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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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거부하기 힘든 야밤의 소울푸드 치킨, 

'치느님'이 강림하사 우리의 밤은 더욱 맛있고 우리의 배는 더욱 복스러워집니다.

후라이드인가, 양념인가, 반반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현재 치킨은 너무나도 대중적인 음식이지만 의외로 이에 대해 깊이 파헤쳐본 책은 없었는데

가볍게 지나쳐버릴만한 빈틈을 잘 파고든 저자는 '치믈리에'가 되어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냅니다.


본서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말만 많은 논객들이 사회적 현상을 단순히 짚어대는 수준에서 벗어나

직접 치킨대학 입학을 시도해보고 다수의 창업설명회 혹은 치킨학원에 다니거나 점주들이 모이는 까페를 살피고 

추가로 프랜차이즈 점주들 및 양계 농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풍부한 리얼리티를 가미했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 농촌·농업 사회학을 연구하는 시간강사인 저자가 

실제 닭을 튀기는 과정이나 염지 등에 대한 세밀한 설명부터 

국내 각 야구장 펜스 광고에 어떤 프랜차이즈 광고가 게재되어있는지까지 

청진기를 들이대듯 세부적으로 접근, 다방면으로 공들여 취재했음을 절로 느끼게 됩니다.



영양치킨에서 림스치킨, 멕시카나, BBQ, 교촌, 붉닭, 굽네, 네네, 오빠닭,

그리고 KFC의 도입-부상-쇠락(+이유)에 이르는 다양한 프랜차이즈들의 역사는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도 밀접하게 맞닿아있기에 가독성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종종 담백한 백숙이나 기름기를 뺀 닭을 찾다가도 결국 맛있고 자극적인 염지에 혹하여 

'기승전 후라이드~'로 회귀하게 된다는 부분은 식탐에 약한 모든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


치킨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콜라와 맥주고 특히 '치맥'은 진리죠.

과탄산 상태로 그저 차갑게 만들어 내놓는 생맥주의 한계 같은 친숙한 문제들도 당연히 언급되고 있고

추가로 사회학자나 작가적 상상력으로는 쓸 수 없는, 치킨집 생맥주 관련 생생한 이야기들도 잘 담겨 있습니다.

2개의 회사가 실질적으로 독과점하여 시장질서의 꼭대기에 군림하고 있는 맥주와

수없는 자영업자 점주들이라는 바닥이 만난 묘한 조합이 일궈내는 '치맥',

'시장의 꼭대기와 바닥이 만났다'라는 저자의 표현은 은근 의미심장합니다.



이처럼 치킨이라는 '음식'에 대한 즐겁고 맛있는 이야기가 한 축에 있다면 다른 축에서는

한 때 엄청난 이슈가 되었던 '통큰치킨'이나 고율의 수수료를 떼가는 '배달의 민족' 같은 배달앱 문제 등

치킨산업 관련 사회적인 문제들이 비중있게 다뤄집니다.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핵심은 프랜차이즈 본사-점주 간의 갈등 및 양계산업의 구조적인 먹이사슬 피라미드.

소위 갑을관계의 대표격으로 여러 프랜차이즈 본사 및 국내 양계업종의 대표회사 하림이 언급되는데

프랜차이즈 점주 혹은 납품처로 들어간다는 자체가 애초에 주도권을 내주고 시작하는 게임인지라...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인터뷰와 실화를 토대로 그 상황을 알 수 있다는 점은 

'치느님'에 대한 즐거운 해설 이상으로 이 책이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


만약 특정 프랜차이즈가 비난을 받아 손님이 줄면 본사도 본사거니와 점주들이 받을 타격은 훨씬 크기에

결국 운명공동체가 되어 어떻게든 경기/내수가 풀려 둘 다 잘되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는 건 서글픈 현실입니다.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절대 본인들의 신원이 알려지지 않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해야하는 그분들의 처지가 안타까울 뿐.

<대한민국 치킨전>을 통해 우리는 '한국에서 치킨집 사장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 양계 농장주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통렬하게 간접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특정 사회의 의식주를 통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듯이

<대한민국 치킨전>은 너무나도 대중적인 동시에 친숙한 음식인 '치킨'을 통해 

우리 자신과 우리가 속해있는 이 세상을 되짚어보는 좋은 기회가 되어줄 것입니다.

