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지지직~ 거리는 정체불명의

소리들을 조합해야 한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처럼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을 비워놓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다만, 노트북을 켜고, 일상을 시작하기 전

자연스런 일과가 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다 더 마음이 가고 애틋한 프로를 만나기도 한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면 사무실에 홀로 있어도

홀자라는 느낌보다 둘이라는 생각에 덜 외롭고,

오만가지 생각의 갈래가 가지를 쳐갈 때

차분한 클래식 음악이 대신 생각을 정리해주기도 한다.

남의 사연을 엿들으며 누군가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괜시리 고맙게 느껴지고, 이물없이 DJ에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 애청자의 사연은 아날로그의 도타운 정을 느끼게 한다.

만나서 이야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화장을 하고 치장에 신경써야 하는 격식에서 자유로운게

또한 라디오DJ들 아닌가.

나는 화장을 즐겨하지 않는다.

스킨과 로션, 그리고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면 끝.

어쩌다 형식을 갖춘 미팅이 있을 시엔 립스틱 하나 덧대는 정도.

약속을 하더라도 시간을 정해놓고 만나는 것보다

불현듯 그리운 사람을 우연히 만나듯 그렇게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 일부러 그를, 그녀를 만나기 위해

아침부터 옷에 신경쓸 예정 따위는 없는 것이다.

간혹 라디오의 수다가 일을 방해하기도 하고,

대화에 끼고 싶어 볼륨을 높이기도 하지만

얄밉지 않은건 치근덕대는 집요함이 없기 때문이다.

꼭 보아달라고 방송 전에 예고편을 달리지도 않고,

다시 보아 달라고 재방을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질리지 않고,

우연히 듣고 싶더 목소리를 만나면

오랜 친구를 만난듯 반갑기까지 한 것이다.

그래서 난 라디오가 좋다.

라디오같은 나.

그래서 난 라디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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