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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당신을 위한 감정의 심리학
유은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을 그만두자, 지인들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냐고, 후회하지 않냐고…
나는 그 질문에 임신 준비중이라는 대답을 했다. 한살 더 먹기 전에, 임신을 하고 싶다면서.
내 답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하루 종일 집에서 뭘 하는지, 심심하지는 않은지, 답답하지는 않은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던졌다. 일하던 사람이 일을 쉬면 몸살이 난다더나, 어쩐다나.
속으로 참 피곤한 질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난 참 좋은데, 그간 사놓고 끝까지 다 읽지 못했던 책도 꺼내어보고, 하고픈 것들도 하나씩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데, 쉽사리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유은정 정신과 전문의가 써내려간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를 읽으며 나는 열심히 끄덕거렸다. 특히, 2장의 내용들이 무척 좋았다. 꼭 내게 잘 기억하고 있으라는 것처럼 잊지 말고 두고두고 간직하고 있으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때로는 위로가 되어주고, 때로는 응원의 메시지처럼 다가왔다.
나역시 서른이라는 나이에 무척이나 집착했다. 서른이 되면 많은 변화가 생기고 달라질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서른이 되었을 때, 달라지는 건 별로 없었다. 여전히 같은 일을 하고 있었고 주위 친구들이 결혼을 하기 시작했으며 하나 둘, 앞으로에 대한 불안감이나 걱정거리를 술자리에서 꺼내놓을 뿐이었다. 돌이켜 떠올려보면 서른의 우리들은, 불안전한 오늘에 늘 불완전한 물음표를 매달고 살았던 것 같다. 어쩌면 지금 역시 우리들은, 불안전한 오늘에 불완전한 물음표를 매달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나는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수년째 신춘문예 준비 중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 친구를 볼 때마다 걱정이 한 가득이다. 너도 나이가 있는데 언제까지 신춘문예에 매달릴 것이냐, 이제는 직업을 가져야 하지 않겠냐, 언제 결혼해서 언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며 살 것이냐… 아주 진부하기 그지없는 걱정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 걱정중에는 친구를 향한 나의 걱정도 포함되어 있다.
올초에는 친구가 내게 '그래도 본선에 올랐다'라는 말을 했다. 어찌나 그 이야기를 하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던지, 이후 친구를 볼 때마다 그간 내뱉었던 진부한 걱정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친구는 지금도, 오늘 이 시간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시 쓰기를 할 것이다. 자기만의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친구도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나를 너무 사랑하면, 내 옆의 사람을 보지 않게 된다. 그리고 반대로 내 옆의 사람만을 보게 되면, 나를 보지 않게 된다. 어느 정도 적절하게 관계가 이루어졌을때, 그제야 비로소 나와 내 옆의 사람을 보게 되는 것 같다.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는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여러가지 일화를 제시하며 적어나간 글은, 고리타분하게 박혀있던 내 생각의 가시들을 하나씩 뽑아주었다.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희망으로 다독다독, 다독이는 시간들. 그 이끌림에 나도 모르게 긴 시간을 빠져 들었다.

보다 건강한 마음의 나를 마주하고 싶다. 나 자신을 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나로 앞으로의 나를 기다리고 싶다. 그리고 어느날, 우리에게 선물처럼 다가올 우리의 아이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
**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