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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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의 못된 버릇 중 하나가...

유행하는 것들을 이상하게 살짝 빗나가고픈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책 읽기에 있어서는 그런 성향이 더욱 강하다.

괜시리 베스트셀러가 되면 책 장바구니에서 살짝 빼내고..

나만 그의 재능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신인 작가가

어느날 갑자기 주목받으면 한동안 그의 책은 멀리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사놓고 읽지 않는다... 책꽂이에 꽂아둔 채..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전자에 해당된다.

괜시리 많은 사람들이 보고서 울었다는... 그런 감성적인 리뷰에

창자 깊은 곳이 꼬였던 거다. 유치한 최루성은 별루다...

그러다가도 공지영이라는 작가가 유치한 글쟁이가 아님을 알기에

유치한 최루성 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지금 내 기분이

안그래도 가라앉아 있는데 굳이 슬픈 이야기를 접할 생각이

전혀 없어! 라며 모른척했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그리고 한참 모든 사람의 시선에서 멀어진 지금에...

이젠 읽어도 되겠지 라는 마음에 들었나보다.

이 책은 나에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내가 "몰랐다"는 말로 면피하고자 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상황들이 사실상은 "사랑하지 않았다"와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또한 "죽고싶다"는 말을 내뱉는 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고 그 말은 "정말 잘 살고 싶다"는

절절한 표현임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는 사형제 폐지론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존치론자도 아니다.

다만 모든 사람은 사랑받고 싶어하고 사랑받아야 하며

사랑받아본 사람만이 사랑이 뭔지 알게 되며...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깨닫는게 중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깨달음엔 아픔이 있다는 주인공의 말에...

나는 할 수 없이 인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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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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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기개발서를 읽지 않는다.

못된 성격 탓에 얼굴도 모르는 낯선 저자에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별로다.

특별히 책과 관련된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특성상 '독서법'이나 '서재관리법'에 대해서  

관심은 있을지언정 글로 읽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게 사실이다.  

내 성격상 이번에도 저자의 말대로 따르지 않을 것을 알기에...

 

이 책은 사실... 읽고싶다는 욕구에 의해서라기보다는 필요에 의해서 집어들었다.

식자라는 사람들 사이에선 너무나 유명한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사람의 책을 한번도 읽은 적이 없다는 창피함...

인터넷 사진으로만 보았던 그의 고양이 빌딩에 대한 뒷담화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의무감...

그렇다고 그의 저서들 중에서 내 관심 밖인 뇌 혹은 임사체험 같은 내용의 책은 도무지 읽을 자신이 없고...

이런저런 이유들에 의해서 선택되어진 책이 바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이다.

 

읽은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당신도 읽어봐라.

그는 완벽한 writer이다. 글을 쓰기 위한 독서를 하고, 글을 통해 타인의 독서를 유발시킨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이들 중에는 상당수가 책에 표시를 해가며 다음 읽을 책 목록을 만들고 있으리라...

하지만 이런 상황은 다치바나 다카시가 의도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완벽한 writer이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날 뿐이다.

그런 점에서 교사나 교수들이 내놓는 도서목록과 차이가 있다. "흥미유발 VS 의무감 섞인 압박감"이라고 하면 차이를 이해하려나...

 

출판사와 함께 작업을 많이해서 그런가... 저자는 출판계 현상황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괜시리 대리만족 느끼는 나...

대부분의 저자들이 출판시장 돌아가는 사정도 모르고 무조건 초판 부수가 적다고 볼멘소리나 해대는데...

또한 고양이 빌딩에 관한 내용, 자료 정리를 위한 사서 채용에 대한 에피소드, 책상과 서재의 모습을 묘사한 내용도 재밌다.

 

뭐, 내용은 그렇다치고.... 현재 나는 지금의 내 업에 대해서 얼마간의 책임감을 갖고 있는가... 이런...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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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력 -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 제1권력 1
히로세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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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도를 파헤쳐보니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미국사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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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3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양장) 푸른도서관 5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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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문학도랍시고 이래저래 시를 써대던 시절.. 내가 가장 부러워했던 친구가 있다.

시골에서 자라 길가에 핀 개망초꽃, 달맞이꽃, 달개비, 쑥부쟁이... 등 많은 들꽃 이름과 꽃의 생김을 잘 알아서 시에 언제나 활용하던 친구..... 그의 시엔 언제나 향기가 그득했다.

장미, 백합, 프리지아 등 꽃집에서 보아온 인공적인 꽃이름만 알고 있는 나와는 전혀 다른 소박하면서 따뜻하고, 처연하면서 앙증맞으며 비밀스런 들꽃의 여러 이름들과 묘사들... 그런 아름다움이 이 책에도 가득해서 반갑고 좋았다.

그리고 그 들꽃과 너무도 닮은 세 아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흠뻑 취하고 말았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며 몇 번이고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각자의 아픔을 천천히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우면서도 참 아프다.

하지만 마지막엔 웃을 수 있어서 나 역시 기쁘다.

책을 읽으면서 권해주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들에게 이 책이 조금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가져 보았다.

세 명의 아이들처럼 나도 하늘말나리이고 싶다.

다른 나리들꽃과는 다르게 하늘을 바라보며 굳게 서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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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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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만 켰다 하면 이곳저곳에서 보이는 완득이 배너광고와 책 표지 때문에 "대체 얼마나 재미있기에 이 난리들일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들었다.

글쎄 하는 탐탁치 않은 마음으로 시작된 완득이라는 아이와의 만남...

대부분의 성장소설이 보여주는 성장통이 그다지 의미있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시대상을 무척 잘 녹여냈다고도 말할 수 없지만...

완득이란 인물이 무척 매력적이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책장이 다 넘어가고 말았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 작품의 가능성을 인정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만약 장애인 아버이와 외국인노동자 어머니 이야기를 둔 킥복싱을 하는 고등학교 불량소년의 이야기를 눈물 찔찔 흘리게 그렸다면 오히려 나는 이 책을 중간에 읽다가 덮어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들어 부쩍 "무엇"을 담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진실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가 중요하며, 그것이 좋은책과 나쁜책을 가르는 기준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좋은책과 나쁜책의 기준이라기보다는... 팔리는 책과 안팔리는 책이라고 해야할까...

읽는 내내 즐거웠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나도 모르게 피식 다시 한번 웃었다.

그것만으로도 나의 독서는 성공한 것이 아닐까...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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