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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김여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 라임이 느껴지는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우리가 감성적으로 녹아드는 시간대인 새벽. 이 책은 새벽에 읽으면 좋을 책이다.
사랑에 대해 결핍에 대해 축축히 젖어드는 감성을 느껴볼 수 있다.
원래 착한 아이가 큰 실수를 저지르면 크게 실망하게 되지만, 원래 나빴던 아이가 실수를 저지르면 그러려니 한다.
긍정과 부정으로 말을 바꿔봐도 마찬가지.
"결론적으로 긍정에는 무척이나 많은 실망과 기분 나쁜 배신이 깔려 있다 (p.33)"
적어도 부정에는 배신이 없어서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가게 된다.
부정이 배신을 하더라도 그건 긍정의 의미가 되기 때문에 나쁠게 없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생각 밑바닥에 부정적인 것들이 깔아두어야 하는 걸까,,
사랑에 대한 기억에 대해, 저자는 '찰나의 분위기들. 그 조각들을 영상화시키고. 나만의 저장소에서 꺼내어 되감기와 재생을 반복'한다. 내가 반복하는 기억들은 어떤 기억들일까 생각해보았다.
좋았던 기억과 좋지 않았던 기억들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정리가 필요하다.
스물일곱 살 봄에 저자에게 한 친구가 "신이 너에게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사명 하나를 주었다면 너의 사명은 무엇일 것 같아?" 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나의 사명은 무엇일까, 저 문장에 밑줄을 긋고 곰곰히 생각해봤다. 아직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의 마지막 장 제목은 '이불 밖으로'
이제 아무렇지 않아진 일들은 사실, 전에는 아무랬었고 암울했던 일들.
시간이 해결해준 게 아니라 우리가 잘 견디고 삼켜낸 거라고 해주고 싶다.
우리가 이겨내지 못하는 일들은 평생이라는 시간이 걸려도 절대 괜찮아지지 않을 일.
그러니, 여태까지 정말 수고 했어요. (p.268)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을 때면 신기하게도 우리모두 비슷한 감정, 비슷한 경험들을 하며 사는 구나, 라는 걸 느낀다.
사람 사는 게 뭐 별게 아니고 특별한가. 이번 책에서는 불안과 결핍을 끌어안고도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고, 불안과 결핍에 대해 이게 뭐 별건가 대순가라고 느끼는 저자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