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네가 오고 있다 - 사랑에 대한 열여섯 가지 풍경
박범신 외 지음 / 섬앤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사람들은 잡스러운 것이 싫다면서 이렇게 여러 사람이 쓴 책이나 혹은 편집음반들을 멀리 하기도 한다.

원래는 그런 성향이 아니었는데 주위의 몇몇 사람들에게 그런 소리를 듣다보니 왠지 인기에 영합한 듯한 이런 대표작가들이 잔뜩 나오는 책은 덩달아서 안좋게 보는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원래 성향은 이것저것 비벼놓은 비빔밥을 좋아하는지라 우연히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왔을 때 별다른 거부감 없이 그냥 읽어보기로 했다.

게다가 저기 오는 "네"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던 것!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 책 안에는 곳곳에 보석들이 박혀있었다.

특히나 이제껏 윤대녕 작가의 작품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나에게 ,

"달에서 나눈 얘기"라는 그의 에세이라기보다는 소설이 회오리바람처럼 다가와서 엄청난 기세로 내 마음을 휩쓸어버렸다.

항상 글의 힘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도 방심하는지 간혹 이렇게 호되게 당한다. 어찌 생각하면 이런 의외의 곳에서 만나는 글들이 나로 하여금 책을 항상 더 가깝게 하도록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이 짤막한 소설을 되풀이 읽다가 심지어는 영어로 혼자서 번역까지 했다. 외국인친구에게도 이런 좋은 글을 알려줘야한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그리고는 조그마한 인쇄물로 만들어서 선물해주었다.

거친 번역임에도 굉장히 좋은 글이라고 친구가 좋아하는 걸 보면서 조악한 번역이지만 저자에게 보내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윤대녕 작가 이외에도 다른 작가들의 글도 물론 모두 수작이었고. 그리고 이 책의 좋은 점은 작가 소개가 각각의 그 작가에 해당하는 글이 나올 때 옆에 같이 나오는 데다가 왜 이런 글을 썼는지 나중에 작가가 덧붙임을 해줬다는 데 있다.

물론 어찌보면 독자 고유의 해석을 방해할 수도 있지만 늘상 예술작품을 볼 때마다 왜 이 사람은 이런 표현을 했을까? 궁금하게 생각했던 나로서는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구성이었다.

저기 네가 오고 있다! 라고 외치는 것처럼, 그렇게  두려움없이 사랑을 바랄 수 있다면 인생이  참으로 더 쉬워지련만, 실제의 삶에선 사랑은 마냥 반가운 존재가 아닌 듯 해서 아쉽다.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마냥 그 오고 있는 너, 사랑이 기다려졌음은 물론이다.

 

2007.7.18
ㅈㅇㅅ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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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0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한 느낌입니다. 여러가지 맛깔스런 글들을 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책 한권을 알아가는 군요. 번역까지 해주셨다는 외국인 친구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부럽네요.ㅎㅎ
 

 

릴케는 아주 천천히 내게 다가오고 있다.
별을 헤는 시로부터 남극의 기도를 통해서  장한나를 넘어  Kissing Jessia Stein을 통과해서
그리고 시간여행자의 아내 에 이르기까지.

몇 년을 걸쳐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릴케를 릴케로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두이노의 비가.
어떤 책이 좋을까? 이런 건 읽어보기 전엔 알지 못하는 일.
원문이 있고 번역도 좋은 책.
번역시집을 볼 때 선호하는 요소.

라이너 마리아 릴케.
곧 가까이 더 가까이 오라.



2006.6.2. 쇠
지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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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님의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오면..."

