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체보 씨네 식료품 가게
브리타 뢰스트룬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레드스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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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루함과 따분함을 느낄 때가 있다. 때로 여행을 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취미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이 따분함을 날려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행복 마저도 느낄 수 없는 환경에 있다면 어떨까?


자신의 가게가 집 바로 아래 층에 있어서 일어나자마자 출근은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삼시세끼도 모두 집에서 해결할 수 있고 가게 문을 닫고 나면 다시 1분도 걸리지 않는 윗층 집으로 올라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쳇바퀴처럼 하루하루를 똑같이 보내는 사람이 있다.

바로 파리에 사는 식료품 가게 주인인 만체보 씨다.


그는 매일 아침 3시간 거리에 있는 헝지스에 가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공수해 온다.

그리고 가게 문을 열고 좌판을 거리에 내놓는다. 손님은 바글바글할 정도로 오지 않는다. 인근 마트나 백화점에서 깜빡한 물건들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전부다. 가끔 관광객도 온다.

만체보는 시간마다 지정된 일을 하도록 미리 설정되어있는 로봇 같다.

점심즈음 윗층에서 음식 냄새가 나면 자동으로 셔터를 내리고 밥을 먹으러 올라간다. 가게 건너편에는 구둣가게를 운영하는 사촌 타리크가 있는데 타리크는 셔터를 내리는 만체보를 보고 점심을 먹으러 온다. 그렇게 똑같은 하루하루에 따분함 조차 느끼지 않았던 만체보.

비 오는 어느 날 밤, 한 여자가 가게로 찾아와 만체보에게 사립 탐정 일을 해줄 것을 제안한다. 무척이나 뜬금없는 제안인데 만체보는 그에 응한다. 탐정 일은 간단했다. 만체보의 식료품 가게 맞은편 2층 아파트에 사는 남작가를 감시해 달라는 것.


<만체보 씨네 식료품 가게>에서는 만체보의 이야기와 번갈아서 다른 상황의 이야기도 전개된다. 또 다른 이야기도 꽤 재밌다.

한 카페에서 기사를 쓰던 여기자가 있고 그런 여기자에게 다가와 '부인, 혹시 벨리비에 씨를 기다리고 계신가요?'라고 묻는 남자가 있다. 여기자는 처음에는 고개를 저었지만 그 다음에는 카페 한 가운데 서서 다른 손님들을 훑어보는 그 남자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려움과 매력을 동시에 느끼며 그 남자에게 자신이 벨리비에씨를 기다리고 있다며 거짓말 한다.

그 남자는 여자를 라데팡스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아레바로 데려간다.

그리고 아레바의 맨 꼭대기 층 사무실에서 3주간 일해 줄 계약서를 내민다. 다른 사람에게 받은 메일을 벨리비에에게 전해주는 일이었고 아래층 사람들과는 이야기를 나누지 말 것이 조건에 붙었다. 급여는 솔깃할 정도였고 여기자도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어떻게 보면 두 일 모두 평범한 일상에서는 접하기 힘든 사건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무신경하고 오로지 식료품 가게 문을 여닫는 일에만 몰두 하던 만체보씨에게 주어진 사립 탐정 일과

늘 혼자 일하며 자신을 외로운 사람이라 여겼던 엘레나 기자에게 주어진 꼭대기 층 사무실에서 오로지 혼자 있는 시간.

두 사건 끝에 만체보와 엘레나는 그 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만체보와 엘레나 이야기가 번갈아 나와서 더 스펙타클 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야기 초반부에 작은 새가 창에 부딪혀 피를 흘리며 죽는 장면은 앞으로 이 사건들이 어떻게 엮이고 전개될까, 하는 궁금증을 야기시켰다. 해피엔딩이 아닐 거라는 복선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만체보나 엘레나에게 제안했던 일들이 내게 일어난 다면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까?

그리고 그 임무로 인해 내가 바라보는 내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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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김여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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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라임이 느껴지는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우리가 감성적으로 녹아드는 시간대인 새벽. 이 책은 새벽에 읽으면 좋을 책이다.

사랑에 대해 결핍에 대해 축축히 젖어드는 감성을 느껴볼 수 있다.



원래 착한 아이가 큰 실수를 저지르면 크게 실망하게 되지만, 원래 나빴던 아이가 실수를 저지르면 그러려니 한다.

긍정과 부정으로 말을 바꿔봐도 마찬가지.

"결론적으로 긍정에는 무척이나 많은 실망과 기분 나쁜 배신이 깔려 있다 (p.33)"

적어도 부정에는 배신이 없어서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가게 된다.

