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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사이드 MBA
마이클 매지오 & 폴 오이오 & 스콧 셰이퍼 지음, 노승영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자영업자 등 경영인과 샐러리맨·투자자와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이냐는 이야기가 잠깐 오고간 일이 있었는데
여러 기업을 운영해본 분의 말씀이 대단히 기억에 남습니다.
"창업은 <식물>이고, 나머지는 <동물>입니다. 샐러리맨은 월급을 받다가, 그리고 투자자는 채권이나 주식을 거래하면서 아니다 싶으면 떠나겠다는 선택을 내리기 대단히 쉽지만 경영자는 한 번 시작하면 식물처럼 그 자리에 못박혀버리기 때문이죠."
직장생활이 끝나거나 남의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한계를 느껴
'나만의 사업'이라는 희망을 안고 무모하게 진입하는 것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꼬집는 비유,
오랜 세월 자영업을 겪어온 유경험자의 말씀에 모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IMF 이후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본격 증가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어렵다는 이슈는 최근 수없이 회자되었는데
그만큼 대기업이든 소규모 자영업이든 창업의 어려움과 위험성이 잘 표현해준다고 봅니다.
요즘 MBA의 존재의의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별 의미없는 범람하는 자격증들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현실과 달리 이론에 갇힌 학자들이
따분한 학회 등을 열면서 이론적인 내용을 강의하는 데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에 나오면 이미 현실 그 자체가 MBA 사례들로 가득한데
굳이 그 비용을 들여가며 간판을 얻는다는건 특히 한국에서는 이력서를 채우는 목적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명망있는 교수들이,
미국 전역을 실제로 직접 돌면서 경영자들로부터 현실사례들을 듣고 경영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여
상아탑이라는 이론과 실제 현실 사이의 접합점을 찾고자 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이윤을 많이 내는 것이 당연한 기업의 목적이고, 이론적인 측면이라고 한다면
사출기 제조회사의 경영자는 이와 반대로 자신은
잠깐 여유가 있다고 해서 많은 이윤을 취할 경우 당장은 좋을 수 있지만
'진입장벽'을 낮추어 신규 경쟁자들이 생기게 되므로
오히려 적당한 수준의 이윤을 유지하면서 누군가가 시장에 진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한다고 말하지요.
이런 것들이 바로 이론이 아닌 현실입니다.
또한 채용 부문에서 허수 지원을 가려내는 방법이나
직업에게 동기부여를 할 때 고객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가하여 회사에 되려 해가 되지 않도록 잘 설정해야 한다는 부분
(특히 인센티브)
회계적 정량적 수치에 의존하는 실적 평가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내용 등은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된, 실전 경영을 해온 이들의 오랜 노하우를 짐작케하는 것들입니다.
본문에서는 커피나 음식점 같은 F&B, 서비스업부터 제조업, 상조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많은 내용을 담다보니 하나의 사례에 깊은 내용을 담기에는 할애된 분량이 한정적이라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되고,
다루고 있는 회사들이 주로 중소기업들로 창업을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식물'이 되고자하는 본인이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을지, 영감을 받을만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진입장벽이나 차별화 같은 내용 외 조직규모가 점차 커나가면서 필연적으로 겪게되는
인력 채용, 직원 동기부여, 위임전결에 대한 내용도 순차적으로 담고 있어 구성이 매끄럽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저자가 학자/교수일 때의 장점이 엿보입니다.)
현재 한국은 장기 내수불황 속 자영업 부채가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이고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저금리에 의존하여 상황을 타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단순 프랜차이즈 창업이 많다는 건 그만큼 고민이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이는 3년 내 폐업 비율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그런 차원에서 대기업 경영 못지않게 어렵고 고생해야 하는 창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분야이고 수없이 고민해야 하는지,
경영철학을 확립하고 굳건한 '식물로서 생존'하길 원한다면
다시 한 번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