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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도 습관이다 - 생각에 휘둘리고 혼자 상처받는 사람들
최명기 지음 / 알키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도 압구정, 강남역에는 성형외과 광고가 즐비하고

TV, 인터넷, 스마트폰 광고 또한 이 제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마치 시대에 뒤떨어질 것만 같게 만드는,  

무의식적인 압력을 가하는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타인을 많이 의식하는 경향이 있는 동아시아인들의 특성은 

평균적인 행복도를 많이 낮추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하지요.

더군다나 한국인들은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늘 적응해내야 한다는 부담에 늘 노출되어 있기도 합니다.


지금껏 우리에게 '걱정', '마음의 병'에 대한 내용은 

주로 법정 스님 같은 불가 고승들이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형태로 많이 설파되어 왔습니다.

반면 이 책은 불가의 선문답과 달리 추상적인 내용이 아예 없고 매우 가볍고 편하게 훑을 수 있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사례들을 나열하고 있는데 결국 내용은 일맥상통합니다. 



우리의 현실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과 늘 괴리를 보일 수 밖에 없고

현실을 인정하고 머물거나

타협이라는 형태를 통해 현실적인 접점을 찾아보거나 

아니면 계속 무지개를 쫓는 것 모두 각자의 선택입니다.


그 과정에서 늘 다른 이들과 부딪치게 되는데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를 통해 얻는 스트레스는 절대 육체적 손상 못지 않습니다.

어차피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애물단지와도 같지만

머리를 가볍게, 마음을 비우는 치료에 대한 인식은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현대인들은 수렵시대가 끝나면서 육체적으로 다칠 염려는 줄어든 반면 

감정노동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다치는 일이 빈번합니다. 

이는 육체적 건강 못지 않은 중요한 이슈인데 아직까지도 정신치료나 상담에 대한 필요성은 

'너 무슨 문제라도 있냐?'라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등 여전히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고 있지요.


굳건한 멘탈을 토대로 '걱정'이라는 파고를 넘어 

이런 스트레스 요인을 오히려 자신의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

부나 사회적 지위같은 단순한 척도를 넘어 험난한 현대 사회의 진정한 승리자가 아닌가 합니다. 



-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    라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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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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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래 전 예술의 전당에서 장애를 앓고 있는 화가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하는걸 우연히 본 적이 있었는데 

자폐증인 것 같은 작가가 그린 추상화를 보고 한 5분간 자리를 못뜬 기억이 납니다.

(작가가 자기 작품 옆에 보호자와 함께 있는 방식이더군요)​

검은 은하수를 보는내내 게르니카의 우주적 버전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당시에는 경제적 능력이 없었지만 지금 그 그림을 다시 본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살 것 같네요.

 

장애를 핵심 소재로 다룬 대표적인 책으로는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그리고 얼마 전에 적기도 했던 정유정의 <두근두근 내 인생> 등이 있고

이외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같은 명화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신경학 교수이자 의사인 저자 올리버 색스가 

임상사례 같은 의학적인 진단·처방 내용을 다루는 동시에 

이를 단순한 차트기록이 아닌 일종의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특징을 지닌 작품입니다.

 

장애를 다루는 작품 중에는 그들을 이해하려 하거나 그들이, 또는 그들을 통해 사람들이

역경을 딛고 이 세상을 살아갔으면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이 임상결과를 단순히 여느 다른 책들처럼 그들을 감싸안는 형태에 국한됐다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진 못했을겁니다.

 

다양한 장애 사례들 중 특히 본문 1~2부에 담긴 여러 에피소드에서 

'상실', '과잉' 등을 바탕으로 그들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진행되는데

읽으면서 무릎을 친, 냉소와 인간애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에피소드 '대통령의 연설'은 감탄 그 자체였습니다. 

 

매력적인 배우 출신의 대통령이 성우 뺨치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능란한 화술로 연설을 하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즐거워하는 반면 

수용성 언어장애 등 소위 언어상실증에 걸린 장애인? 에밀리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 조금도 공감하지 않습니다.

"설득력이 없어죠. 문장이 엉망이고 조리도 없어요. 머리가 돌았거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

꾸민 표정 지나친 몸짓 등에서 드러나는 부자연스러움을 감지하는 그들에게는 

거짓말을 해도 금새 들통나는 것이죠.

대통령 연설의 패러독스, 뇌에 장애를 가진 사람 외 대다수가 

교묘한 말솜씨와 음색에 속아넘어가는 현실 속에서 그녀를 장애인으로 볼 수 있을까요?


