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미래 -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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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우주>, <미래의 물리학>, <불가능은 없다> 등으로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이론물리학자 미치오 카쿠가

이번에는 인간의 의식과 마음을 다룬 신경과학을 다루면서 거의 미래학자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철학자들이 일견 우리에게 '멋들어진 사유'를 제공해주지만 달리 표현하면 '말장난쟁이'에 불과한 반면,

이제는 과학의 눈부신 발전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이 철학적인 영역에서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네요.


<마음의 미래>는 이론물리학자가 그리는 미래의 큰 그림이 담긴 책이기에 

거의 SF 소설을 읽는 것 이상의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SF에 등장하는 수많은 개념들, 호문클루스나 육체와 정신의 분리 및 에너지화 등은 모두의 구미를 당기는 내용이며

이에따라 논해볼만한 사회적 변화 및 윤리적 이슈 등이 굉장히 많겠지요.

하지만 어차피 21세기 내에 구현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으므로 

읽으면서 즐겁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정도에 만족하면 좋을 듯 합니다.

 - 그렇더라도 '염력'이나 '기억의 전송', '영혼보관소', '지능과 의식의 조작', '의식의 에너지화', 

  '유체이탈', '외계인의 마음' 등등의 소재를 다룬 챕터들은 너무나도 재미있게 독파할 수 있습니다 ^^



인간을 '만물의 영장'에서 '우주의 먼지'로 전락시킨 과학, 

무엇보다도 인간의 자유의지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는

우리들의 마음을 감정적으로 건드릴 공산이 큽니다.

인간에게 정말 자유의지가 있고 우리가 마음을 지배하는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라는 기계이자 신경회로가 우리를 조종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실로 민감한 주제죠.

우리가 메인보드 만들듯 신경회로를 만들고 전기신호 흘려보내서 조종할 수도 있는 존재라면

인조인간 '제조'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일수도 있으니.

그렇지만 저는 우리가 만물의 영장이든 우주의 먼지든 당분간 크게 상관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우리가 뭐든 간에 어쨌든 실존하는 이상, 은하수 히치하이커로서 주어진 삶을 최대한 즐기다 떠나면 그만일 뿐~



이외에도 훈련을 거듭할수록 해당 뉴런 등이 더 강력하게 연결되면서 그 일에 익숙해진다는 

아웃라이어의 법칙이 본문에서 일부 언급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시 과학자다운 해석이랄까요.

추가로 잔다르크 등이 겪은 종교적 체험이란 것은 측두엽 간질 같은 질환이라 표현되어 있는데

원문이 충실히 번역된 거라면 과종교증이라는 표현을 비롯 저자의 종교관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 아닌가 합니다.

어차피 신의 헬멧을 수녀가 써보든 도킨스가 써보든 간에 각자의 종교관은 바뀌지 않겠지만ㅎ


또 한가지, 게놈 프로젝트에 이어 두뇌 역설계를 연구하기 위해 

'13.1월부로 미국이 무려 30억 달러 규모의 BRAIN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고 

거의 동시에 EU에서는 인간 두뇌 프로젝트에 11.9억유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지만 기축통화를 지닌 곳들이 이렇게 강력하게 R&D 드라이브를 건다는 사실은 매우 부럽네요.

현행법에서 금치산자 혹은 한정치산자의 범죄에 대해 면책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장기적인 연구성과가 가시화될 먼훗날에는 치매나 각종 정신질환 또한 신경과학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무엇보다도 본인의 주 전공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는 분야를 다루기 위해 저자가 만나고 다닌 

전세계 무수한 석학들의 목록(감사의 글)을 보니 탐구의 열정이 느껴져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21세기가 아닌 22~23세기, 아니 30세기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지는데

다만 저자가 이론물리학자이자 철저한 과학 예찬론자라는 점은 감안하고 읽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눈길을 끌만한 SF급 소재들을 소설가의 상상력이 아닌 과학자 시각에서 그려냈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하다면,

그리고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곱씹어보고 싶다면, 

<마음의 미래>를 접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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