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사랑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2
막스 뮐러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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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갑자기 옛날에 읽었던 책들이 불현듯 그리워져 다시 읽곤 한다.
독일인의 사랑도 그중 하나...
내가 독일인의 사랑을 처음 만났던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서였을 거다.
어슬렁어슬렁 서점을 거닐다가, 어디선가 추천목록에 있던 것 같은 이 책을 덜컥 사서 읽었다.

학교에서 잘 개방하지 않았던 독서실을 자율학습 명목으로 열었을 때, 나는 정석 수학 대신에 이 독일인의 사랑을 읽었다. 한면이 몽땅 유리창이었던 그 한적함 속에서 토요일 오후의 유유자적함을 즐기면서, 나는 나의 백양나무는 바람에 흔들릴까 흔들리지 않을까 를 열심히 생각했다.

겨울나그네의 저자로 유명한 빌헬름 뮐러의 아들로서 막스 뮐러는 이 소설 하나만 유명했고 작가로서의 활동은 그다지 많이 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약간은 종교적 색채가 강한 이 책이 가끔은 그 도서관의 기억과 더불어 내게 다가온다.
이번 겨울에도 하얀 표지가 왠지 눈을 연상시키길래, 다시 꺼내들어서 그 옛날의 추억을 더듬어 봤다.  책을 펼치면,  거대했던 창문과 함께 도서관의 추억이 쏟아져들어온다.
마리아의 조그마한 속삭임도 , 화자의 고뇌도..

얄팍한 사랑이 판치는 시대. 가끔은 이런 순수한 사랑으로 마음을 달래줘야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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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홀로 선 나무 - 조정래 산문집
조정래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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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막 한강을 다 집필하셨을 때와 맞물려 있었던 것 같다. 온갖 매체에 조정래 선생님의 이야기, 부인께 쓰신 편지이야기, 원고를 쌓아서 같이 찍은 사진등등 을 보면서 계속 감탄했던 기억이 나니 말이다.  모두 다 읽어본다는 태백산맥도, 아리랑도 한강도 대하소설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로선 접한 적이 없지만, 조정래 선생님에 대해서는 늘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마침 좋은 기회다 하고 이 '누구나 홀로 선 나무'를 읽게 되었다.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었고, 그냥  순전한 호기심에 읽게된 이 책은 생각보다 참 많은 것들을 담고 있었다. 아버지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되는 조정래 선생님의 평이하지 않은 성장이야기가 흥미로왔고, 또 중학교 때 국어선생님의 영향으로 나도 국어에 대한 애착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조정래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참으로 반가왔다.  맞습니다! 라고  수없이 말하면서 책을 읽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며느리에게 책을 손수 베끼게 한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는 방법에는 참으로 여러가지가 있지만, 한번도 쓰면서 읽을 생각은 안해봤는데 그렇게도 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아끼는 책은 손수 베끼면서 작가의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아주 조금이라도 공감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수필의 쟝르는 어차피 개인의 이야기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 썼다해도  모두 그게 보편적 진실이라는 법은 없다. 받아들이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
조정래선생님의 소설을 한번도 안읽어본 이에게는 작가약력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소설의 팬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이 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될 게다. 또한 그다지 조정래 선생님의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창작의 고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알려주고, 자신이 가진 신념을 굽히지 않고 살아온 작가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으니 두루두루에게 다 좋을 듯 싶다.
결국 우리는 모두 홀로선 나무지만, 숲을 이루어 살고 있으니 다양성을 위해서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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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를 추억하며 그르니에 선집 2
장 그르니에 지음 / 민음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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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두고 늘상 읽게되는 그르니에의 '섬'의 멋진 서문을 카뮈가 썼고, 우리나라 번역본의 서문-제목조차 멋진 '글의 침묵'-은 김화영선생님이 쓰셨다.  그 뒤로 나는 내가 읽은 '섬'이 민음사에서 나온 장 그르니에 선집의 첫번째 권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나머지 다른  책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선, 서문을 썼던  카뮈에 대한 추억의 글이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그르니에의 글은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다. 겉으로보는 책의 두께도 두껍다고 할 수 없을 뿐더러, 안의 활자크기도 그다지 작지 않아서, 그냥 글만 휘리릭 읽는다면 얼마 걸리지 않아서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렇게 읽은 것이 과연 정말 책을 읽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르니에의 글은 결코 게걸스럽게 먹어치워선 안된다. 음미하면서 먹어야한다. 언젠가 법정스님께서 쓴 글이 기억나는데, 좋은 책이라는 것은 한번에 주루륵 읽는 것도 좋지만, 계속해서 책장을 덮게 되는 것이 더 좋은 책이라고 말했다.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 그 문장들.. 그게 양서라고... 네 권의 선집중에서 여전히 나는 '섬'을 가장 좋아하지만서도 '카뮈를 추억하며'나 다른 나머지 책들도 한번 읽었다고 그냥 내팽개치게는 되지 않는다. 역시 그르니에의 글은 두고두고 천천히 씹는 맛이  각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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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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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어째 쉽사리 손이 가진 않았다. 그저 내가 괜찮게 봤던 스모크라는 영화의 원작자가 폴 오스터구나 라고 항상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달의 궁전'이 집에 들어왔고, 충동적으로 읽게 되었다.

