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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평점 :
추천하는 서평을 읽고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책이 집으로 배달 오고 '사은품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정도로 얇다. 하지만 70쪽이 약간 넘는 이책을 며칠 동안 읽었다. 책 읽는 속도가 늦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내가 그간 쉬운 책만 읽었나?'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우울한 인간은 노동하는 동물(animal laborans)로서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물론 타자의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그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다.'
-p.28
책을 읽으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 혹은 '착취자는 동시에 피착취자'라는 말이 나온다. 최근 개봉한 영화<또 하나의 약속>을 봤다면 이 문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 주인공과 회사 사람들은 '성과급여'를 받기 위해 안전장치를 풀거나, 정해진 시간을 넘어서까지 노동했다. 그 결과 그들은 병을 얻게됐다. 자신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마음에 와닿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중략)...21세기의 시작은 병리학적으로 볼 때 박테리아적이지도 바이러스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신경증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신경성 질환들, 이를테면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경제성성격장애, 소진증후군 등이 21세기 초기 병리학적 상황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전염성 질병이 아니라 경색성 질병이며 면역학적 타자의 부정성이 아니라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한 질병이다.'
-p.11~12
이 사회는 긍정적인 이야기가 넘쳐난다. '긍정의 힘'이라는 이유로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며 사람들을 오히려 '피로사회'로 몰고간다. '긍정의 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과도하다 보면 우리는 힘든 마음을 표출하기 어렵게 되고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이게 돼 병이 된다.
나는 내 피로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을까? 다행히 아직까지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는 되지 않았고, 과도한 '긍정의 힘'을 외치고 있진 않는다. 만약 당신이 현재 '피로 사회'속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비록 이 책 속엔 명확한 답을 제시해주진 않았지만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