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재능
피터 스완슨 지음, 신솔잎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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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로 단두대의 칼날이 엄청난 속도로 떨어진다.
몇 번이고 목을 어루만지며 내 머리가 아직 거기 있는지 확인해야만 했다.
이 책이 자꾸만 내 목을 내리쳤다.
_

340여 페이지의 꽤 큰 판본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못 차리고 읽어나갔다.
책은 에필로그와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짧은 이야기인 <조지>와 <앨런>이 앞뒤로 배치되어 있고 그 사이에 3부 구성이 두툼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작품은 챕터가 끝날 때마다 지나치게 강렬하다.
핵불닭볶음면 느낌이랄까?
(불닭볶음면은 껌이지만 핵불닭볶음면은 두 젓가락부터 정신이 혼미해지고 온몸의 땀구멍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수분이 마구 배출되며 뒷골이 당기고 금방이라도 졸도할 것 같은 죽음의 공포를 맛보았다.)
다르게 설명하자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내 머리가 단두대에 들어가 있고 한 묶음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내 목 위로 사정없이 칼날이 떨어지는 기분이랄까?
이게 뭐야!!!!! x 느낌표 100만 개.
몇 번이나 목을 더듬거렸던가?
아직 몸뚱어리 위에 잘 붙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책을 큰 카테고리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면 나는 '소설' 분야를 단연 좋아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조금 낯선 영역을 뽑자면 '추리소설'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 읽어나가는 마디마디, 다 읽은 후에 생각했다.
와, 추리 소설 겁나 재밌어!
나 왜 몰랐지, 이렇게 짜릿한걸!
이래서 추리 소설만 파는 사람들이 있는 거구나!
이 나이 먹도록 몰랐던 세상을 처음 만났다.
나 이제 그대들과 발걸음을 같이 하리다!

평온해 보였던 누군가의 일상에 갑작스럽게 끝이 찾아오고 그 끝을 불러일으킨 사람을 찾기 위해 이야기는 여기저기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아, 그래서 이 사람이 범인이구나.
그래, 여기도 수상하고 저기도 수상하고.
어머 어머, 이게 그렇게 된다고?
와, 진짜? 그랬단 말이야?
그러다 목이 댕강! 날아가고.
뭐?????????????????
어?????????????????
에?????????????????
잉?????????????????
헐?????????????????
아?????????????????
전해지나요, 저의 충격들이?
근데 진짜 이랬습니다.
스토리를 읊고 싶지만 모든 것이 스포로 이어질 것 같아 한마디도 못하겠습니다.
와, 이걸 뭐라고 표현할 방법을 저는 모르겠으니 추리 소설 좋아하신다면 필히 일독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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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떠다니는 집 부유관 1 - 이상한 이야기의 시작 하늘을 떠다니는 집 부유관 1
다카하시 미카 지음, 간자키 가린 그림, 김정화 옮김 / 아울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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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어여쁜 2층 집이 하늘에 둥둥 떠있고 그 집을 올려다보는 소녀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얼핏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천공의 성 라퓨타가 생각나기도 했다.
일본에서 보았던
대체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 걸까?
너무 궁금증이 돋아 어린이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서평단을 신청했다.

정보를 검색해 보니 책은 일본에서 2022년 3월과 10월에 1,2권으로 출시되었고 한국에서도 같은 구성으로 출시가 될 것 같다.

이야기는 어느 날 홀연히 머리 위에 나타난 2층 집 '부유관'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파트너 물건들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부유관'에는 관리인인 분홍 단발머리의 라미 씨와 하늘색 털을 가진 아름다운 고양이 시드가 있다.
그리고 새로운 파트너를 기다리는 수많은 물건들이 있다.
물건들은 저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보물 상자를 갖고 있다.
물건을 만든 사람이나 소유했던 주인이 쏟은 애정이 상자에 가득 차면 '자각'을 하여 마음의 눈을 뜨게 된다.
새 주인을 찾고 있는 물건과 아이들이 서로 '공명'하면 '부유관' 2층에 있는 종이 울리고 서로는 파트너가 된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5개 들어 있었다.
각자 어떤 식으로든 고민을 가진 아이들이 물건들과 파트너가 되면서 그 고민이 덜어지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중 기타 마틴과 리쓰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와 결이 좀 달라 더 몰입하게 되었다.
2편에 결말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빨리 2편도 읽고 싶다.
조카가 좀 더 자라 이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때가 빨리 오면 좋겠다.
같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일본에서 봤던 ホッタラケの島도 생각나서 다시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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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길었던 날
카테리나 사르디츠카 지음, 최지숙 옮김 / 그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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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산속에 자리 잡은 한마을이 있다.
조상들은 태양의 신 다즈보그를 숭배하기 위해 동지 축제를 만들었다.
동짓날에 다즈보그가 저승에서 태어나, 봄에 성장하고, 하지에 전성기를 이루다 다시 동짓날이 되면 서서히 쇠약해지며 죽었다가 다시 부활한다고 믿었다.
다즈보그의 죽음과 탄생 사이, 이승의 영역이 보호 범주를 벗어나는 바로 그 마법 같은 밤에 이승과 저승 사이의 장벽이 사라져 위험한 존재들은 마음대로 죽음의 영역으로 건널 수 있었다.
그들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을에서는 동짓날 해질 무렵부터 수호의 모닥불을 피웠고 이는 그들의 세계가 위험에 처하게 되는 12일 동안 밤낮으로 꺼트리지 말아야 했다.
그리고 다섯 살이 되면 마을의 모든 아이들은 문신을 새겼는데 그 문신이 모든 악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주고 보호해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며 고대 신들에 대한 믿음이 시들해지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마을 가정 대부분은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오는 전통과 관습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그 마을에서 일어난, 열두 날 열두 밤에 대한 이야기다.

