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완전한 경이로움
안드레아 데 카를로 지음, 정란기 옮김 / 본북스 / 2018년 9월
평점 :
비성수기를 맞은 프랑스의 한적한 마을. 갑작스런 정전 사태에 젤라토 가게에는 비상이 걸렸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전력회사에 전화해 보는 것. 하지만 자동응답기의 반복되는 정보와 당담자의 애매모호한 답변은 정전 해결에 도움이 되진 않았다. 점점 식어가는 냉기를 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그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여행객도 없고, 기온도 10도 안팎인 11월, 찾는 사람 없는 젤라토가 정전에 의해 공중분해 되려던 순간 걸려온 기적 같은 주문전화였다.
한편, 영국의 록밴드 비봉커즈의 리드싱어 닉은 사나운 일진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숙취로 괴로운 몸이 첫 번째였고, 지역을 강타한 정전이 두 번째, 나무 사이에 처박혀 찌그러진 삼륜차가 세 번째였다. 피로한 몸을 이끌고 집에 오지만 닉를 기다리는 건 에일린과의 결혼식 준비와 더불어 그의 평화를 파괴하는 밴드 멤버의 행태였다. 한시도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 주변에 지친 닉은 에일린이 주문한 젤라토 통에 동봉된 종이로부터 뜻밖의 위로를 받게 된다.
<불완전한 경이로움>은 인간관계에 치이고 있는 두 남녀의 이야기이다. 밀레나는 남성들과의 관계에 지쳐 결국은 동성의 비비안에게 정착하지만 비비안과의 연애 또한 남성들과의 연애와 비슷한 관계로 바뀌어감에 불안해한다. 성 별 구분 없던 사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역할이 정해지게 되고, 처음에는 젤라토 가게를 지지해주던 비비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젤라토 가게를 못마땅하게 여기게 된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건지 모르겠는 이 관계는 결국 밀레나가 인공수정을 하고, 종막에는 젤라토 가게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아 있었다. 닉은 유명해지면서 변질되어가는 록밴드의 상태와 더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지는 에일린과의 관계, 에일린의 요구로만 채워진 결혼식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그 결혼식에 초대된 사람들과의 만남을 부담스러워하면서 끌려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본인의 뜻과는 다른 게 꼬여가는 상황, 풀기 힘든 인간관계에 대한 밀레나와 닉의 심리 묘사가 <불완전한 경이로움>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꼬인 인간관계에 대한 고통은 밀레나는 닉을 통해, 닉은 밀레나를 통해 치유 받는다. 닉은 밀레나의 자존심과 같은 젤라토를 업신여기지 않으며, 밀레나는 닉을 둘러싼 인간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닉에게 다가가며 서로에게 절실한 것을 채워주는 모습에 도덕적 관념은 갖다버리게 되었다. 골머리 썩음에 공감할 수밖에 없게 되는 안드레아 데 카를로의 인간관계 묘사는 참으로 대단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또한 공감요소였다.

닉과 밀레나의 시점에서 번갈아 전개 되는데, 정전에서부터 대 환장 파티까지 3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흠칫 놀라게 된다. 너무 많은 일들을 본 것 같은데, 고작 3일이라니. 인물들의 내면묘사에 공감하며 가다보면 뜻밖의 대 환장 파티를 만나게 된다. 예상외의 장면에 당황스러움을 느끼기가 무섭게 곧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묵어놓은 감정들이 폭발하는 장면은 언제나 통쾌하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심리가 많은 책이라 더 통쾌하게 느껴졌다. 젤라토를 소재로 전개된 뜻밖의 매력적인 이야기에 안드레아 데 카를로의 다른 소설이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