본격, 후라이드 치킨이 땡기는 밤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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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미래 -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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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우주>, <미래의 물리학>, <불가능은 없다> 등으로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이론물리학자 미치오 카쿠가

이번에는 인간의 의식과 마음을 다룬 신경과학을 다루면서 거의 미래학자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철학자들이 일견 우리에게 '멋들어진 사유'를 제공해주지만 달리 표현하면 '말장난쟁이'에 불과한 반면,

이제는 과학의 눈부신 발전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이 철학적인 영역에서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네요.


<마음의 미래>는 이론물리학자가 그리는 미래의 큰 그림이 담긴 책이기에 

거의 SF 소설을 읽는 것 이상의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SF에 등장하는 수많은 개념들, 호문클루스나 육체와 정신의 분리 및 에너지화 등은 모두의 구미를 당기는 내용이며

이에따라 논해볼만한 사회적 변화 및 윤리적 이슈 등이 굉장히 많겠지요.

하지만 어차피 21세기 내에 구현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으므로 

읽으면서 즐겁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정도에 만족하면 좋을 듯 합니다.

 - 그렇더라도 '염력'이나 '기억의 전송', '영혼보관소', '지능과 의식의 조작', '의식의 에너지화', 

  '유체이탈', '외계인의 마음' 등등의 소재를 다룬 챕터들은 너무나도 재미있게 독파할 수 있습니다 ^^



인간을 '만물의 영장'에서 '우주의 먼지'로 전락시킨 과학, 

무엇보다도 인간의 자유의지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는

우리들의 마음을 감정적으로 건드릴 공산이 큽니다.

인간에게 정말 자유의지가 있고 우리가 마음을 지배하는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라는 기계이자 신경회로가 우리를 조종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실로 민감한 주제죠.

우리가 메인보드 만들듯 신경회로를 만들고 전기신호 흘려보내서 조종할 수도 있는 존재라면

인조인간 '제조'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일수도 있으니.

그렇지만 저는 우리가 만물의 영장이든 우주의 먼지든 당분간 크게 상관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우리가 뭐든 간에 어쨌든 실존하는 이상, 은하수 히치하이커로서 주어진 삶을 최대한 즐기다 떠나면 그만일 뿐~



이외에도 훈련을 거듭할수록 해당 뉴런 등이 더 강력하게 연결되면서 그 일에 익숙해진다는 

아웃라이어의 법칙이 본문에서 일부 언급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시 과학자다운 해석이랄까요.

추가로 잔다르크 등이 겪은 종교적 체험이란 것은 측두엽 간질 같은 질환이라 표현되어 있는데

원문이 충실히 번역된 거라면 과종교증이라는 표현을 비롯 저자의 종교관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 아닌가 합니다.

어차피 신의 헬멧을 수녀가 써보든 도킨스가 써보든 간에 각자의 종교관은 바뀌지 않겠지만ㅎ


또 한가지, 게놈 프로젝트에 이어 두뇌 역설계를 연구하기 위해 

'13.1월부로 미국이 무려 30억 달러 규모의 BRAIN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고 

거의 동시에 EU에서는 인간 두뇌 프로젝트에 11.9억유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지만 기축통화를 지닌 곳들이 이렇게 강력하게 R&D 드라이브를 건다는 사실은 매우 부럽네요.

현행법에서 금치산자 혹은 한정치산자의 범죄에 대해 면책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장기적인 연구성과가 가시화될 먼훗날에는 치매나 각종 정신질환 또한 신경과학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무엇보다도 본인의 주 전공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는 분야를 다루기 위해 저자가 만나고 다닌 

전세계 무수한 석학들의 목록(감사의 글)을 보니 탐구의 열정이 느껴져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21세기가 아닌 22~23세기, 아니 30세기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지는데

다만 저자가 이론물리학자이자 철저한 과학 예찬론자라는 점은 감안하고 읽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눈길을 끌만한 SF급 소재들을 소설가의 상상력이 아닌 과학자 시각에서 그려냈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하다면,

그리고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곱씹어보고 싶다면, 

<마음의 미래>를 접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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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왜 자동차를 만드는가 - 구글 vs 도요타, 자동차의 미래를 선점하기 위한 전쟁의 시작
이즈미다 료스케 지음, 이수형 옮김 / 미래의창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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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쓴 책은 대개 한국인과 전혀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타인의 관점으로

현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구글은 왜 자동차를 만드는가> 라는 직설적인 제목과 더불어

'구글 vs 도요타, 자동차의 미래를 선점하기 위한 전쟁의 시작'이라는 부제로부터 

우리는 자동차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구글에 부담을 느끼는 일본인들의 우려를 느낄 수 있지요.