종교를 믿지 않으면 화형을 당하거나​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계란을 던지는게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다른 이들이 틀린 게 아니라 그저 생각이 다를 뿐일 수 있음을,

심지어 일반인들이 그들을 이해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거꾸로 그들이 외눈박이 세상에 온 두눈박이일지도 모른다는 것임을...

 

의과학을 문학으로 멋들어지게 승화시킨 작가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과연 정상일까요?​

 

     '인간은 기억 만으로 이루어진 존재는 아닙니다'           - '길 잃은 뱃사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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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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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회문제를 서사의 중심에 둔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게 한겨레문학상의 특징이죠.

그간 읽었던 절반 정도의 역대 수상작 중 전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의, 

감성적이면서도 참혹할 정도로 처절한 문체가 제일 인상적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동아일보 기자 출신 작가가 수상자인 <표백> 또한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지향점 없이 '표백' 당해버린 젊은 세대들의 '자살선언'을 다루고 있는, 대단히 논쟁적인 작품입니다. 

누군가는 본문에 상당히 공감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내용으로 읽힐텐데,

아마 그간 올려왔던 책들 중 호불호가 가장 극명하게 엇갈릴 내용인 것 같네요.

(더군다나 본문 속 화자의 별명은 무려 '적그리스도'입니다. 자아가 강한 작가들도 어지간해서는 회피하는 용어를...​)

 

상당부분 공감가는 내용도 있었고,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내용도 꽤 있는데 

공감 55 비공감 45랄까요, 전 공감하는 내용이 살짝 더 많았습니다.

작가가 지칭한 20대~30대 초반 세대 내부적으로도 본문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릴 것이고,

가령 졸업생-재학생 간담회 중 하기 부분은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저는요, 젊은이들 더러 도전하라는 말이 젊은 세대를 착취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뭣모르고 잘 속는 어린애들한테 이것저것 시켜봐서 되는지 안 되는지 알아보고 

 되는 분야에는 기성세대들도 뛰어들겠다는거 아닌가요?

 도전이라는 게 그렇게 수지맞는 장사라면 왜 그 일을 청년의 특권이라면서 양보합니까?

 척 보기에도 승률이 희박해 보이니까 자기들은 안하고 청년의 패기 운운 하는 거잖아요."

"이름이 뭐랬지? 넌 우리 회사 오면 안되겠다."

 그말을 듣고 나는 빈정대는 말투로 한마디 내뱉었다.

"거 봐, 아까는 도전하라고 훈계하더니 내가 막상 도전하니까 안 받아주잖아."

 

기성세대에게 어퍼컷을 제대로 날리는, 어떤 면에서는 매우 속시원한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소설 속 '대기업 재직자'가 재학생들에게 '도전정신' 운운하는 건 참 역설적이네요)

록 밴드를 하고 주먹을 날리던 이가 사회에 나와서는 가장 갑갑한 공무원을 하는 설정이나

국정감사가 끝난 뒤 룸에서 공무원을 접대하다가 폭발하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모난 돌이 되지 않기 위해 두루뭉술 어물쩍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 한국에서 

이런 직설 화법은 환영하고 싶습니다.

공감을 받든 못 받든 그건 독자의 선택이고, 화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뿐이므로.

 

단 <표백>이 그저 어두운 면만 담은, 디스토피아적인 책은 결코 아니며

작금의 젊은 세대가 직면한 상황과 사회적 현실을 

신랄한 어투로 파고든다는 명백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책에서 지칭한 '표백'당한 세대들의 경우 

나이나 사회경력 상의 차이는 6~7년이더라도 실질적인 격차는 10년 이상 나는게 

저성장 시대의 현실입니다.

새마을운동 세대, 386 세대와 달리 C D E G I M P U 88만원 세대 등등등... 

별의별 명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 세대를, 전 '잉여'의 세대라 칭하고 싶네요.

작가는 젊은이들이 직면한 세상을 마릴린 맨슨의 노래제목처럼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라 칭하는데, 

저에게는 '그레이트 빅 엿'으로 읽혔습니다ㅎ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워낙 빠른 한국에서,

각자 살아온 환경이 너무나도 달랐던 각 세대가 과연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굶어보지 않고 독재정권을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하여 현 젊은이들을 나약하다고 치부하는 게 

그저 자기가 경험해본 입장으로만 따지고 판단하는 '꼰대'에 불과하거나​

어쩌면 대학교 오티에서 갓 입학한 신입생을 훈계하는 2학년생의 모습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젊은 세대들이 처한 상황과 그 내면을 이해하고 싶다면, 곰곰이 생각해볼 이슈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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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사이드 MBA
마이클 매지오 & 폴 오이오 & 스콧 셰이퍼 지음, 노승영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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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자영업자 등 경영인과 샐러리맨·투자자와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이냐는 이야기가 잠깐 오고간 일이 있었는데 

여러 기업을 운영해본 분의 말씀이 대단히 기억에 남습니다.