도라가 처음으로 입을 뗀다.
그녀의 부친은 숲을 지키는 일을 하기 때문에 도라의 집만 마음에서 떨어진, 숲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다.
모친은 동생들을 낳다가 과다출혈로 돌아가셨고 어린 쌍둥이 동생들과 할아버지와 함께 다섯 식구가 산다.
도라에겐 큰 상처가 있다.
여섯 살 무렵, 유치원에서 낮잠 시간이 끝난 후 친구 넷을 잃었다.
그들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증발하듯 모습을 감추었다.
아스트리드와 아스트리드의 동생 막스, 톰과 소냐.
그날 도라는 무언가를 보았다.
하지만 어른들은 어린 도라의 말을 믿지 않고 그녀를 미치광이 취급했다.
상상한 모습을 현실로 착각하는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도라는 점점 투명 인간처럼 변해갔고 어떻게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히 행동했다.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왜 나는 멀쩡히 남겨진 걸까?
여전히 아무도 답을 알 수 없는 의문만이 가슴속을 가득 채운 채 도라는 18살이 되어있다.
동지 축제를 시작한 그날, 한밤중에 누군가 집 문을 두드렸다.
두려움에 떨며 조심스레 문을 열자 눈앞에 벌거벗은 채 온통 진흙이 묻어 엉망인 사람 하나가 서 있다.
누구냐고 묻자 존재가 대답한다.
"도라, 나야... 아스트리드."
12년 전 실종되었던 친구가 눈앞에 서 있었다.
이후 톰과 소냐도 돌아왔지만 막스의 안부는 알 수가 없었다.
아스트리드와 톰은 기억 상실 상태였고, 소냐는 의식 불명 상태였으므로.
대체 아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을 읽는 내내 살을 에는 매서운 바람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자려고 불을 끄고 누우면 어둠 속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는 눈들이 보이는 듯도 했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어려워 무서워하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열심히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
꽤 큰 사이즈에 약 440페이지에 육박하는 묵직한 책인 만큼 이야기는 다양한 요소들을 품고 있다.
폐쇄적인 마을, 예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전통, 판단이나 생각 없이 무지성으로 몰리고 흔들리는 사람들, 의심, 미움, 분노, 우정, 선과 악, 빛과 어둠.
이 작품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책을 읽으며 떠오른 이미지들을 이어나가다 보니 잘 각색해서 영상물로 만나도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실제 이 책을 읽을 당신을 위해 선물로 남겨두기로.
모쪼록 아이들의 내일이 빛과 가까운 곳에 있기를 바랄 뿐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 하나는 10군데 정도 비문이 있었다.
열심히 집중해서 읽는데 말이 안 되는 문장이 튀어나오니 자꾸 집중이 깨져 아쉬웠다.
2쇄를 찍게 된다면 바로 잡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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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에게
안준원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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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될 이야기를 만나고 온 걸까?
눈을 뜨고 꿈을 꾸는 기분.
백일몽이다, 이 작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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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떠난 해외여행에서 현지인들의 의식을 마주할 때까지도 나는 알지 못했다.
우리를 위해, 우리의 죄를 대신에 눈앞에서 죽어가는 염소를 견뎌내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이후에 내 손으로 또 다른 염소를 죽여야 하는 순간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염소>

3년 전 홀연히 사라졌던 백희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전 예고처럼 '있잖아'라는 말로 포문을 여는 버릇은 그대로였다.
그러고는 엉뚱한 말을 내뱉는다.
자신이 될 여자를 만나고 왔다고.
<백희>

