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없는 여행,

글로 남겨야 한다는 중압감 없는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여행을 다니다보면 내 의도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표현을 찾게 되고,

정작 찰라의 감정은 쉬 사그라든다.

책자에 소개된 곳 아니면

그냥 지나치기 다반사요,

이름난 곳이라도 다음 스케줄에 쫓겨

눈도장만 찍도 돌아서기 일쑤니,

그걸 여행이라고 해야 할지,

미술관 관람도 아니고, 뒷목덜미를 잡아끄는

두고온 풍경은 다시 갈일이 아득하기만 하다.

그저 그런 풀숲에 앉아

몇시간이고 구름을 헤아리고도 싶고,

시골 장터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정감어린 물걸들을

짊어지는 재미는 어떨런지.

정해진 일정이 넘어서면 또 어떠하리.

허름한 민박집에라도 들러

찬밥 물 말아먹고 뜨신 아랫목에

몸 데우고 잠을 청하면

내일 다닐 곳은 내일 정하면 그만 아닌가.

늦잠을 자도 내 뜻이요,

일찍 서둘러 나서도 나무랄 사람 없거늘...

 

달이 지고 해가 뜨고, 길을 걸으니 바람 불고

깊은 산에 새가 날고, 강물 소리에 구름 뜨고

산사 들러 마음 비니 집 그리워 발길 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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