"창업은 <식물>이고, 나머지는 <동물>입니다. 샐러리맨은 월급을 받다가, 그리고 투자자는 채권이나 주식을 거래하면서 아니다 싶으면 떠나겠다는 선택을 내리기 대단히 쉽지만 경영자는 한 번 시작하면 식물처럼 그 자리에 못박혀버리기 때문이죠."


직장생활이 끝나거나 남의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한계를 느껴

'나만의 사업'이라는 희망을 안고 무모하게 진입하는 것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꼬집는 비유,

오랜 세월 자영업을 겪어온 유경험자의 말씀에 모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IMF 이후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본격 증가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어렵다는 이슈는 최근 수없이 회자되었는데

그만큼 대기업이든 소규모 자영업이든 창업의 어려움과 위험성이 잘 표현해준다고 봅니다. 


요즘 MBA의 존재의의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별 의미없는 범람하는 자격증들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현실과 달리 이론에 갇힌 학자들이 

따분한 학회 등을 열면서 이론적인 내용을 강의하는 데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에 나오면 이미 현실 그 자체가 MBA 사례들로 가득한데

굳이 그 비용을 들여가며 간판을 얻는다는건 특히 한국에서는 이력서를 채우는 목적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명망있는 교수들이, 

미국 전역을 실제로 직접 돌면서 경영자들로부터 현실사례들을 듣고 경영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여

상아탑이라는 이론과 실제 현실 사이의 접합점을 찾고자 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이윤을 많이 내는 것이 당연한 기업의 목적이고, 이론적인 측면이라고 한다면

사출기 제조회사의 경영자는 이와 반대로 자신은

잠깐 여유가 있다고 해서 많은 이윤을 취할 경우 당장은 좋을 수 있지만 

'진입장벽'을 낮추어 신규 경쟁자들이 생기게 되므로

오히려 적당한 수준의 이윤을 유지하면서 누군가가 시장에 진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한다고 말하지요.

이런 것들이 바로 이론이 아닌 현실입니다. 


또한 채용 부문에서 허수 지원을 가려내는 방법이나 

직업에게 동기부여를 할 때 고객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가하여 회사에 되려 해가 되지 않도록 잘 설정해야 한다는 부분 

(특히 인센티브)

회계적 정량적 수치에 의존하는 실적 평가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내용 등은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된, 실전 경영을 해온 이들의 오랜 노하우를 짐작케하는 것들입니다.


본문에서는 커피나 음식점 같은 F&B, 서비스업부터 제조업, 상조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많은 내용을 담다보니 하나의 사례에 깊은 내용을 담기에는 할애된 분량이 한정적이라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되고, 

다루고 있는 회사들이 주로 중소기업들로 창업을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식물'이 되고자하는 본인이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을지, 영감을 받을만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진입장벽이나 차별화 같은 내용 외 조직규모가 점차 커나가면서 필연적으로 겪게되는 

인력 채용, 직원 동기부여, 위임전결에 대한 내용도 순차적으로 담고 있어 구성이 매끄럽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저자가 학자/교수일 때의 장점이 엿보입니다.)



현재 한국은 장기 내수불황 속 자영업 부채가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이고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저금리에 의존하여 상황을 타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단순 프랜차이즈 창업이 많다는 건 그만큼 고민이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이는 3년 내 폐업 비율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그런 차원에서 대기업 경영 못지않게 어렵고 고생해야 하는 창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분야이고 수없이 고민해야 하는지,

경영철학을 확립하고 굳건한 '식물로서 생존'하길 원한다면

다시 한 번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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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세계적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빅데이터로 밝혀낸 3가지 성장 법칙
마이클 E. 레이너 & 뭄타즈 아메드 지음, 딜로이트컨설팅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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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월한 기업에 대한 열망은 모든 기업인, 그리고 좋은 회사를 다니고자 하는 피고용인 모두에게 공통된 과제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복잡한 세상, 다양한 업종 내 수많은 기업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떤 일관된 법칙을 발견하기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워낙 방대한 작업이기에 다방면에서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도 상당한데, 딜로이트컨설팅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이 어려운 과제에 도전했네요.


