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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가장 먼 단어
박가람 지음, 이진슬 그림 / 누벨바그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사랑과 가장 먼 단어>, 제목을 보고 사랑을 속삭이는 달짝지근한 글이나 이별을 얘기하는 글이 담겼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는 책이였다. 가난은 사랑의 죄가 됨을 얘기하고 악몽과 불행과 불운을 말하는 책.
그래놓고서 분홍빛 표지로 사랑을 말하고 있는 척하는 매력적인 책.
선입견일 수도 있다. 사랑은 무조건 분홍이고 분홍은 무조건 사랑을 떠올린다는 점이.
물론 사랑을 떠올릴 수 있는 글도 있다. 허나 어두침침하고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내용의 글이 임팩트가 쎄서 그리고 그런 글들이 싫지만은 않아서,
책을 읽는 내내 '악몽'을 꾸는 것 같았고 책을 덮고 나서도 내가 사랑을 읽은건지 음울한 단편 소설 한 편을 본 건지 얼떨떨했다.
중간 중간 봄 향이 나는 사랑을 말하다가도 툭툭 튀어나오는 '악몽 시리즈'는 가히 공포영화 라 할만 했다.
악몽이라는 제목을 가진 글은 총 7편의 시리즈다.
첫 1~3편은 나쁜 꿈이구나 싶은데, 4~7편은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저자가 꾼 꿈일뿐인가? 라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악몽4
인간은 자기가 받은 고통을 완전히 소멸시킬 순 없어.
대신 다른 곳에 보관할 수는 있지..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역한 벌레와 짐승들은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악마성 같은 거였어..
내가 그거 없애주려고 살충제 들고 와서 네 머리 뒤로 뿌리니까 네가 미친 거 아니냐면서 나를 확 밀쳐내는데 또 시점이 슈우욱 멀어지더니
두 번째 꿈처럼 알고 보니 또 내가 미친놈인거야. 멀쩡한 사람들한테 벌레가 보인다면서 살충제를 뿌리고 다니는.. (p.81)'
악몽 시리즈를 읽으면서 요즘 보고있는 <쇼미더머니6>의 출연자 우원재가 생각났다.
반사회적이고 반항적인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거침없이 쏟아내는데 듣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얼굴을 찌푸리다가
점점 그가 하는 얘기에 집중하게 되는. 그런 느낌이다 이 책도.

텍스트 위로 투박하게 그려진 그림들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글 마다 어울리는 곡들이 주석처럼 달려있다.
한 곡씩 찾아서 들어봤는데 왜 배경곡들을 주석처럼 달아두었는지 이해가 갔다. 무대장치처럼 글의 분위기를 더 돋구어주는 느낌.
사랑에 관한 글보다 음울한 글들이 더 뇌리에 남는다. 악몽 시리즈가 긴 글로 나와도 재밌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