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만의 방
김그래 지음 / 유유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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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그래 작가님의 어머님이 베트남으로 일을 하러 떠나면서 펼쳐진 이야기들을 담았다.
늘 누군가의 엄마로,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자식으로 수많은 희생으로 점철된 고단한 인생을 살았던 엄마가 해외로 일을 하러 나가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방을 가지고, 또 처음으로 온전히 자기 자신일 수 있었던 시간들을 지켜보는 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머님은 50대 미싱사로 20살 때부터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일을 해오셨다.
그러다 회사 사정으로 베트남 현지 공장을 감독해 줄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고 여러 고민 끝에 어머님은 한국을 떠나 일을 하게 되었다.
남겨진 가족들에게도 어머님의 빈자리는 결코 무시하지 못할 것이었고 떠나가는 어머님에게도 한국의 여러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끊이질 않았겠지만 각자 서로의 자리에서 현실과 타협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나도 1년 남짓 한국을 벗어난 해외에서 생활을 해본 적이 있어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그나마 나는 언어가 불편하지 않은 상태로 갔음에도 그 나라의 문화나 관습 때문에 종종 마음이 부러지곤 했는데 어머님은 나보다 훨씬 많은 나이에 언어도 편하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현업에 투입되어 동분서주하셨을 모습을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찡했다.
그럼에도 씩씩하게 용기를 내어 혼자 여행도 가고 어머님 나름대로 현지 회사 식구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엄마처럼 뿌듯하고 기뻤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작가님이 어머님의 베트남 공장을 방문하고 그 속에서 어머님의 어머님만의 방을 가진 것, 늘 슬프고 안쓰럽게만 생각했던 엄마의 삶에도 여러 가지 각도의 다양한 면들이 존재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너무 슬프게만 바라보지 말자고 다짐하는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가족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한 명의 사람이다.
나도 너무 내 시각에 매몰되어 엄마를 바라보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책을 오래 쓰다듬었다.

최근에 본 <다섯번째 방>이라는 다큐도 생각났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엄마가 엄마만의 방을 갖게 된 어느 가족의 이야기인데 이 책의 어머님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같이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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