 2천년대 이전 컨설팅 회사들은 대개 기업성장과 혁신을 위해 M&A를 적극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전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완연하여 재무건정성의 중요도가 각광받고 있는 최근에는 적용되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M&A나 사업다각화처럼 이전에 주목받았던 방식들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대형·중소형 M&A를 적극적으로 시도했는지 여부 혹은 사업다각화·소수 고객 집중 여부를 탁월한 기업을 가늠하는 일관적인 잣대로 적용할 수 없었다고 초반부에 바로 이야기합니다. 결국 '경우에 따라서'라는 결론이므로 다소 아쉬울수도 있겠으나, 그만큼 기업경영은 일정한 유형이 없을만큼 변수가 많고 '창발적'이기에 추상적이더라도 오히려 납득할만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크게 반도체, 의료기기, 전기배선, 의류, 제과, 식료품, 제약, 화물운송, 가전제품으로 산업섹터를 구별하고 업종 내 여러 회사들에 대한 정량적인 재무적 지표라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탁월함을 이룰 수 있는 명제를 찾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내린 결론은


1. 가격 이상의 경쟁력을 중요시하라

2. 원가보다 매출에 집중하라

3. 더 이상의 다른 법칙은 없다   입니다.


 정량적 재무지표라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면서 두번째 명제인 매출에 집중하라는 결론을 낸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명제로 비가격적, 정성적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명제가 나왔다는 건 일견 모순적이면서도 독특합니다. 그렇지만 이는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동시에 일반적으로 정량적 분석을 기초로 한 빅데이터의 한계를 보완해줄 수 있는 결론이란 생각이 듭니다.


 기업의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을 평가하는 데에는 다양한 지표가 있지만 저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지표는 총자산순이익률 및 매출액순이익률입니다. 특히 총자산순이익률은 회사의 성장성·수익성 못지않게 재무 안정성 확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지표이지요. 일반적으로 설비투자가 이루어지면 총자산이 늘어나면서 차입금 증가 등 회사에 재무적 부담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의 상승을 위한다면 결국 매출이 늘어나거나, 원가를 절감하거나, 분모인 자산 자체가 감소해야 하지요. 그런데 원가 절감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상식이지만 실제로 빅데이터를 통해 정리해보면 단순히 원가 절감만을 강조한 기업들의 경우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 경쟁에 그치기 때문에 평균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역량있는 직원은 좋은 회사를 찾아가는 것처럼, 인건비나 연구개발 등에 대한 투자가 약하다면 내실있는 기업 또는 품질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한계가 오겠지요. 따라서 원가를 통제하는 일이 중요치 않다기보다는 매출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이 책에서 제시하는 2번째 명제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첫번째 명제, 비가격적 경쟁력을 과연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라는 해답은 경영학도들이 다양한 기업경영 사례들을 연구하면서 그들의 전략을 분석하듯 정량적인 빅데이터를 토대로 탁월한 기업을 역추적하는 것과는 별도의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뛰어난 재무적 지표를 일궈낸 회사들을 추려내고 이들이 이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각 회사별로 부연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령 탁월한 화물운송회사인 하트랜드 익스프레스의 경우 설비투자/자산을 줄이기 위해 차량 등을 회사 자체적으로 보유하기보다는 자차 운전기사 고용비중을 늘렸고, 차량고장 및 인력이동이 잦을 수 있다는 단점은 자녀 장학금 지급이나 높은 급여 등 원가 경쟁력에서 오히려 밀릴 수 있는 선택을 내리면서 돌파합니다. 전세계 공통적으로 운송업에서 원가 절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본다면 이들의 차별화가 놀라운 일임을 새삼 느낄 수 있는데, 공짜 점심이 없는 것처럼 적정한 투자가 있어야 매출 증대 및 가격 상승이라는 보상이 따라올 수 있음을 반증해줍니다.


 사실 정성적 경쟁력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동시에 대단히 모호한 주제이고 그 어떤 책에서도 명쾌하게 해법을 제시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기업경영의 구루 격인 피터 드러커조차 '혁신'이라는 테제를 제시하고 다양한 설명을 덧붙이는데 그치고 있듯. 하지만 그 탁월한 기업들이 재무제표를 통해 어떤 재무적 성과를 거두었는지, 그들이 이루어낸 수치적 결과를 토대로 기업들의 정성적 전략을 재평가 하는 것 또한 흥미로운 접근방식일 것입니다.


 결국 모든 비행기들은 이륙하고 나면 언젠가는 지상으로 착륙하기 마련이고, 이는 모든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원히 창공을 날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어떤 비행기들은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 날아가기도 하며 이는 조종사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중력을 완전히 거스를수는 없더라도 최대한 오래 비껴갈 수 있는 방법을 저자들이 100% 제시해준다고 볼 수는 없지만 광범위한 시간, 업종 등을 토대로 내린 이 책의 결론은 한 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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