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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건축 100 ㅣ 테드북스 TED Books 2
마크 쿠시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명사들을 초빙하는 TED 강연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고, 10월부턴 새로이 테드북스 시리즈가 출간되고 있습니다.
<테러리스트의 아들>이라는 책이 첫 출간된 후 곧바로 <미래의 건축 100>이 출간되었네요.
흔히 모델은 '몸으로 말한다'는 것처럼, 건축물은 소리없이 '품으로 이야기을 건네는' 예술작품입니다.
빼어난 예술성을 체감하기에 건축물만큼 알맞는 오브제도 드물고
한 시대를 풍미하거나 제패했던 국가치고 건축물이 유려하지 않은 곳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스페인만 하더라도 불세출의 명장 가우디가 지금껏 후손들을 돌봐주고 계시지요.
테드북스 시리즈는 150페이지 내외의 작은 분량이라 순식간에 독파할 수 있고
더군다나 건축물을 다룬 이 책은 대부분 사진이기 때문에 거의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성 순서는 <극한의 장소>부터, <재창조>, <치유의 공간>, <팝업>, <변형의 귀재들>, <드라이브>, <자연건축>,
<폭풍우를 피할 곳>, <작게 줄이기>, <사회적 촉매>, <미래를 앞당기다> 까지.
각 부제를 통해 선정된 100개의 작품들을 기획자가 대략 어떻게 구분했는지 충분히 예상 가능한데
인과관계형 서술이 아니니 흥미로웠던 것들 위주로 추려보면
극한의 장소 8 : 아르크티아 해운회사의 본사 건물, 핀란드 헬싱키
- 본업을 상징하듯, 물에 떠 있습니다. DanSoon Music한 연면적 최대화 사각형 건물이 아닌
이런 식으로 회사와 업태의 정체성을 유려하게 표현해낼 수 있지요.
재창조 13 : 뉴타운크리크 하수처리장, 미국 뉴욕 브루클린
- 전형적인 님비 시설에 거액을 들여 구식 하수처리장을 개조, 인근 주거와의 조화를 추구했습니다.
문득, 국내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더라는...
만약 국내에서 이런 설계를 추진한다면, 아무래도 '혈세 낭비'라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것 같군요ㅎ
치유의 공간 26 : 알카비데시 복지주택단지, 포르투갈 알카비데시
- 건물과 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동선이 최소화되고, 어둑해지면 반투명 지붕이 불을 밝혀줍니다.
평소에는 지붕이 흰색인데, 응급 상황으로 집안에서 비상 경보를 작동하면 빨갛게 바뀌면서
도움이 필요함을 색상으로 알릴 수 있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지요.
변형의 귀재들
- 이 챕터에서는 거울 외벽으로 주변 경치를 반사해서 보여주거나 건물이 소용돌이치고 안팎이 뒤집히는 등,
제목 그대로 오브제에 대한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흔드는 재기 넘치는 작품들이 소개됩니다.
자연 건축 55 : 트리호텔, 스웨덴 하라스
- 반사유리를 활용하여 숲속에서 눈에 쉽게 띄지 않게끔 위장한 흥미로운 4m×4m 정육면체 건물
자신을 숨기기 위해 주변 환경으로 위장한 사마귀 처럼 은근하고도 묘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폭풍우를 피할 곳 63 : 썰매 위의 오두막, 뉴질랜드 황가푸아
- 셔터가 차양이 되고 집은 썰매 위에 있어 이주시킬 수 있는,
자연재난이 잦은 뉴질랜드 특유의 지역적 특성이 고려된 독특한 건물
작게 줄이기
- 당연히 일본, 홍콩, 싱가폴 같은 인구 밀도가 높고 토지비가 비싼 곳의 건축물 위주로 소개되지 않을까 예상했으나
실제론 러시아 폴란드 노르웨이 등등 의외로 다양한 국가들의 작품들이 고르게 소개됩니다.
사회적 촉매
- 정수시설이나 버스터미널 초록테이프 조명 등 도시재생사업을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추진하는 사례들이 소개되는데
심지어 콜롬비아 보고타에서는 고층 빌딩 신축도 이런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
사회적 촉매 84 : 1111 링컨 로드,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해변
- 상업용 주차공간이 오전에는 요가 교실, 밤에는 결혼식 등 각종 행사에 대여되는 시민들의 편의시설이라는 점은
미적인 감각이 공간 활용 극대화까지 가능케하는 실용적인 요소임을 잘 입증해줍니다.
미래를 앞당기다 89 : 3D 프린트 운하 주택 개념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네덜란드 하면 바로 떠오르는 운하 주택을 3D 프린팅 기법으로 재현하려는 실험적인 전시, 이제 불가능은 없는걸까요 ^^
참고로 총 100개의 소개작 중 국내 건축물은 2개이고 미국 작품이 가장 많습니다.
아직까진 용적률 완화 등을 노리면서 부수고 다시짓는 쪽에 혈안인 국내 건축문화인데
어차피 다시 한 사이클이 더 흐르면 더 이상 용적률 완화가 어렵기에 결국 리모델링, 재활용 위주로 가야한다는 면에서
여러 챕터 중에서도 <재창조> 부분이 저에겐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곡물 저장소가 미술관으로, 대공포 벙커가 발전소로, 심지어 '고속도로가 집'으로~!
176 페이지라는 짧은 분량에 사진이 대부분이라 작품당 본문은 아주 간결하게 기술되어 있어
그림책을 본다는 생각으로 접하는 게 나아보이는 본서는
미래지향적인 건축물들이 뿜어내는 미적 감각에 흠뻑 취하고 싶은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