마른 청년 포그. 그가 삼촌으로부터 물려받은 책을 처음에는 툴툴거리면서 불평하다가 나중에는 그 책으로 가구를 쌓고, 또 한 권씩 다 읽는 것을 보면서, 나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했다. 지금 내가  가진 책으로 가구를 만들어서 쌓고, 한 권씩 읽기에는 나는 손에 움켜진 것들이 너무 많다. 방안에 가구도 많고, 책만 읽으면서 보내기엔 시간도 모자라고..

나는 포그의 이 한가로움을 부러워했고 내가 늘 살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포그가 (실제로는 오스터겠지) 생각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공감했다. 그 후로는 참으로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일들이 포그에게 펼쳐졌지만 말이다. 

삶이란건 참 힘들다. 이래야하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내게 좋은 기회다 싶은 것도 눈앞에서 고스란히 놓쳐버리고, 저 길이 아닌 이 길로 가게된다. 그래서 뒤돌아보면서 늘 저 길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며 후회한다.  아무 쓸모도 없는 어리석은 일이지만, 실제로 지금껏 살아오니 내 삶도 그러했다. 달의 궁전은 끝맺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시작되던 이야기였다. 앞으로 포그의 삶이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어리석음의 되풀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더불어 나의 삶도 .. 언젠가는 그리고 꼭 책으로 가구를 쌓아봤으면 그렇게 책이 많아봤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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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박완서 외 12명 지음 / 한길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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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서점에 들렀다가 "금주의 서평"칸에 이 책이 꽂혀져 있어서 빼어들게 되었다.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맨 앞으로 쟁쟁한 사람들의 '잊을 수 없는 밥상'이야기.

'우동 한 그릇'이라는 일본의 유명한 책이 있어서, 혹시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빼어들었지만, 이 책은 밥상에 대한 추억,철학 등의 개인적인 생각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두께에 비해서 들어있는 내용은 얼마 없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빼곡히 채워진 작은 글자의 책을 선호하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손이 갔다.

이런 수필류는 마음이 복잡할 때, 머리를 식힐 수도 있고 또 공감대를 불러일으켜서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도 하기 때문에 읽으면서 참으로  즐거웠다. 또 나의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도 되고 말이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다 독특하고 재미있었지만, 아직 요리를 잘 못하기 때문에, 김진애씨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잊을 수 없는 밥 한그릇에 김진애씨의 요리 찬양의 글은 조금 튀었지만^^  요리가 그렇게 녹녹하지 않은 것임을 많은 수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더라.  가장 슬펐던 길은 공선옥씨의 '밥으로 가는 먼 길'이었고..
내가 만약에 그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던 서러운 경험이 있다면, 밥상을 대할 때마다 정말 한알한알이 소중해 질 것 같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밥을 먹어야지 하게 만드는 글들.
밥맛이 없다면, 반찬투정을 부리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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