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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미술 순례 ㅣ 창비교양문고 20
서경식 지음, 박이엽 옮김 / 창비 / 2002년 2월
평점 :
"나의 서양미술 순례"에 대한 추천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나서, 개정판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서양미술의 역사가 어떻고, 그림은 이렇게 읽어야하며, 그림 읽기는 이래서 즐겁다...라는 입문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이 책은 그림이 곁들인 그의 순례기이다.
고생하는 형님들에 대한 아픈 기억을 품고, 자기 자신의 고뇌를 싸안으며 여행하는 저자에게는 그 자신 이외의 사람들이 보는 눈으로 그림을 볼 수가 없는 법이다. 그의 그림 보기가 너무 편협되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 그림을 대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도 "나의" 서양미술 순례가 아니겠는가..
삶의 비릿함, 인생의 허무함과 중압감을 느껴본 이라면, 서경식씨가 보는 관점이 잘 이해될 듯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질곡이 많았던 우리의 근현대사도 떠올리게 되고, 어쩌면 이 땅에서 제2의 서경식씨와 그의 형제들이 고통받고 있을 것도 생각하면서, 바른 마음가짐으로 살아야겠다고 매무세를 고치게 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들은 많은 사람의 희생을 필요로 했으니 말이다.
언젠가는 나도 이런 "나의" 순례기를 쓸 수 있었으면 한다. 그 때엔 서경식씨처럼 이렇게 아픈 마음으로는 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진지함과 내 눈으로 보는 안목을 갖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