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 - 사르담호 살인 사건
스튜어트 터튼 지음, 한정훈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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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잔혹한 역사의 일부, 식민지 시대의 전초기지였던 동인도 회사에서 출발한 사르담호가 미신과 오컬트적인 소재가 섞인 미스터리 스릴러를 실은 채 나아간다. 혀가 잘린 문둥병자가 외치는 경고, 펼쳐지는 돛대에 그려진 꼬리 달린 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바타비아의 총독은 항해를 강행한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문둥병자와 일곱 척의 배만 있어야할 바다를 비추는 여덟 번째 불빛. 머리카락이 쭈뼛서고, 등골이 오싹한 괴담 같은 이야기가 주는 심리적 공포도 매력적인데, 심지어 무슨 일이 벌어져도 도망칠 곳 없는 넓고 깊은 바다가 주는 공포까지 더해지며 일으키는 혼란에 몰입해가며 읽어갔다.

동인도제도에서 가장 유명한 명탐정, 새뮤얼 핍스는 죄인이 되어 감금되어 있는 상태이기에 새뮤얼 핍스를 대신해 아렌트 헤이즈는 이 불길한 징조를 해결하고자 동분서주한다. 바타비아의 총독이 항해를 강행하게 만든 ‘포세이돈’과 인간의 욕망을 거름삼아 살아가는 ‘올드 톰’, 배를 둘러싼 비밀을 아렌트 헤이즈를 따라 파헤쳐 보지만 거친 파도만큼 불친절한 선원들은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런 거칠고 투박한 인물들이 많기 때문인가, 총독의 아내 사라와 그녀의 딸 리안에게 더욱 눈길이 갔다. 이 험난한 여정에 쓰러져버리지 않을까 걱정되는, 그러나 혼돈에서도 곧을 심지에 첫눈에 반해 이야기를 읽어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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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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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조이 델라니의 실종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델라니가(家)의 4남매는 엄마가 실종된 이유로 아빠, 스탠 델라니를 의심한다. 퉁명스럽지만 분명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 그런 아빠가 어째서 엄마를 실종시킨 범인이 되어가는 지 4남매의 회상과 이야기를 통해 그려간다. 테니스 선수였던 엄마와 아빠를 따라 4남매도 테니스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정상에는 설 만한 실력은 없었기에 테니스를 관뒀다. 이것저것 도전하는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에이미, 대학교 시간 강사 로건, 시원한 성격의 트로이, 점잖은 막내 부룩에겐 테니스란 복잡한 공통의 서사였다. 델라니가(家)의 테니스 교실에서 불화와 유대, 미움과 사랑이 가득한 곳으로 인생의 기반이었다. 그런 기반 속 제대로 돌보지 못한 조각이 오늘 날 그들의 인생을 흔들고 있었다. 엄마의 실종을 통해.


‘같은 사건을 겪었어도 각자의 상황에 따라 사건을 다르게 기억한다’는 당연한 말을 이렇게 섬세하게 적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6식구의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자랑스러워야할 테니스가 불화의 씨앗이 되어가는 과정을 외줄타기 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읽어갔다. 유망 선수를 발굴 했지만 버림받고 은퇴한 아빠, 그 유망선수에게 아빠의 사랑을 빼앗긴 남매들, 테니스만 아는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느라 본인의 삶은 뒷전이었던 아내. 이야기는 실버세대의 황혼이혼을 떠올릴 만한 사소하고, 뻔한 불화처럼 시작하지만 자잘하게 깔아 놓은 복선들이 회수 장면은 놀라웠다. 섬세한 심리에 심취해 있다가 갑자기 훅 들어온 복선에 다시 읽고 싶은 부분이 많아지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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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것들의 도시 일인칭 4
마시밀리아노 프레자토 지음, 신효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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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것들의 도시가 있다. 그곳의 이름은 샤. 누군가 살던 집, 누군가 읽었을 책,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와 같이 사람의 손을 탄 물건부터, 두려움, 꿈, 이상(理想)까지. 누군가에게 잊혀진 모든 것들이 샤로 온다. 샤의 주인은 그 모든 것을 두루 살핀다. 집의 창문을 없애 공기가 통하게 하고, 책 속 글자를 지워 새로운 글이 들어갈 자리를 마련해 주며, 잊혀서도 달리고 있던 시침과 분침을 쉬게 해준다.

