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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세계적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빅데이터로 밝혀낸 3가지 성장 법칙
마이클 E. 레이너 & 뭄타즈 아메드 지음, 딜로이트컨설팅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탁월한 기업에 대한 열망은 모든 기업인, 그리고 좋은 회사를 다니고자 하는 피고용인 모두에게 공통된 과제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복잡한 세상, 다양한 업종 내 수많은 기업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떤 일관된 법칙을 발견하기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워낙 방대한 작업이기에 다방면에서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도 상당한데, 딜로이트컨설팅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이 어려운 과제에 도전했네요.
2천년대 이전 컨설팅 회사들은 대개 기업성장과 혁신을 위해 M&A를 적극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전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완연하여 재무건정성의 중요도가 각광받고 있는 최근에는 적용되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M&A나 사업다각화처럼 이전에 주목받았던 방식들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대형·중소형 M&A를 적극적으로 시도했는지 여부 혹은 사업다각화·소수 고객 집중 여부를 탁월한 기업을 가늠하는 일관적인 잣대로 적용할 수 없었다고 초반부에 바로 이야기합니다. 결국 '경우에 따라서'라는 결론이므로 다소 아쉬울수도 있겠으나, 그만큼 기업경영은 일정한 유형이 없을만큼 변수가 많고 '창발적'이기에 추상적이더라도 오히려 납득할만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크게 반도체, 의료기기, 전기배선, 의류, 제과, 식료품, 제약, 화물운송, 가전제품으로 산업섹터를 구별하고 업종 내 여러 회사들에 대한 정량적인 재무적 지표라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탁월함을 이룰 수 있는 명제를 찾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내린 결론은
1. 가격 이상의 경쟁력을 중요시하라
2. 원가보다 매출에 집중하라
3. 더 이상의 다른 법칙은 없다 입니다.
정량적 재무지표라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면서 두번째 명제인 매출에 집중하라는 결론을 낸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명제로 비가격적, 정성적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명제가 나왔다는 건 일견 모순적이면서도 독특합니다. 그렇지만 이는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동시에 일반적으로 정량적 분석을 기초로 한 빅데이터의 한계를 보완해줄 수 있는 결론이란 생각이 듭니다.
기업의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을 평가하는 데에는 다양한 지표가 있지만 저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지표는 총자산순이익률 및 매출액순이익률입니다. 특히 총자산순이익률은 회사의 성장성·수익성 못지않게 재무 안정성 확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지표이지요. 일반적으로 설비투자가 이루어지면 총자산이 늘어나면서 차입금 증가 등 회사에 재무적 부담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의 상승을 위한다면 결국 매출이 늘어나거나, 원가를 절감하거나, 분모인 자산 자체가 감소해야 하지요. 그런데 원가 절감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상식이지만 실제로 빅데이터를 통해 정리해보면 단순히 원가 절감만을 강조한 기업들의 경우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 경쟁에 그치기 때문에 평균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역량있는 직원은 좋은 회사를 찾아가는 것처럼, 인건비나 연구개발 등에 대한 투자가 약하다면 내실있는 기업 또는 품질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한계가 오겠지요. 따라서 원가를 통제하는 일이 중요치 않다기보다는 매출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이 책에서 제시하는 2번째 명제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첫번째 명제, 비가격적 경쟁력을 과연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라는 해답은 경영학도들이 다양한 기업경영 사례들을 연구하면서 그들의 전략을 분석하듯 정량적인 빅데이터를 토대로 탁월한 기업을 역추적하는 것과는 별도의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뛰어난 재무적 지표를 일궈낸 회사들을 추려내고 이들이 이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각 회사별로 부연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령 탁월한 화물운송회사인 하트랜드 익스프레스의 경우 설비투자/자산을 줄이기 위해 차량 등을 회사 자체적으로 보유하기보다는 자차 운전기사 고용비중을 늘렸고, 차량고장 및 인력이동이 잦을 수 있다는 단점은 자녀 장학금 지급이나 높은 급여 등 원가 경쟁력에서 오히려 밀릴 수 있는 선택을 내리면서 돌파합니다. 전세계 공통적으로 운송업에서 원가 절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본다면 이들의 차별화가 놀라운 일임을 새삼 느낄 수 있는데, 공짜 점심이 없는 것처럼 적정한 투자가 있어야 매출 증대 및 가격 상승이라는 보상이 따라올 수 있음을 반증해줍니다.
사실 정성적 경쟁력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동시에 대단히 모호한 주제이고 그 어떤 책에서도 명쾌하게 해법을 제시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기업경영의 구루 격인 피터 드러커조차 '혁신'이라는 테제를 제시하고 다양한 설명을 덧붙이는데 그치고 있듯. 하지만 그 탁월한 기업들이 재무제표를 통해 어떤 재무적 성과를 거두었는지, 그들이 이루어낸 수치적 결과를 토대로 기업들의 정성적 전략을 재평가 하는 것 또한 흥미로운 접근방식일 것입니다.
결국 모든 비행기들은 이륙하고 나면 언젠가는 지상으로 착륙하기 마련이고, 이는 모든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원히 창공을 날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어떤 비행기들은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 날아가기도 하며 이는 조종사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중력을 완전히 거스를수는 없더라도 최대한 오래 비껴갈 수 있는 방법을 저자들이 100% 제시해준다고 볼 수는 없지만 광범위한 시간, 업종 등을 토대로 내린 이 책의 결론은 한 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