제인, 내게 너무도 소중한 제인에게.
지금 내 곁에 없는 너에게 끝도 없는 편지를 써왔지만 이번이 마지막 편지다.
<제인에게>

대학 졸업을 앞두고 극단의 오퍼레이터 오퍼를 받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극단 사람들과 보낸 인생의 한 토막.
<은행나무는 그 자리에>

앞선 <은행나무는 그 자리에>에 나왔던 극단 배우 중 한 명이 화자인 이야기.
<환한 조명 아래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바꾸려 노력하며 진정한 중고는 없다는, 통일이 되면 크게 한몫할 수 있고 아시아 하이웨이도 달릴 수 있다는 꿈을 꾸는 민수와 그런 그가 지긋지긋해진 주희의 이야기.
<포터>

자식들이 케어를 포기한 노인 인구를 모아둔 수용소에서 허 노인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나는 그 사건에 대한 정황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코트>

엄마와의 마지막 인사.
어릴 때 어두운 시골길을 걷다 반딧불을 처음 본 기억과 엄마의 노랫소리가 가득하다.
<반딧불이 사라지면>

안준원 작가의 첫 소설집 <<제인에게>>에는 8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들여다보니 이보다 더 이 소설집을 잘 담아낼 수 있는 디자인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역한 냄새가, 소음이 진동하는 현실의 장소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니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어딘가에 가닿아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가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이가 되어있다.

평소에도 문장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서 시각화가 잘 이루어지는 편인데 이 소설은 특히나 더 그림이 잘 그려졌다.
영상에 더불어 소리도, 냄새도 생생하게 내 안에서 살아났다.
하지만 그 모든 감각은 나의 현실은 아니다.
그래서 묘하게 불편하기도 거북하기도 했다.
내 것이 아닌데 내 것인 것만 같은 감각이 정말 기이했다.

진짜 죄는 무엇인지, 과거는 무엇이고 미래는 무엇인지, 꿈은 무엇이고 삶은 무엇인지.
다양한 질문들이 돌덩이가 되어 꼬르륵 뱃속에 차곡차곡 쌓였다.

나는 꿈을 꾸고 있나?
손으로 팔을 만져본다.
뜨겁다.
체온이 느껴지지만 어쩐지 내 것이 아닌 느낌이다.

내가 될 이야기를 만나고 온 걸까?
눈을 뜨고 꿈을 꾸는 기분.
백일몽이다, 이 작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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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의 방
김그래 지음 / 유유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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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의방 #김그래 #유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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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그래 작가님의 어머님이 베트남으로 일을 하러 떠나면서 펼쳐진 이야기들을 담았다.
늘 누군가의 엄마로,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자식으로 수많은 희생으로 점철된 고단한 인생을 살았던 엄마가 해외로 일을 하러 나가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방을 가지고, 또 처음으로 온전히 자기 자신일 수 있었던 시간들을 지켜보는 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머님은 50대 미싱사로 20살 때부터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일을 해오셨다.
그러다 회사 사정으로 베트남 현지 공장을 감독해 줄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고 여러 고민 끝에 어머님은 한국을 떠나 일을 하게 되었다.
남겨진 가족들에게도 어머님의 빈자리는 결코 무시하지 못할 것이었고 떠나가는 어머님에게도 한국의 여러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끊이질 않았겠지만 각자 서로의 자리에서 현실과 타협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나도 1년 남짓 한국을 벗어난 해외에서 생활을 해본 적이 있어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그나마 나는 언어가 불편하지 않은 상태로 갔음에도 그 나라의 문화나 관습 때문에 종종 마음이 부러지곤 했는데 어머님은 나보다 훨씬 많은 나이에 언어도 편하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현업에 투입되어 동분서주하셨을 모습을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찡했다.
그럼에도 씩씩하게 용기를 내어 혼자 여행도 가고 어머님 나름대로 현지 회사 식구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엄마처럼 뿌듯하고 기뻤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작가님이 어머님의 베트남 공장을 방문하고 그 속에서 어머님의 어머님만의 방을 가진 것, 늘 슬프고 안쓰럽게만 생각했던 엄마의 삶에도 여러 가지 각도의 다양한 면들이 존재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너무 슬프게만 바라보지 말자고 다짐하는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가족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한 명의 사람이다.
나도 너무 내 시각에 매몰되어 엄마를 바라보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책을 오래 쓰다듬었다.

최근에 본 <다섯번째 방>이라는 다큐도 생각났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엄마가 엄마만의 방을 갖게 된 어느 가족의 이야기인데 이 책의 어머님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같이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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