모든 것을 챙길 수 없는 한계에 우리는 의도치 않은 작별을 하고, 거기에 무뎌지고 익숙해지며 커간다. 잊고자 해서 잊은 게 아닌, 시간이 지나는 동안 찾지 않아 서서히 잊혀진 것들에 대한 마지막 인사를 보며 <토이스토리3>가 떠올랐다. <토이스토리3>의 앤디는 장난감과 처음만난 순간처럼, 성장하지 않은 것처럼 다시 한 번 장난감들과 노는 것으로 작별 인사를 한다. 모든 사람이 <토이스토리3>의 앤디처럼 작별 할 행운을 잡지 못한다. 그런 우리들을 위한 곳이 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대신해 마지막 인사를 해주고, 마지막 순간을 눈에 담아준다. 잊힌 모든 장난감은 꿈속에 넣은 샤의 주인은 우리를 대신해 장난감들과 놀고 있는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유령처럼 세월이 흐르며 잊히는 것이 서러운 것이 있는 반면 오히려 잊혀서 괜찮은 것도 있나보다. 우리가 커가며 사용하는 물건들이 바뀌듯, 커가며 많은 것을 배우고 알아간다. 소방차가 되길 꿈꾸던 아이가 시험을 치고 공무원이 되듯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데, 이런 성장에 ‘두려움’은 잊히는 게 달가워 보인다. 두려운 것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을 했다는 뜻일 테니, 두려움들은 슬프기 보다는 밝아 보인다. 그렇기에 너덜너덜해진 행성을 위해 눈물을 내어주는 두려움의 마음은 기껍지 않을까.

수많은 물체와 작별하고 꿈과 작별하고, 감정과도 작별을 한다. 누가 의도하고 작별하겠는가. 시간이 지나 어쩌다보니 작별하는 것이지. 그런데 적어도 나와 작별하는데, 작별하는 이와의 추억을 반추해 보는 정성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식하지 못 한 체 잊혀진 것들의 도시에 떨어지는 것은 슬플 것 같기 때문이다. 두려움처럼 쥐도 새도 모르 게 잊히는 게 기꺼울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나를 잊고, 나 스스로와 작별할 순간마저 놓쳐버리기 전에 미리 연습해 두어야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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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노래
레스 벨레츠키 지음, 데이비드 너니 외 그림, 최희빈 옮김 / 영림카디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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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식의 창구이기만 했던 책도 이제는 경험의 영역으로 지평을 넓히는 과정을 보고 있으니 경이로운 느낌이다음악 관련 책을 볼 때 면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을 상상해야하는 난감함이 있었고검색해서 들어도 책에서 설명하는 음악이 이 버전이 아니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든다요즘은 책에서 이 사이트의 음원을 들으며 책을 감상하라 친절히 QR코드까지 제시해 주니 얼마나 간편한가책 외에 스마트폰이 있어야 하지만 검색하는 과정 없이 책에 기재된 QR코드만 찍으면 바로 음원을 들을 수 있다유명한 음악도 아닌 이름도 난생 처음 들어본 새의 소리까지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다.

 

북아메리카남아메리카유럽아프리카아시아오세아니아의 많은 새들을 큼직한 일러스트와 함께 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감상했다그런데 책에 적어놓은 의성어와 QR코드로 확인한 새의 울음소리가 다른 것도 있어 당황스럽다...... 하긴 파도 소리가 철썩철썩이 아니듯새의 발성기관에서 나는 소리를 인간의 언어로 어찌 표현할까 싶다그나마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이런 소리(?)가 맞긴 한 것 같기도흰종소리새가 종소리처럼 멋지게 노래 부른다는데컴퓨터 시스템 소리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소리를 낸다이처럼 의성어와 실제 소리를 비교해 가며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아이오라의 휘파람같은 울음소리나팔코뿔새의 나아아아아아아아-하는 울음소리라기아나극락조가 이성 유혹하는 울음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깊은 숲속이라는 착각이 든다맛있는 음식으로 힐링하고향긋한 향으로 힐링하고아름다운 그림으로 힐링하는 것에 더해 새의 다양한 소리로 힐링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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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의 유토피아 - 왜 유토피아를 꿈꾸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연효숙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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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인의 관점에서 모어의 유토피아를 설명하고 있어 이해하기 쉽고, 저자의 말에 공감하기 좋았다. 우선 모어의 유토피아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모어의 생애와 사회적 배경을 짚고, 책을 읽으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유토피아를 이야기한다. 유토피아를 읽지 않았음에도 모어가 말하는 유토피아는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워라밸은 환상적이고, 부족한 물건이 없는 곳이다. 충분히 생성하여 알맞게 소비하고, 사치와 욕망하지 않는다. 읽다보니 이것이 과연 인간이기나 한 것인지 궁금하다.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고, 배우는 것에 지치지 않는 인간들이기에 유토피아가 가능한 것인가.

 

읽는 동안 저자도 수많은 물음을 던진다. 유토피아 사회에서 답을 찾기도 하고, 우리 사회와 엮어 답을 내기도 한다. 경제, 법, 삶, 가정, 노동, 교육 등 현재에도 고민해야할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많은 것을 고민하느라 머리가 바빴다.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기도 하고, 반대하기도 하며 유토피아 속 사회를 보았다.

 

사회로 나갈수록 막막함에 무기력한 기분이 든다. 부의 양극화는 좁혀지긴 할까? 노동에 회의감이 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정치는 무능해 보인다. 국제 정세는 불안전 하고, 나라의 미래는 밝지가 않다. 과학기술과 이성이 발전한 시대가 되었지만 모어의 유토피아는 더 멀어진 것 같다. 현재의 인간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임에도 이렇게 고민해보고, 완벽한 유토피아는 아닐지라도 그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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