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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 -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오행 습관
장허야오 지음, 정주은 옮김 / 비타북스 / 2016년 7월
평점 :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나는 약을 달고 살았다. 일주일 내내 병원에 가는 날도 있었고, 학교에 빠지는 일도 무척 많았다. 엄마는 내가 아픈 이유가 임신했을 때 제대로 먹지 못해서였기 때문이라고 늘 말씀하시곤 했다. 여자의 몸은 월경, 출산, 수유 끝에 골병이 든다고 한다. 어쩌면 요즘들어 엄마가 자꾸 아프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은 나를 임신하셨을 때 제대로 드시지 못하면서 몸이 약해지셨기 때문은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하나씩 풀어가고 싶었다. 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을 익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걱정거리도 덜 수 있을테고 마음껏 하고픈 것들도 하나씩 해나가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나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지지는 않을까. 내 몸에 대해서 어쩌면 더 관심을 갖게 되지는 않을지. 이런저런 생각에 생각의 탑을 쌓으며 읽기 시작한 <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은 중국에서 시청자와 독자가 뽑은 '가장 핫한 여성 전문가'인 장허야오가 쓴 책이다. 그녀는 중국 정부가 선정한 중의약 학술, 사상, 임상 분야의 대가인 국의대사 및 침구계의 거목인 허푸런의 후계자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여성 질환 분야 명의로 많이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100만 부 돌파 화제의 베스트셀러라는데, 아무래도 그만큼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지 생각해보았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나무, 불, 흙, 소, 물 다섯 가지 속성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그녀는 오랜 의학 공부와 수많은 임상 경험 끝에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병의 원인과 치료의 해답을 앞서말한 '오행'에서 찾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마다 체질도 다르고 잘 걸리는 질병과 집중적으로 보살펴야 하는 장기도 다 다른데 자신의 체질을 잘 알면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1장부터 7장까지 이어진다. 각 장마다 주제를 놓고 이어지는 글의 내용은 무척이나 흥미롭고 신기했다. 내가 내 몸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듯한 신비로움이 줄곧 이어졌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아 이래서 내가 아팠구나.'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녀가 알려주는대로 귓볼을 만지고, 가볍에 혈을 문지르고, 음식에 대해 알아가면서 꼭 이 책은 내 몸에 대한 교과서인 것 같았다. 나도 잘 모르는 내 몸을 그녀가 낱낱이 알려주고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하나, 알아가는 기쁨에 젖어 한 손으로는 혈을 문지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책장을 넘겼다.
오행 체질 조회표에 따르면 나는 '토' 체질이다. 토 체질 여성은 선천적으로 위장이 강하고 비장이 약하며 음식을 잘 먹는 편이지만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게으르고 운동을 싫어한다는데, 나는 이 문장에서 웃음이 나왔다. 게으른 것도 운동을 싫어하는 것도 체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운동도 조금씩이라도 해야겠구나, 라는 생각도 자리했다. 내게 약이 되는 음식까지 한 눈에 보기 쉽게 정리를 해놓았기에 따로 메모를 해서 냉장고에 붙여 놓았다. 한 번이라도 더 보아 나 자신을 더욱 더 건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욕심 아닌 욕심이 몽글몽글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다섯 개의 혈을 자극하면 활력 넘치는 몸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음곡혈, 복류혈, 태계혈, 연곡혈, 용천혈이 다섯 개의 혈에 해당한다. 용천혈은 편안한 잠자리를 선사하고 나머지 네 개 혈은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게 해준다는데, 아마 여기서 말하는 젊음은 보이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아닐지 생각해보았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더 아름다운 법이니 말이다.
갱년기는 난소 기능이 점차 쇠퇴해 본연의 기능을 완전히 잃게 되는 과정으로 폐경과 폐경 전후의 시간을 모두 포괄한다고 한다. 90% 이상의 여성이 갱년기증후군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할 정도로 갱년기는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엄마가 무척 떠올랐다. 작년까지만해도 엄마의 갱년기증후군은 엄청 심했다. 아침의 엄마와 저녁의 엄마는 사뭇 달랐다. 눈물 흘리시는 날도 많았다. 온 가족이 어쩔 줄 몰라하던 시간들. 좋다는 음식도, 약도 엄마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저 나는 듣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중의학에서는 신장의 기운이 점점 쇠하고 오장육부의 기혈이 조화롭지 않은 탓에 갱년기증후군이 찾아오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 따라서 신장의 기능을 강화하고 간의 기운을 소통시키고 비장을 튼튼하게 하면 갱년기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매일 정오와 저녁에 먹는 오행 검은콩 깨 율무죽이 바로 갱년기를 늦추는 처방이라고 한다. 편안한 음악도 자주 들으면 정서의 안정을 가지고 온다던데, 이는 무척 효과가 있는 방법인 것 같다. 때로 음악은 정말 마음에 평안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나의 몸을 안 것 뿐만 아니라, 내 안에 잘못 똬리를 틀고 있는 생각들을 접하게 되었다. 침실에 둔 꽃, 면적이 큰 침실이 바로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다. 대부분의 식물은 낮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다가 밤에는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사람은 잠을 잘 때 호흡이 느려지기 때문에 몸의 신진대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산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정해진 양의 산소를 식물과 나누어 마시려면 당연히 자신이 마실 산소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게 충분한 산소를 마시지 못한 상태인 대뇌는 잠에서 깬 뒤에도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어 정신이 몽롱한 상태를 만든다고 한다. 침실의 '풍수'를 잘 알고 과학적으로 인테리어를 하면 질병을 예방하고 심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데, 나는 그간 너무 편함에만 길들여져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곱씹게 만들었던 책 <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은 나의 무지함을 일깨웠다. 오행 체질 건강법으로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를 먹는 내가 되고 싶다. 건강한 마음으로 건강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