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숭맹숭한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 천재 이야기 - 수학소설 골드바흐의 추측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11월

수학 소설이라는 독특한 장르의 이 책은 유명한 '골드바흐의 추측(Goldbach's conjecture)'을 다루고 있다.

'짝수는 두 소수의 합'이라는 간단하기 짝이 없는 이 추측을 해결하려는 주인공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Petros Papachristos)의 도전과 좌절을 중심으로 수학사의 무수한 천재 수학자들이 조연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참신한 주제에 비해 이 책에서 다루는 수학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수학책이 아니라 수학 소설임을 감안하더라도, 또 한 수학자의 성공담이 아니라 그의 실패담임을 감안하더라도.

이 말은 이 책에 현란한 수학적 내용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다. 작가가 수학을 묘사하는 방법은, 마치 아름다운 여성을 묘사하면서 '절세미인이었다'는 진부한 한 마디로 끝내버리는 것처럼 허전하여 참으로 밍숭맹숭한 느낌을 준다.

그렇기에 주인공이 실연의 결과로 골드바흐의 추측에 도전하게 된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너무나 떨어져 소설 전체에 대한 실망감만을 안겨 줄 뿐이었다.

주인공이 골드바흐의 추측에 매달리는 것이 겨우 알량한 명예욕 때문이었을까. 작가가 수학을 전공한 사람임에도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내용에는 실망감이 더하였다.

그저 한 편의 '소설'로만 본다면 이러한 진부함과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소설로 읽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하기에는 그 소재와 그 주제가 너무나 아깝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