부정이 배신을 하더라도 그건 긍정의 의미가 되기 때문에 나쁠게 없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생각 밑바닥에 부정적인 것들이 깔아두어야 하는 걸까,,


사랑에 대한 기억에 대해, 저자는 '찰나의 분위기들. 그 조각들을 영상화시키고. 나만의 저장소에서 꺼내어 되감기와 재생을 반복'한다. 내가 반복하는 기억들은 어떤 기억들일까 생각해보았다.

좋았던 기억과 좋지 않았던 기억들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정리가 필요하다.

스물일곱 살 봄에 저자에게 한 친구가 "신이 너에게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사명 하나를 주었다면 너의 사명은 무엇일 것 같아?" 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나의 사명은 무엇일까, 저 문장에 밑줄을 긋고 곰곰히 생각해봤다. 아직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의 마지막 장 제목은 '이불 밖으로'

이제 아무렇지 않아진 일들은 사실, 전에는 아무랬었고 암울했던 일들.

시간이 해결해준 게 아니라 우리가 잘 견디고 삼켜낸 거라고 해주고 싶다.

우리가 이겨내지 못하는 일들은 평생이라는 시간이 걸려도 절대 괜찮아지지 않을 일.

그러니, 여태까지 정말 수고 했어요. (p.268)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을 때면 신기하게도 우리모두 비슷한 감정, 비슷한 경험들을 하며 사는 구나, 라는 걸 느낀다.

사람 사는 게 뭐 별게 아니고 특별한가. 이번 책에서는 불안과 결핍을 끌어안고도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고, 불안과 결핍에 대해 이게 뭐 별건가 대순가라고 느끼는 저자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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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아트북 : 명화 2 - 손끝으로 완성하는 안티 스트레스 북 스티커 아트북 (싸이프레스) 3
싸이프레스 콘텐츠기획팀 지음 / 싸이프레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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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그리기, 레고 조립하기, 스크래치 북 등 '스트레스 해소' 를 내걸은 어른을 위한 놀이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스트레스 해소용,​《스티커 아트북 명화 2》에는 총 10개의 명화가 있다.

1번 우유따르는 여인 은 스티커 크기가 크기 때문에 손가락 풀기(?)용 이고, 9번 반고흐의 자화상이나 10번 나폴레옹 그림은 붙이기 어려운 작은 스티커가 많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스티커라고 해서 쉽게 붙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름 집중력이 요구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재밌었다.



스티커 아트북에서

1. 완성하고 싶은 작품을 고른다.

2. 스티커를 떼어내어 해당 번호에 붙인다.

3. 책에서 작품을 뜯어내어 전시 가능. 도구가 필요없어서 책을 펼치기만 하면 사용 가능.


스티커가 많게는 1번부터 400번대 까지 있는 그림도 있다.

정확하게 붙이기 위해서는 바로 꾹 눌러 붙이지 말고 조금씩 손톱으로 옮겨가며 모양을 맞추는 스킬이 필요했다.

스티커를 딱 저 절취선 모양에 맞게 붙여지면 왜 스릴이 느껴지던지,, 명화 그리기와 스크래치북에 이어 <스티커 아트북>에 또 감탄했다.



왼쪽은 좋아하는 예술가인 빈센트 반 고흐의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맨 자화상>

오른쪽은 색감이 너무 예뻤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에밀리 플뢰게>


이미 완성될 그림을 알고 있었지만 스티커를 붙이면서 어떤 느낌의 그림이 나올까 궁금했고, 스티커로 완성된 그림은 입체적이었다.

​그리고 각각의 그림 뒷 면에는 명화에 대한 소개글은 잘 몰랐던 그림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유익한 부분이었다.

어렸을 때 이후로는 접할 수 없었던 스티커를 붙이면서 구몬과 재능 학습지에서 스티커를 붙이던 기억(?)이 떠오르기도했다.

다른 그림의 스티커 아트북도 하고 싶을 정도로 잡 생각을 지워주는 좋은 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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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가장 먼 단어
박가람 지음, 이진슬 그림 / 누벨바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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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가장 먼 단어>, 제목을 보고 사랑을 속삭이는 달짝지근한 글이나 이별을 얘기하는 글이 담겼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는 책이였다. 가난은 사랑의 죄가 됨을 얘기하고 악몽과 불행과 불운을 말하는 책.

그래놓고서 분홍빛 표지로 사랑을 말하고 있는 척하는 매력적인 책. 

선입견일 수도 있다. 사랑은 무조건 분홍이고 분홍은 무조건 사랑을 떠올린다는 점이.

물론 사랑을 떠올릴 수 있는 글도 있다. 허나 어두침침하고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내용의 글이 임팩트가 쎄서 그리고 그런 글들이 싫지만은 않아서,

책을 읽는 내내 '악몽'을 꾸는 것 같았고 책을 덮고 나서도 내가 사랑을 읽은건지 음울한 단편 소설 한 편을 본 건지 얼떨떨했다.  

