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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것들의 도시 ㅣ 일인칭 4
마시밀리아노 프레자토 지음, 신효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월
평점 :
잊혀진 것들의 도시가 있다. 그곳의 이름은 샤. 누군가 살던 집, 누군가 읽었을 책,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와 같이 사람의 손을 탄 물건부터, 두려움, 꿈, 이상(理想)까지. 누군가에게 잊혀진 모든 것들이 샤로 온다. 샤의 주인은 그 모든 것을 두루 살핀다. 집의 창문을 없애 공기가 통하게 하고, 책 속 글자를 지워 새로운 글이 들어갈 자리를 마련해 주며, 잊혀서도 달리고 있던 시침과 분침을 쉬게 해준다.
모든 것을 챙길 수 없는 한계에 우리는 의도치 않은 작별을 하고, 거기에 무뎌지고 익숙해지며 커간다. 잊고자 해서 잊은 게 아닌, 시간이 지나는 동안 찾지 않아 서서히 잊혀진 것들에 대한 마지막 인사를 보며 <토이스토리3>가 떠올랐다. <토이스토리3>의 앤디는 장난감과 처음만난 순간처럼, 성장하지 않은 것처럼 다시 한 번 장난감들과 노는 것으로 작별 인사를 한다. 모든 사람이 <토이스토리3>의 앤디처럼 작별 할 행운을 잡지 못한다. 그런 우리들을 위한 곳이 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대신해 마지막 인사를 해주고, 마지막 순간을 눈에 담아준다. 잊힌 모든 장난감은 꿈속에 넣은 샤의 주인은 우리를 대신해 장난감들과 놀고 있는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유령처럼 세월이 흐르며 잊히는 것이 서러운 것이 있는 반면 오히려 잊혀서 괜찮은 것도 있나보다. 우리가 커가며 사용하는 물건들이 바뀌듯, 커가며 많은 것을 배우고 알아간다. 소방차가 되길 꿈꾸던 아이가 시험을 치고 공무원이 되듯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데, 이런 성장에 ‘두려움’은 잊히는 게 달가워 보인다. 두려운 것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을 했다는 뜻일 테니, 두려움들은 슬프기 보다는 밝아 보인다. 그렇기에 너덜너덜해진 행성을 위해 눈물을 내어주는 두려움의 마음은 기껍지 않을까.
수많은 물체와 작별하고 꿈과 작별하고, 감정과도 작별을 한다. 누가 의도하고 작별하겠는가. 시간이 지나 어쩌다보니 작별하는 것이지. 그런데 적어도 나와 작별하는데, 작별하는 이와의 추억을 반추해 보는 정성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식하지 못 한 체 잊혀진 것들의 도시에 떨어지는 것은 슬플 것 같기 때문이다. 두려움처럼 쥐도 새도 모르 게 잊히는 게 기꺼울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나를 잊고, 나 스스로와 작별할 순간마저 놓쳐버리기 전에 미리 연습해 두어야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