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간 열린책들 세계문학 3
알베르 카뮈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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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간

알베르 카뮈 (지음) |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펴냄)

그가 오랜 세월의 어둠을 뚫고 걸어가는 그 망각의 땅에서는 저마다가 다 최초의 인간이었다.

-<최초의 인간> 본문 203페이지

알베르 카뮈를 두고 부조리와 반항의 작가라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의 부재로 극심한 가난을 겪어야했던 어린시절과 결핵을 앓으며 인생의 구비구비 굴곡진 세월을 살아내야 했던 카뮈의 삶을 알고나니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부조리와 세상을 대하는 반항을 어렴풋이 알것도 같다.

<최초의 인간>은 카뮈가 사망하던 당시의 교통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자필 원고가 출간된 것이다. 미완성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도 다듬어지지 않고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꽤 있다. 동일인물의 이름이 중간에 바뀌어 버리기도 하는 등 거친 날것의 느낌이 있다. 부록으로 수록된 낱장들을 보니 첨부하고 깊이있게 들어가려는 의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듯 싶다.

작품 속 자크 코르므리와 알베르 카뮈는 매우 닮았다. 자크를 통해 카뮈 지신을 그대로 녹여낸듯이 자전적인 요소가 많다. 자신의 얘기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싶었을까 아니면 (그 불운한 사고가 아니었더라면)자신의 얘기를 덜어내게 되었을까.

기억에도 없는 아버지. 아버지가 죽음에 이른 나이보다 더 나이를 먹어버린 아들은 젊은 나이에 죽은 아버지의 청춘이 가엽다.

자크에게 베르나르 선생님이 계셨던 것처럼 어린 카뮈에게는 제르맹 선생님이 계셨다.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극한의 가난에서 집안의 독재자였던 할머니를 설득하고 다른 삶의 기회를 열어주신 참 스승이시다.

어린 자크가 학교에서 뮈노즈와의 싸움에서 느낀 것은 남을 이긴다는 것은 남에게 지는 것 못지않게 쓰디쓴 것이기 때문에 전쟁이란 좋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훗날 카뮈가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과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자크는 베르나르 선생님의 도움으로 중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었지만 방학이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가난때문에 일을 구해야하는 그가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학업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난때문에 숨겨야 하는 사실은 카뮈가 느꼈던 부조리중 하나가 아니었을런지.

<이방인>과 <페스트>로 널리 알려지고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카뮈. 초고가 아닌 완성작으로 <최초의 인간>이 발표되었다면 세상은 또 한번 그를 주목했을지 모른다. <이방인>과 <페스트>와 어깨를 견주거나 혹은 뛰어넘거나. 가난으로 마주해야 했던 세상의 부조리들과 전쟁으로 빼앗긴 기억조차 없는 아버지로 인해 카뮈가 가지게 되었을 전쟁의 시각을 엿보았다. 초고의 미완이 아닌 완성작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접을 수가 없다.

각자의 인생에서 누구나 최초의 인간일 수 밖에 없다. 내 인생에서는 내가 그 인생을 사는 최초의 인간이 아니던가.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의 친구들과 함께 읽는 함유도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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