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인지, 기운없고 하늘만 쳐다보게 되는 그런 날이 있다.
가슴 한 구석이 다크서클이라도 낀 것 같은 칙칙한 하루.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얼굴로 활기차게 걷는데
내 구부정한 어깨는 회색빛 먹구름처럼
우울한 그림자를 몰고다니는 것 같은 ...
아는 이름을 떠올려보고 책장을 뒤적여도
그곳에 닿기 전에 기억이 휘발성 작용을 일으킨다.
그때 썰물처럼 들려오는 오미희의 목소리가 애인보다 반가울까.
연인에게 수화기를 돌리듯
이 시간이면 자연스레 라디오를 켜는 것도.
그녀에게 중독된 탓이다.
심심할 때, 외로울 때, 허무할 때 ~!!
라디오는 내 애인.
어머니의 곰탕 끓이는 집으로 가면
가슴 시린 우울은 걷어질 꺼라는
그녀의 속살거리는 목소리가 사라지자
설렁탕 집에 가서도 설렁탕은 고이 모셔두고
김치에 돌솥밥만 비우고 나오는 내가
오늘은 그만, 곰탕에 밥 한그릇 후루룩 말아먹고 싶어진다.
바비킴의 목소리는 슬프다.
노래가사가 슬퍼서 슬픈건지
그의 목소리때문에 더 슬프게 들리는건지...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하게 태어났나봐
1년을 하루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하고 있잖아
아무리 기다려도 내게로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