이 책은 자율주행에 진출하려하는 구글의 목적을 분석한 후

(일본인/도요타의 입장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기 위한 선결조건 및 과제, 그리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전기차 및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입시점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데

저자는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업체 간 경쟁력이 갈리는 시점으로 2020년경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충전시설 구비 및 ICT 인프라 구축, 사고 시점에 대응하는 프로그래밍 방식 같은 윤리적 문제의 해결까지 

선결과제가 많다는건 명확한 사실입니다.

추가로 구글 애플 등이 워낙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지라 자율주행이 미국에 먼저 도입되더라도 

이것이 전세계로 확산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소요되겠지요. 

그렇지만 제1소비자가 게임의 룰을 바꾸면 후발주자들은 결국 따라가야할 가능성이 높고

시점의 문제일뿐 '언젠가' 자율주행 전기차가 도로를 뒤덮는 시대는 올 것이기에,

미래의 변화에 대비해야한다는 점에 의문을 품을 사람은 드물겁니다.


숱한 리서치 보고서들을 일일이 읽어보지 않더라도 상상력을 펼쳐보면

전기차 혹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하드웨어 / ICT / 에너지 / 인프라 / 통신 / 도시계획 / 여가를 포괄하는

대대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몰고 올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애플과 더불어 전세계 스마트폰 플랫폼을 점령해버린 것처럼

이제는 그 거대한 손길을 오프라인 생활의 필수재인 교통 인프라로 뻗치고 있는 양상이지요.

자율주행 운영체계의 장악이라는 플랫폼 주도권이 어느 정도 막강할지는

현재 구글과 애플이 인터넷 검색 플랫폼이나 스마트폰 OS 장악을 통해 내고있는 

무지막지한 이익률과 당기순익으로부터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이런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대응방안으로 3가지를 제시합니다.


1. 자체 자율주행 플랫폼, 운영체계를 확립하여 패권을 확보하거나

   (ex. 구글/테슬라 등)

2. 시스템 경쟁의 패권을 쥐고 있는 이들을 인정하고 여기에 편승하거나 

   (ex. 구글 안드로이드를 전파한 삼성 스마트폰)

3.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품 및 재료개발, 제조에 집중

   (ex. 부품 제조에 특장점을 지닌 일본 기업들)


여기서 문제는 가능하다면 가장 매력적이고 이상적 대안인 1번의 가능 여부.

과연 국제표준을 만들고 상용화시킬 수 있느냐로 연결될텐데

플랫폼과 운영체계를 만들어내더라도 와이브로 국내표준이 결국 국제표준은 되지 못했던 것처럼,

상용화는 기술의 범용성 못지않게 정치·경제적인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을 받아들이고 구글호에 승선하여 

이를 전세계로 퍼뜨리는데 일조한 삼성의 스마트폰 전략은 나름의 차선책이었겠지요.


도요타도 현대차도 근본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기반이 아닌 하드웨어 기반 제조회사로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쪽은 애초에 기업문화 및 DNA가 완연히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제조업, 하드웨어 기반 회사가 플랫폼을 결합시키는 게 가능할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고,

결국 만들어내더라도 국제적 상용화를 이루어낼지 또한 의문이 드네요.

아쉽지만, 현실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2번 혹은 3번의 길을 가게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구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아이폰 등에 대한 언급 외 애플에 대한 언급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편이고

가끔 번역이 살짝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으나 이 책을 읽는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먼훗날의 일이지만 이를 수정구로 먼저 한 번 에둘러 만져본다는 관점에서,

그리고 그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을 본다는 측면에서 

자율주행이라는 테마는 반드시 짚어볼 필요가 있는 중요한 내용이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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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건축 100 테드북스 TED Books 2
마크 쿠시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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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을 초빙하는 TED 강연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고, 10월부턴 새로이 테드북스 시리즈가 출간되고 있습니다.

<테러리스트의 아들>이라는 책이 첫 출간된 후 곧바로 <미래의 건축 100>이 출간되었네요.


흔히 모델은 '몸으로 말한다'는 것처럼, 건축물은 소리없이 '품으로 이야기을 건네는' 예술작품입니다.

