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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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거부하기 힘든 야밤의 소울푸드 치킨, 

'치느님'이 강림하사 우리의 밤은 더욱 맛있고 우리의 배는 더욱 복스러워집니다.

후라이드인가, 양념인가, 반반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현재 치킨은 너무나도 대중적인 음식이지만 의외로 이에 대해 깊이 파헤쳐본 책은 없었는데

가볍게 지나쳐버릴만한 빈틈을 잘 파고든 저자는 '치믈리에'가 되어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냅니다.


본서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말만 많은 논객들이 사회적 현상을 단순히 짚어대는 수준에서 벗어나

직접 치킨대학 입학을 시도해보고 다수의 창업설명회 혹은 치킨학원에 다니거나 점주들이 모이는 까페를 살피고 

추가로 프랜차이즈 점주들 및 양계 농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풍부한 리얼리티를 가미했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 농촌·농업 사회학을 연구하는 시간강사인 저자가 

실제 닭을 튀기는 과정이나 염지 등에 대한 세밀한 설명부터 

국내 각 야구장 펜스 광고에 어떤 프랜차이즈 광고가 게재되어있는지까지 

청진기를 들이대듯 세부적으로 접근, 다방면으로 공들여 취재했음을 절로 느끼게 됩니다.



영양치킨에서 림스치킨, 멕시카나, BBQ, 교촌, 붉닭, 굽네, 네네, 오빠닭,

그리고 KFC의 도입-부상-쇠락(+이유)에 이르는 다양한 프랜차이즈들의 역사는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도 밀접하게 맞닿아있기에 가독성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종종 담백한 백숙이나 기름기를 뺀 닭을 찾다가도 결국 맛있고 자극적인 염지에 혹하여 

'기승전 후라이드~'로 회귀하게 된다는 부분은 식탐에 약한 모든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


치킨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콜라와 맥주고 특히 '치맥'은 진리죠.

과탄산 상태로 그저 차갑게 만들어 내놓는 생맥주의 한계 같은 친숙한 문제들도 당연히 언급되고 있고

추가로 사회학자나 작가적 상상력으로는 쓸 수 없는, 치킨집 생맥주 관련 생생한 이야기들도 잘 담겨 있습니다.

2개의 회사가 실질적으로 독과점하여 시장질서의 꼭대기에 군림하고 있는 맥주와

수없는 자영업자 점주들이라는 바닥이 만난 묘한 조합이 일궈내는 '치맥',

'시장의 꼭대기와 바닥이 만났다'라는 저자의 표현은 은근 의미심장합니다.



이처럼 치킨이라는 '음식'에 대한 즐겁고 맛있는 이야기가 한 축에 있다면 다른 축에서는

한 때 엄청난 이슈가 되었던 '통큰치킨'이나 고율의 수수료를 떼가는 '배달의 민족' 같은 배달앱 문제 등

치킨산업 관련 사회적인 문제들이 비중있게 다뤄집니다.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핵심은 프랜차이즈 본사-점주 간의 갈등 및 양계산업의 구조적인 먹이사슬 피라미드.

소위 갑을관계의 대표격으로 여러 프랜차이즈 본사 및 국내 양계업종의 대표회사 하림이 언급되는데

프랜차이즈 점주 혹은 납품처로 들어간다는 자체가 애초에 주도권을 내주고 시작하는 게임인지라...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인터뷰와 실화를 토대로 그 상황을 알 수 있다는 점은 

'치느님'에 대한 즐거운 해설 이상으로 이 책이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


만약 특정 프랜차이즈가 비난을 받아 손님이 줄면 본사도 본사거니와 점주들이 받을 타격은 훨씬 크기에

결국 운명공동체가 되어 어떻게든 경기/내수가 풀려 둘 다 잘되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는 건 서글픈 현실입니다.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절대 본인들의 신원이 알려지지 않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해야하는 그분들의 처지가 안타까울 뿐.

<대한민국 치킨전>을 통해 우리는 '한국에서 치킨집 사장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 양계 농장주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통렬하게 간접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특정 사회의 의식주를 통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듯이

<대한민국 치킨전>은 너무나도 대중적인 동시에 친숙한 음식인 '치킨'을 통해 

우리 자신과 우리가 속해있는 이 세상을 되짚어보는 좋은 기회가 되어줄 것입니다.

본격, 후라이드 치킨이 땡기는 밤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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