오래된 리뷰를 이제서야 읽습니다. 키리 테 카나와는 그다지 좋아하는 성악가는 아니지만 이 노래에서만큼은 좋던걸요. 자장가 노래도 좋아해서 마릴린 혼의 쿰바야를 번쩍번쩍이는 세계의 자장가 음반에서 찾아내곤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라요. 이 키리 테 카나와의 노래와 마릴린 혼의 그 노래가 참 좋았거든요. 매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음반을 사셨군요. 뉴질랜드 하면 이 노래랑 음 '전사의 후예' 영화랑 아..근래에 본 웨일라이더 이렇게 세개가 떠오르네요. 알라딘에서 간혹 이 이름을 보면 혹시 그곳의? 라는 의문을 예전에 가졌는데 이젠 확실히 답을 얻고 가요. ^_^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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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바치는 사랑의 시
헤르만 헤세 지음, 여름나무 편집부 옮김 / 여름나무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부제가  '영혼을 적시는 세계의 명시 95선'.

그대에게 바치는 사랑의 시!

편집음반을 사려고 하면 늘 말리던 나의 친구들의 만류를 뒤로 하고 다른 데서 잘 구할 수 없는 곡이 한 곡이라도 수록되어 있다면 그것도 그 음반의 가치를 빛내게 해 주는 것이라고 뜻을 굽히지 않고 구매했던 나.
이런 평소의 경향대로 이 시집도 그동안 여기저기서 보아온 시들을 한데 묶어서 정리한다는 셈 치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이 시집은 편집시집이다. 엮은 이도 또한 '편집부'.
세계의 명시들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수록한 적당한 책이 없을까 하고 찾던 중 이 책이 눈에 띄어서 사게 되었는데 펼쳐보고 나서 왜 직접 살펴본 후에 사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장수가 적어서 원문을 실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어도 본래의 제목과 시인 이름 정도는 본명을 밝혀놓았을 줄 알았다.

물론 몇몇 곳에선 간단한 시인의 소개도 해놓았지만서도 아무리 편집 시선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제목과 시인 이름 그리고 번역자까지는 제대로 명시해야했지 않았을까?
그냥 우리가 흔히 '헤세' 라고 말하는 것과 책으로 시 제목 옆에 '헤세'라고만 씌여져 있는 것은 다른 느낌이 들고 성의없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구매하는 본인이 제대로 살펴보고 이런 편집 시선이 아니라 제대로 각 시인마다 시집을 샀으면 좋았겠지만,  효율적인 면에서 택한 이 시집이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줬더라면 '시'를 음미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무성의함으로 인해서 책을 펼 때 눈살을 찌뿌리게 되어 정말 안타깝다.

혹시라도 이 책이 다시 출간되게 된다면 일관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시인의 이름도 시인의 소개도 모든 시에 제대로 하고  번역자이름 원 제목 정도는 한글 번역 제목 옆에 적어주길.
그래야 인터넷에서 검색이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2006.5.29
지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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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미술 순례 창비교양문고 20
서경식 지음, 박이엽 옮김 / 창비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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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미술 순례"에 대한 추천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나서, 개정판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서양미술의 역사가 어떻고, 그림은 이렇게 읽어야하며, 그림 읽기는 이래서 즐겁다...라는 입문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이 책은 그림이 곁들인 그의 순례기이다.

고생하는 형님들에 대한 아픈 기억을 품고, 자기 자신의 고뇌를 싸안으며 여행하는 저자에게는 그 자신 이외의 사람들이 보는 눈으로 그림을 볼 수가 없는 법이다. 그의 그림 보기가 너무 편협되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 그림을 대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도 "나의" 서양미술 순례가 아니겠는가..

삶의 비릿함, 인생의 허무함과 중압감을 느껴본 이라면, 서경식씨가 보는 관점이 잘 이해될 듯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질곡이 많았던 우리의 근현대사도 떠올리게 되고, 어쩌면 이 땅에서 제2의 서경식씨와 그의 형제들이 고통받고 있을 것도 생각하면서, 바른 마음가짐으로 살아야겠다고 매무세를 고치게 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들은 많은 사람의 희생을 필요로 했으니 말이다.

언젠가는 나도 이런 "나의" 순례기를 쓸 수 있었으면 한다. 그 때엔 서경식씨처럼 이렇게 아픈 마음으로는 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진지함과 내 눈으로 보는 안목을 갖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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