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골동품 상점
찰스 디킨스 지음, 이창호 옮김 / B612 / 2023년 2월
평점 :
절판



 

오래된 골동품 상점

찰스 디킨스 (지음) 이창호 (옮김) B612북스 (펴냄)

넬이 살아 있나요?

-<오래된 골동품 상점> 표지글에서

잡지 "마스터 험프리의 세계"에 연재 중이던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의 마지막 호를 싣고 오던 배를 향해 1840년 수많은 인파가 모여 애타게 물었다는 질문이다. 단순히 결말에 대한 궁금함이라기 보다는 넬의 인생에 더이상의 고달픔과 상처가 없기를 응원하고픈 간절한 바램이지 않았을까 싶다.

765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두께는 완독에 대한 부담을 주었지만 어찌 마다하리. 찰스 디킨스를~ 찰스 디킨스의 최고 베스트셀러를~!!

절대적 악의 존재라 할 수 있는 퀼트에게서 달아나는 넬, 그런 넬과 노인을 찾아 뒤쫒는 퀼트와 정체모를 의문의 독신 신사의 쫒고 쫒김, 만날 듯 하다가도 엇갈리는 안타까움에 책의 두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길었더라도 감동에 젖을 시간이 더 늘어나지 않았으려나?

넬이 할아버지와 길 위의 생활을 고되게 이어가며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언뜻언뜻 다른 동화나 소설이 스치듯 떠올랐다. 몬 플라더스 양의 학교에서 눈치밥 먹으며 생활하는 에드워드 양의 처지와 넬을 찾는 의문의 독신 신사는 프랜시스 호지스 버넷의 '소공녀'를 생각나게 했고 키트의 억울한 도둑 누명을 보면서는 찰스 디킨스의 (집필 시기는 올리버 트위스트가 먼저 였지만)'올리버 트위스트'가 떠올리게 했다.


 

오로지 악을 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퀼트와 그런 퀼트에게 갖은 모욕을 당하면서도 아첨하며 악의 조력자가 되는 브라스와는 달리 고생과 배신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스스로 또다른 희망을 만들어가는 넬, 정직과 신의로 듬직하게 자라가는 키트. 선과 악, 악과 선의 대조적인 구도는 그들이 살아오며 행한 일들만큼이나 그들 자신이 맞이한 결말도 대조적이다. 오직 스위블러만이 브라스 남매의 하녀를 만나 어리석음으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저지르던 악을 떨치고 새사람이 된다.

누군가의 불행과 간절함을 자신의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로 인해 그 불행은 마음마저 병들게 한다. 그럼에도 사랑을 잃지 않았던 넬.

하나뿐인 손녀 넬을 위한다는 이유로 일확천금의 꿈을 버리지 못해 도박의 수렁에 빠진 할아버지가 너무 야속했지만 독신 신사의 정체가 밝혀지고 더불어 할아버지의 가슴 아픈 사연이 드러나면서 이해가 되는 마음이 아주 없진 않았다. 길 위의 구걸하는 삶이라도 행복할 수 있다던 넬에게 경계 대신 도움을 주었던 이들을 찾아 잊지않고 보답한 독신 신사의 마음씀에도 울컥 감동이었다.

<오래된 골동품 상점>. 찰스 디킨스가 찰스 디킨스 했다.

이보다 더 찰스 디킨스다울 수 있을까!

"이책은 당신의 폐를 열어주고, 당신의 얼굴을 씻어주고, 당신의 안구를 정화하고, 당신의 치밀어 오르는 화를 잠재울 것이다. 그러니 마음껏 울어도 좋다"는 찰스 디킨스의 말보다 더 적절한 추천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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