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서 배운 예술가의 초상 - 연극배우 전무송

예술에 대한 뚜렷한 의지와 자부심! 어떤 고통과 외로움에도 굴복하지 않는 '진지한' 주인공 크리스토프에게서 나는 예술가의 근원적 초상, 혹은 원형의 모습을 읽는다. 비단 바깥으로 보이는 불굴의 의지뿐 아니라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외로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그의 마음 안쪽 풍경까지도.

-로맹 롤랑 <장 크리스토프> : 19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장 크리스토프>는 독일인 음악가가 인생 체험을 거쳐 세계시민으로까지 승화해가는 과정을 그린 교양소설. 작가는 베토벤을 모델로 하여 썼다고 한다.

 
 >>세상과 불온한 음악가와 세상이 버렸으나 음악으로 세상을 구원한 방황, 소외, 창작의 길을 간 음악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베토벤의 운명을 지겹도록 들었다. 이 책은 운명처럼 다가왔고, 글이 음표로 보이는 행복한 경험도 작가의 음악을 그려내는 위대함 때문이 아닐런지. 작가가 10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을 3일에 헤치운 속독이 되려 죄스런 마음이 들 정도로 장크리스토프는 명작이기 이전에 위대한 악보였다.

   
 

생물들이 우글거리는 풀 속이나 곤충들이 날갯짓을 하며 윙윙거리는 나무그늘 밑에서 뒹굴던 크리스토프는 개미나 거미나 메뚜기나 풍뎅이 따위가 움직이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 또는 손을 깍지끼어 머리를 받치고 누워 눈을 감고 보이지 않는 오케스트라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향긋한 냄새가 풍기는 전나무 주위를 비추는 한 가닥 햇살 속에서 미친 듯 뱅글뱅글 돌고 있는 날벌레들의 윤무, 모기들의 브라스 밴드, 말벌들의 큰 오르간 소리, 나무 꼭대기에서 마치 종소리처럼 떨고 있는 야생 꿀벌떼, 그리고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의 맑은 속삭임, 산들바람을 맞은 나뭇가지들의 부드러운 한들거림, 물결치는 풀숲의 잎사귀끼리 스치는 아스라한 소리. 그것은 맑은 호수의 수면에 주름을 잡는 미풍 같기도 하고, 대기 속을 지나 사라져가는 연인의 발걸음 소리 같기도 했다.

크리스토프는 그러한 모든 소리와 아우성을 자신의 내부에서 듣고 있었다. 그들 생물의 가장 미미한 존재로부터 가장 큰 존재에 이르기까지 그들에겐 같은 삶의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 자신조차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며 세상과 불온하던 연약한 존재였던 크리스토프. 음악으로 인해 구원받은 그는 죽음 같이 정지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음악의 생명수를 흐르게 한다. 이웃을 끌어 안고, 자신의 음악을 부정하고 악의적인 평을 서슴치 않던 적까지 포용한다. 무기력에 온기를 불어넣고, 슬픔에 위로를  대립에 화해를, 마움에 사랑을 퍼뜨린다. 세상에 반항하는 어린 영혼을 품어 안는 노년의 크리스토프는 생을 관통하던 음악이야말로 살아갈 이유였고, 죽음의 순간에도 순응할 수 있었던 힘이었던 것.
로맹 롤랑의 필치 속에 위대한 음악가의 노래의 환청같은 음악이 내내 따라다녔다. 활자는 음표,행간은 간주였다.
   
 

 예술, 그것은 독수리가 먹이를 채가듯 인생을 낚아채어 이를 공중으로 실어나르고 이와 더불어 맑게 갠 창공으로 드높이 오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톱과 커다란 날개와 힘찬 심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네들은 보잘 것 없는 참새에 불과해. 그리하여 썩은 고깃덩어리라도 찾아내면 곧 이것을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며 잭짹거리고 쪼아대지.  예술은 거리의 떠돌이에게 던져주는 하찮은 음식이 아니야. 과연 하나의 향락이지.모든 향락 중에서 가장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라구. 하지만 그 향락은 치열한 투쟁에 의해서만 획득될 수 있는 것이다. 2권 201P

 
   

**알라딘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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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크리스토프는 1904∼12년에 발표된 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의 대하소설. 음악가의 핏줄을 이어받은 주인공 장 크리스토프에게는 베토벤의 인상이 짙게 깔려 있다. 음악과 자연에 대한 깨달음, 빈곤과 굴욕으로 인한 좌절, 우정과 첫사랑을 경험하고, 숙부 고트프리트의 영향을 받아 전통적인 우상을 반대하고, 숭고한 것을 목표로 삼는 청년으로 성장해 간다.
그는 파리로 가지만 자유의 대도시에 사는 지식인들의 진부하고 비열한 언동과 충돌하며 이상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한다. 이러한 대목은 일종의 문명비평을 내포한다. 동일한 사명감을 가진 올리비에와 만나지만 데모에 참가했던 올리비에는 죽고, 그는 그 혼란 속에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인해 스위스로 망명한다. 산 속에서 들은 신의 음성, 젊은 시절에 만났던 이탈리아 여성과의 재회 등이 서술되어 있다. 작품의 대단원에서 대작곡가가 된 그는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다. --한메디지털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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