빼어난 예술성을 체감하기에 건축물만큼 알맞는 오브제도 드물고

한 시대를 풍미하거나 제패했던 국가치고 건축물이 유려하지 않은 곳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스페인만 하더라도 불세출의 명장 가우디가 지금껏 후손들을 돌봐주고 계시지요. 


테드북스 시리즈는 150페이지 내외의 작은 분량이라 순식간에 독파할 수 있고

더군다나 건축물을 다룬 이 책은 대부분 사진이기 때문에 거의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성 순서는 <극한의 장소>부터, <재창조>, <치유의 공간>, <팝업>, <변형의 귀재들>, <드라이브>, <자연건축>, 

<폭풍우를 피할 곳>, <작게 줄이기>, <사회적 촉매>, <미래를 앞당기다> 까지.


각 부제를 통해 선정된 100개의 작품들을 기획자가 대략 어떻게 구분했는지 충분히 예상 가능한데

인과관계형 서술이 아니니 흥미로웠던 것들 위주로 추려보면


극한의 장소 8 : 아르크티아 해운회사의 본사 건물, 핀란드 헬싱키

 - 본업을 상징하듯, 물에 떠 있습니다. DanSoon Music한 연면적 최대화 사각형 건물이 아닌 

   이런 식으로 회사와 업태의 정체성을 유려하게 표현해낼 수 있지요.


재창조 13 : 뉴타운크리크 하수처리장, 미국 뉴욕 브루클린

 - 전형적인 님비 시설에 거액을 들여 구식 하수처리장을 개조, 인근 주거와의 조화를 추구했습니다. 

   문득, 국내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더라는...

   만약 국내에서 이런 설계를 추진한다면, 아무래도 '혈세 낭비'라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것 같군요ㅎ


치유의 공간 26 : 알카비데시 복지주택단지, 포르투갈 알카비데시

 - 건물과 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동선이 최소화되고, 어둑해지면 반투명 지붕이 불을 밝혀줍니다.

   평소에는 지붕이 흰색인데, 응급 상황으로 집안에서 비상 경보를 작동하면 빨갛게 바뀌면서 

   도움이 필요함을 색상으로 알릴 수 있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지요.


변형의 귀재들 

 - 이 챕터에서는 거울 외벽으로 주변 경치를 반사해서 보여주거나 건물이 소용돌이치고 안팎이 뒤집히는 등,

   제목 그대로 오브제에 대한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흔드는 재기 넘치는 작품들이 소개됩니다. 


자연 건축 55 : 트리호텔, 스웨덴 하라스

 - 반사유리를 활용하여 숲속에서 눈에 쉽게 띄지 않게끔 위장한 흥미로운 4m×4m 정육면체 건물

   자신을 숨기기 위해 주변 환경으로 위장한 사마귀 처럼 은근하고도 묘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폭풍우를 피할 곳 63 : 썰매 위의 오두막, 뉴질랜드 황가푸아

 - 셔터가 차양이 되고 집은 썰매 위에 있어 이주시킬 수 있는, 

   자연재난이 잦은 뉴질랜드 특유의 지역적 특성이 고려된 독특한 건물


작게 줄이기 

 - 당연히 일본, 홍콩, 싱가폴 같은 인구 밀도가 높고 토지비가 비싼 곳의 건축물 위주로 소개되지 않을까 예상했으나 

   실제론 러시아 폴란드 노르웨이 등등 의외로 다양한 국가들의 작품들이 고르게 소개됩니다.


사회적 촉매 

 - 정수시설이나 버스터미널 초록테이프 조명 등 도시재생사업을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추진하는 사례들이 소개되는데 

   심지어 콜롬비아 보고타에서는 고층 빌딩 신축도 이런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

사회적 촉매 84 : 1111 링컨 로드,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해변

 - 상업용 주차공간이 오전에는 요가 교실, 밤에는 결혼식 등 각종 행사에 대여되는 시민들의 편의시설이라는 점은 

   미적인 감각이 공간 활용 극대화까지 가능케하는 실용적인 요소임을 잘 입증해줍니다.


미래를 앞당기다 89 : 3D 프린트 운하 주택 개념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네덜란드 하면 바로 떠오르는 운하 주택을 3D 프린팅 기법으로 재현하려는 실험적인 전시, 이제 불가능은 없는걸까요 ^^



참고로 총 100개의 소개작 중 국내 건축물은 2개이고 미국 작품이 가장 많습니다.