중간 중간 봄 향이 나는 사랑을 말하다가도 툭툭 튀어나오는 '악몽 시리즈'는 가히 공포영화 라 할만 했다.

악몽이라는 제목을 가진 글은 총 7편의 시리즈다. 

첫 1~3편은 나쁜 꿈이구나 싶은데, 4~7편은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저자가 꾼 꿈일뿐인가? 라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악몽4

인간은 자기가 받은 고통을 완전히 소멸시킬 순 없어.

대신 다른 곳에 보관할 수는 있지..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역한 벌레와 짐승들은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악마성 같은 거였어..

내가 그거 없애주려고 살충제 들고 와서 네 머리 뒤로 뿌리니까 네가 미친 거 아니냐면서 나를 확 밀쳐내는데 또 시점이 슈우욱 멀어지더니

두 번째 꿈처럼 알고 보니 또 내가 미친놈인거야. 멀쩡한 사람들한테 벌레가 보인다면서 살충제를 뿌리고 다니는.. (p.81)'



악몽 시리즈를 읽으면서 요즘 보고있는 <쇼미더머니6>의 출연자 우원재가 생각났다.

반사회적이고 반항적인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거침없이 쏟아내는데 듣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얼굴을 찌푸리다가

점점 그가 하는 얘기에 집중하게 되는. 그런 느낌이다 이 책도.


텍스트 위로 투박하게 그려진 그림들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글 마다 어울리는 곡들이 주석처럼 달려있다.

한 곡씩 찾아서 들어봤는데 왜 배경곡들을 주석처럼 달아두었는지 이해가 갔다. 무대장치처럼 글의 분위기를 더 돋구어주는 느낌.


사랑에 관한 글보다 음울한 글들이 더 뇌리에 남는다. 악몽 시리즈가 긴 글로 나와도 재밌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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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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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닐 엄두를 내지 못하는 8월. 입추가 지나도 여름은 여전하다. 무더위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책을 읽다보면 더위가 조금이나마 사그라드는 기분이 든다. 시원한 하늘색 표지를 가진 <4월이 되면 그녀는>. 4월로 시작해서 한 해가 지나 3월이 되기까지 연애와 결혼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과거의 연인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현재의 사랑에 대해 '이 사람을 사랑하는지, 결혼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중심이 되는 인물은 정신과 의사인 후지시로.

후지시로는 수의사인 야요이라는 여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동거 중인 두 사람은 예비신혼부부라는 느낌보다는 각자의 생활만 하는 룸메이트 느낌이 강하다. 같은 집에서 방도 따로 쓸 정도로 서로에게 무심하다.

현재의 후지시로는 감정표현을 잘 안하고 무뚝뚝한 인물로 나오는데, 과거 20대의 후지시로는 설렘과 떨림을 느끼고 표현할 줄 아는 남자였다.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사귀었던 하루라는 옛 연인의 편지를 받고 과거의 풋풋했던 연애를 회상하기도 한다.

결혼을 앞두고 다른 여자에게 흔들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같이 일하는 후배 나나에게 친구 이야기라고 둘러대며 상담을 받는다.

후배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의 관심을 끌고 싶을 때 사람은 한없이 다정하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일 뿐이다. 손에 넣은 후에는 표면적이고 무책임한 다정함으로 변해버린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의 다정한 행동이나 이성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하는 소망을 진정한 사랑과 혼동하는 거다."


인간이기 보다는 로봇이 말하는 느낌이었다. 정말 사랑은 처음에만 불타오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소모되는 것일까.

늘 그런 과정이 반복되는 게 사랑인 걸까.


 

 

 

인공지능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영화'Her' 를 보며 후지시로는 생각한다.

'​왜 타인을 사랑할까. 왜 그 감정이 사라져가는 걸 막을 수 없는 걸까.

 언젠가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그에 대한 해답을 내주는 날이 올까. (p.154)'

그리고 영화를 보며 울고 있는 야요이를 보며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멍한 표정으로 지켜보기만 한다.

안아주지도 어깨에 손을 얹어주지도 못했다.


무미건조해진 연인 후지시로와 야요이. 그들도 처음에는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였다. 설레임이 익숙함이 되어버리고 그 익숙함이 사랑이 아닌 거 같다고 느끼는 남자와 여자. 하지만 사랑에는 늘 설레이는 감정만 있는 게 아니라 익숙함도 있고 권태로움도 존재한다. 늘 설레이는게 사랑의 참모습은 아닐 거라고, 사람마다 사랑을 정의하는 다양성이 있다고 말해주는 소설이였다. 사랑에 있어서 옳고 그름이 분명하게 존재하는지에 대해, 나는 어떤 사랑을 사랑이라고 정의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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