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 - 연쇄살인범의 딸이 써 내려간 잔혹한 진실
에이프릴 발라시오 지음, 최윤영 옮김 / 반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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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을 아빠로 둔 작가의 이야기는 어린 유년 시절부터 시작한다. 집으로 들어오는 차소리에 설레며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아빠를 보고 싶어 달려나가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들어 올려 놀아주는 아빠를 기억하는 문장은 읽는 것만으로 다정함이 흘러넘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한때는 그녀를 지켜줄 든든한 울타리였고, 한때는 그녀의 우주였던 아빠. 그런 아빠를 향한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깨어지기 시작한다.


다섯 살엔 손톱깎이가 제자리에 없다는 이유로 벨트로 맞아야 했고, 여섯 살엔 아빠에게 거짓말쟁이라고 했다가 던져졌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턴 형제끼리 승부가 날 때까지 투견처럼 싸우게 되었다. 하나 둘 생기던 작은 의문이 쌓여 불만이 되었고, 그 불만들이 쌓여 점점 분노로 변해가는 과정 속 아빠가 살인범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안타까움을 느끼는 한편, 살인을 저지르고도 평생을 원하는 대로 살았고, 사랑으로 품으려던 사람도 있었다는 사실에 살인범에게는 과분한 삶을 산 것 같아 화가 났다. 


책을 읽으면서 쌓였던 화는 아빠의 살인죄를 외면하지 않는 작가의 여정을 통해 다시 안타까움으로 치환되며, 그녀의 여정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행보를 응원하며 책을 덮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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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살인
카라 헌터 지음, 장선하 옮김 / 청미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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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루크라이더를 죽였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제작된 리얼 크라임 TV 쇼 [인퍼머스]! 


이야기는 20년 전 미제 사건을 재조명하는 TV 쇼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루크라이더의 의붓아들 가이 하워드는 진실을 알아내고자 하는 열망으로 TV 쇼의 감독을 맡게 되는데, 20년이나 지난 사건의 범인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1-2화는 사건의 개요와 당시 수사했던 내용을 알려주며, 다시 한번 수사의 과정을 밟아나간다. 출연진과 함께 수사 과정을 정리하고 있는데 반전은 순식간에 나타났다. 내가 읽은 문장이 이상해서 두세 번이나 읽었다. 하나의 반전 이후 매화가 끝날 때마다 진짜로 TV를 시청하는 사람처럼 '이렇게 끝난다고?'를 연발하며, 매화 터지는 반전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살인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고, 마주한 진실은 잔인했다. ​


하지만 진실보다 잔인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아니었을까? 이렇게까지 했어야 싶은 잔혹한 전개에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결말까지 한결같아 감탄하며 책을 덮었다. 


출연진의 이력부터 촬영 전후의 기사 글, 시청자 댓글 같은 요소가 들어있어 신선한 느낌이 들고,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진짜로 TV를 시청하고, 프로그램과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는 시청자가 되어갈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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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범죄 퍼즐 - IQ 148을 위한 추리 전쟁
존 길라드 지음, 이은경 옮김 / 보누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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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CIA 요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첫 페이지를 펼쳤는데, 첫 페이지부터 막혔다. 실화냐.


챕터 1은 암호 해독·상황 판단, 챕터 4는 기억력·공간 지각에 대한 테스트인데, 기존에 접해 본 적 있는 컵의 물 옮기기, 성냥 옮기기, 숫자 퀴즈, 다른 그림 찾기와 같은 문제들이 반긴다. 익숙한 유형들로 가볍게 스트레칭하고 있으면 별 5개짜리 문제가 등장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어려워서 뇌가 지끈거린다. 68번 오류 찾기는 며칠째 들여다봐도 모르겠다!


챕터 2는 추리 법·첩보 기술을 잘 아는지 묻는 파트인데, 평소 범죄·수사물 드라마를 좋아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직접 암호를 만들어보고, 모스 부호로 해독해보면서 전문 요원에 입문하는 것처럼 기분이 들떴다.


챕터 3, 5는 생각보다 많은 지식을 요구한다. 챕터 3은 국제 관계·세계 지리, 챕터 5는 세계사·국제 분쟁에 대해 묻기 때문에 국제 정세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못 풀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분쟁지역에 대해 다루니 당연히 북한에 대해서도 등장하고, 많이 들어본 독재자들도 나온다. 이런 역사관련 지식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던가, 중국의 인구, 불의 고리 같은 질문도 등장한다. 아는 부분이 나오면 테스트하듯 풀었고, 잘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는 답지를 보면서 배웠다. 탐정이 되려면 박식해야 한다는 말을 증명하려는 듯 총체적인 지식을 물어본다.


중간 중간 퀴즈들도 등장하는데, 영어를 알아야 풀 수 있어서 난관이었다. 영어도 해야하고, 퀴즈도 풀어야하고! CIA는 미국에 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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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불안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 - 하버드 심리학자와 소아정신건강전문의가 밝혀낸 불화에 대한 혁명적 통찰
에드 트로닉.클로디아 M. 골드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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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하지 못한 불화에 여전히 웅크리고 있던 나를 발견하게 해주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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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불안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 - 하버드 심리학자와 소아정신건강전문의가 밝혀낸 불화에 대한 혁명적 통찰
에드 트로닉.클로디아 M. 골드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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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는 다르고, 너는 무수히 많기 때문에 관계 속 불화는 필연적이다. 이 필연적인 불화가 가득한 사회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는 불화를 필수적으로 겪어야 한다. 불화를 겪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축적되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감각을 배우는 시기는 언제인가? 저자는 말도 못하는 영유아 시기부터 불화 경험하고 회복하는 법을 익힌다 말하며 그 증거를 보여준다.


특정 행동의 기저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행동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행동에는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행동에는 의미가 담겨있다.

P. 276


무표정 실험이라 불리는 실험을 통해 아기가 엄마와 연결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저자의 설명을 따라 유심히 보고 있으면 아기가 하나의 인격체이자 소통의 주체라는 사실이 확연히 와닿는다. 저 작은 몸으로 많은 언어를 말하지만 서투른 어른들은 그걸 놓치고, 해소되지 않은 불화에 아이가 내면으로 숨어 들었을 때 언어를 배운다는 사실이 비극처럼 느껴진다. 이미 불화에 엉망이 된 아이와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부모의 관계가 생각지도 못한 초기 단계에서부터 엉켜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막막해지는 심정이다. 해소되지 않은 불화가 다양한 양상으로 발현되는 모습을 볼수록 불화를 회복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회복의 과정을 생에 초기부터 계속 축적해 왔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된다고 말한다. 양육자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지 못한 것을 이렇게 책으로, 전문가를 통해 배울 수 있고, 앞으로 남은 삶의 시간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 아기의 탄생을 둘러싼 일련의 짧은 관찰만으로는

당연히 아기와 가족의 삶의 경로를 바꾸기에 충분하지 않다.

그 경험은 우리 동료 루 샌더가 만남의 순간들이라 부른

여러 순간 중 첫 단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P.377


건강한 일반 부모-아기 쌍 조차 30%의 일치와 70%의 불일치로 살아간다고 한다. 그만큼 불화는 정상적인 상태이며, 표준이고, 흔한 일이다. 불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복구에 힘쓰자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구석에서 한껏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펴볼 용기를 내어본다.



무언가가 무너졌을 때 그 파편들을 끌어모아 

다시 세울 수 있으려면

우리에게는 안전감과 자신감이 필요하다.

P. 132


꼬여서 뒤죽박죽된 일을 풀어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유아기 초기부터 전 생애에 걸쳐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방식이다.

P. 6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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