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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마을의 푸펠
니시노 아키히로 지음, 유소명 옮김, 노경실 감수 / ㈜소미미디어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일러스트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애니메이션같이 움직이는 상상을 하며 즐겁게 읽었네요.
산업화 시대처럼 매캐한 검은 연기가 굴뚝에서 나와 하늘을 뒤덮고, 일본 특유의 축제 분위기를 만드는 붉은 연등과 슬럼가나 판자촌처럼 따닥따닥 붙은 집이 즐비한 마을인, 굴뚝마을의 하늘을 달리던 배달부가 기침을 하자 심장이 튀어나와 굴뚝마을로 떨어지게 됩니다. 쓰레기더미에 떨어진 심장에 쓰레기가 달라붙으며 쓰레기 사람이 태어납니다. 마을로 내려온 쓰레기 사람을 맞이하는 다른 괴물들, 할로윈 분장을 아이들이 쓰레기 사람에게 호기심을 갖고 다가갑니다. 하지만 쓰레기 사람의 정체를 알게 된 아이들은 쓰레기 사람을 배척하고, 괴롭힙니다. 쓰레기 사람에 대한 소문이 마을 전체로 퍼지고 쓰레기 사람은 고립되어 갑니다. 쓰레기 사람을 향한 아이들의 모멸 가득한 시선이 쓰레기 사람의 시점으로 그려져 있는데, 본인이 쓰레기 사람이 된 것처럼 마음이 아프고, 서글픕니다. 혼자가 된 쓰레기 사람 앞에 나타난 소년, 루비치. 남들이 꺼려하는 쓰레기 사람과 친구가 되어 서로에 대해 알아갑니다. 씻어도 씻어도 없어지지 않는 쓰레기 냄새지만 루비치는 내일 또 씻자는 말을 합니다. 쓰레기 사람의 마음에 난 상처도 씻어 내리길 바라며 바라보는데, 쓰레기 사람과 친하게 지낸다는 소문을 들은 친구들이 루비치를 괴롭히고, 루비치는 결국 쓰레기 사람과 멀어지는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쓰레기 사람에게 절교를 선언하는 루비치의 모습이 담긴 일러스트를 보는데 비극적인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쓰라립니다. 쓰레기 사람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쓰레기 사람의 심정을 궁금해 하며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데, 더 이상 씻지 않아 점점 더 고립되어가는 쓸쓸한 뒷모습, 괴롭힘을 당해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모습을 읽는데 좌절감이 듭니다. 포기 하지 마! 쓰레기 사람! 더럽고 망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루비치를 찾아간 쓰레기 사람을 보는 마음이 애달픕니다.
책을 받았을 때 사실 놀랐습니다. 큼직한 글자에 고작 40장으로 이루어진 책. 그것도 80페이지 중 반은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고, 스토리가 진행되는 반 페이지는 그 페이지의 반도 못 채우는 글자 수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과연 이러한 글자 수로 이야기 진행이 될 것인가. 고작 40페이지로 무슨 이야기를 만들어 낼 것인가. 하지만 책장을 덮을 즘에는 글자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짧은 글자 수로 자아내는 감동이야말로 진정한 동화의 조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복선들에 기승전결까지 완벽해 감동하지 않을 레야 않을 수 가없었네요. 일러스트 사이사이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다보니 한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특히 연기를 뚫고 나가 밤하늘을 보는 장면부터는 진짜 영화가 상영되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읽었습니다.
쓰레기라는 이름에서 오는 더러움과 불쾌감이 쓰레기 사람의 행동이나 모습을 더 잘 부각시켜주고, 이야기의 끝에서 감동을 자아내는데 도움을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쓰레기 사람이 전해주는 감동에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