아직까진 용적률 완화 등을 노리면서 부수고 다시짓는 쪽에 혈안인 국내 건축문화인데

어차피 다시 한 사이클이 더 흐르면 더 이상 용적률 완화가 어렵기에 결국 리모델링, 재활용 위주로 가야한다는 면에서

여러 챕터 중에서도 <재창조> 부분이 저에겐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곡물 저장소가 미술관으로, 대공포 벙커가 발전소로, 심지어 '고속도로가 집'으로~!


176 페이지라는 짧은 분량에 사진이 대부분이라 작품당 본문은 아주 간결하게 기술되어 있어

그림책을 본다는 생각으로 접하는 게 나아보이는 본서는

미래지향적인 건축물들이 뿜어내는 미적 감각에 흠뻑 취하고 싶은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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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 독점계약 번역 개정판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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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교과서 관련 논란으로 뜨거운 2015년 하반기.

많은 이들이 제작 과정 불참의사를 밝히는 등 국정 교과서는 거의 아무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둘러보던 중 찬성이든 반대든 간에 자주 보이는 단어는 '올바른 역사교과서',

이 말을 보는 순간 살짝 실소가 나왔는데 전 이 표현이 '올바른지' 진정 모르겠습니다.

용어의 개념조차 제대로 정의하지 않은 채 본론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정말 오랜만에 다시 찾아본 <역사란 무엇인가>


머리 염색조차 용인되지 않던 시절이 불과 20년 전이었던 반면

지금은 공중파 채널에 피어싱한 친구들도 별다른 제재없이 출연하는 세상,

살다보면 누구나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사회의 컨센서스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보편성'이라는 개념의 사회적 지속성이 의외로 낮다보니

'유효한 보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단어 선택은 대단히 깔끔하게 다가옵니다. 


형이상학적인 내용을 나름 최대한 대중적으로 풀어 쓴 본서의 핵심은 

 1) 역사적 사실과 이에 대한 해석~판단은 다르며

 2) 역사의 해석은 분명 필요하되 터무니없어서는 안된다는, 즉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겁니다.

 '터무니없다'를 받아 들이는 온도차는 각자 다르다는 문제는 살아있지만~


이 좁은 국토 안에서 내가 옳네 네가 그르네 옥신각신 따져대는 이슈를 떠나 

제3자나 전쟁 상대국 같은 당사자가 보더라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으로 기술되어야 

진정 균형잡힌 역사라는 생각입니다.

한국 최고의 위인인 이순신 장군에 대한 내용을 (합리적인) 일본인이 읽고도 수긍할 수 있어야 

비로소 세계적인 보편성이 확보되죠. '성웅 이순신 장군' 같은 표현은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문구입니다. 


집필의도가 훤히 보이는 국정 교과서 같은 단선적·단편적인 논점 외

'단일민족국가'나,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 같은 아젠다야말로 되짚어볼 필요가 큽니다.

아픈 부위 쿡쿡 찔러가며 민족주의를 굳이 끄집어내고 자극하는 행위 또한 

굳이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포지션 못지 않아 보이는 건 마찬가지. 

일단 근대 이전에 지금 같은 '민족'의 개념이 있기나 했는지부터 의문입니다.

추가로, 만약 그렇게들 좋아하는 대국굴기의 고구려가 한민족이라면 우리가 정말 침략만 받고 산 평화민족일까요.

고구려의 확장 과정 중 사라진 동북아 '민족들'이나 베트남 전쟁을 비롯 

직간접적으로 우리게 대외 전쟁/침략에 관여한 내용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법서를 보면 늘 다수설과 함께 소수설도 같이 소개됩니다. 

팩트가 아닌 해석과 판단의 영역에 있어선 다수설이라는 컨센서스가 있되 여러 소수설도 언급해주는 게 합리적이고

그런 측면에서 다른 시각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마련해주는 게 여러 모로 낫지 않을런지.


특정 아젠다에 우~ 하고 몰려다니면서 옥신각신 단순 이분법적인 다툼을 하고 

사고의 대역폭 자체가 축소되버리는 상황이야말로 짚어봐야 할 문제 아닌가 합니다.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결과이며 현재와 과거가 나누고 있는 대화이다.

- 에드워드 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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