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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걷다 - 당신은 아직 더 갈 수 있다, 니체가 들려주는 용기의 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이신철 옮김 / 케미스토리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작년 12월,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학원 강사일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2016년 서른넷이 되었다. 꽃같은 청춘들과의 설렘 가득한 시간은 지금도 종종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곤 하지만 동시에 먹먹함도 함께 찾아오곤 했다. 더이상 교실에서 마주할 수 없기에, 이제는 사진 보듯 추억처럼 꺼내보는 어느 날의 단편적인 기억이기에 먹먹함이 더 깊게 자리했던걸까.
니체 역시, 삼십 대 중반 십 년간 이어오던 교직 생활을 그만두었다. 건강 상의 이유였다. 십 년간이나 해왔던 생활이니만큼, 그에게도 먹먹한 순간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혹시 그 먹먹함이 무언지 모를 감정들이 그로 하여금 여행을 하게한 것은 아닐지, 어쩌면 그러한 빛바랜 감정들이 그 안에 똬리를 틀고 앉아 그를 내내 괴롭혀왔던 것은 아닐지, 생각하고 생각하는 시간. 그 시간이 바로 서른넷의 니체와 걷는 시간이었다.
서른넷 니체와 유럽을 걸었다. 나역시 서른넷, 그와 같은 나이. 그와 함께 거닌 유럽은 무척이나 큰 울림의 시간이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동경은 누구에게나 있을터, 그래서인지 니체와 함께 거닐고 있다는 그 생각이 나를 꿈결속으로 밀어넣었다. 아무래도 사진이 그 역할을 해주었던 것 같다. 가보지 않은 곳이지만 사진으로 접할 수 있기에, 그래서 더욱 더 기대하게 되고 상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사진과 그리고 그의 속삭임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움의 원천이 되어주었다. 뻔하고 뻔한, 그런 말이 아니었기에 더욱 더 되새기며 집중할 수 있었다. 사진 속의 공간에 잠시 내가 있는 것 같은 착각, 그 쉼의 시간이 니체와 함께 걷게 했다. 때로는 그의 물음에 답하면서, 때로는 그의 물음에 끄덕이면서, 때로는 불빛 아래에서 그를 만나면서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은 금세 편안해졌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나의 마음도, 지친 생각도 가지런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모든것이 그의 위로, 글이 지닌 힘인걸까.

베네치아는 이십대부터 내가 꿈꿔오던 곳이다. 그리고 그 곳은 니체가 좋아한 도시 중 하나이다. 한 열 흘정도 베네치아에 지내며 그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 그가 즐겨 갔다는 플로리안 카페에 앉아 그를 꿈꿔보고 싶다. 비록 언어에 대한 어려움이 존재할지라도, 저물어가는 노을과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과의 시간에는 그 어떠한 어려움도 존재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베네치아 최초의 석조 다리에서 그를 떠올리며 그의 글귀를 되새기며 그가 머물렀을 이 도시를 그려보고 싶다. 순간의 감정일지라도 그 시간은 매우 소중할 것 같다. 그리고 집중의 시간도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그만두고 주부가 되었다. 아가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내 안에 자리했던 꿈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역할을 케미스토리의 『니체와 걷다』가 해주었다. 글은 치유의 窓이며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의 글이 책을 읽는내내 어두움을 밝혀주는 환한 빛이 되어주었고 내 안에 자리한 꿈을 밝히는 빛이 되주었다.
오늘의 간절함을 글로써 마주하고 지친 일상에 잠시 생각의 쉼을 내어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니체와 걷다』는 앞으로도 머리맡에 두고 매일같이 읽고픈 책이다. 매일매일 되새기고 싶은 그의 울림이 깃든 글이다.
**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