지만, 보고 배운 게 있어서 몸은 어느 정도 굳어있다. 선후배간의 깍듯함, 강한 남성의 이미지는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틀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공감할 내용이 거의 없으리라..(아무래도 내 윗 선배들의 이야기일 꺼라) 생각했는데 읽어가면서 너무 많은 부분들을 공감했다. 특히 책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아버지의 모습은 읽는 동안 내내 내가 집에서 보아왔던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내 아버지도 전형적인 '한국 남자'다. 어릴 때부터 강한 남자로 길러졌고, 싫은 내색 할 수 없게 키워지셨다. 돈을 벌기 위해 매일 애쓰시지만, 집에서는 대화 나눠줄 사람 하나 없다. 아버지 자신부터 대화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이다. (한국남자는 대화보다는 명령과 복종에 더 익숙하다)

한국을 살아가는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리고 여자분들이 읽으신다면 남자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주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한 사람의 개인적인 고백이라는 부제와 내용을 담고 있지만 누구나 읽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이다. 읽고 나서, 그리고 항상 생각하지만 그런 '한국 남자'이신 아버지의 쓸쓸한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벗어나고 싶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숙명적인 끈처럼 달고 다니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50대의 아버지들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