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책
안나 마촐라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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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비밀의책 #안나마촐라 #인플루엔셜 #장편소설

그 얘기 들었어?
아니 글쎄 죽은 사람 시신을 봤는데,
볼이 발그레하고 마치 살아있는 건강한 사람 좋아 보였다는 거야.
썩지도 않았대.
죽음의 신이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이상하지 않아?

페스트가 휩쓸고 지나간 1659년의 로마.
끔찍한 악몽이 드디어 끝나나 했던 그때, 묘한 소문이 거리를 활보한다.
새로운 전염병일까?
하루에도 수십 명이 죽어나는 대도시에서 죽음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죽음이 그려낸 상황이 심상치 않다.
검사 스테파노는 한 염색장이의 죽음과 이 소문에 대해 비밀스러운 조사를 진행하고
비밀스러운 여인 지롤라마에게 닿게 된다.
과연 이 이야기 속에는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을까?

고통받는 여성들의 삶.
출구가 보이지 않는 지옥 속에서
그녀들이 품을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
은밀한 처벌이 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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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한국 엄마에게 - 조작과 오류로 덧칠된 초국가적 입양 산업의 민낯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 지음, 손화수 옮김 / 푸른숲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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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너의한국엄마에게 #크리스틴몰비크보튼마르크 #푸른숲 #국제입양

예전 살던 동네에 한 기관이 있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그곳을 지나게 되면 안내 방송에 꼭 그곳에 대한 멘트가 나왔었다.
아동과 복지를 대대적으로 내건 이름에 당연히 좋은 일을 하는 곳이겠거니, 생각했었다.
그 동네를 떠난 지 오래되었고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그곳은 내게 이전과 같은 인식의 장소가 아니게 되었다.

수년 전, 우연한 기회로 해외입양아들의 이야기를 연달아 접하게 되었다.
미국과 프랑스로 각각 입양된 쌍둥이 자매가 SNS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만나는 이야기와
고아가 아니었음에도 서류를 조작당해 해외로 강제 입양된 피해자들의 이야기,
그 와중에 씻을 수 없는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이야기 등등이다.
어쩌다 보니 이 주제에 대해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많은 것을 아는 상태로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102p 메이드 인 코리아
올림픽을 앞둔 10여 년 동안 한국은 매년 4천 명에서 8천 명 사이의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도 많은 아이들을 해외로 팔아치웠다.
그 배경에 앞서 언급한 기관이 있다.

67p 동방에서 온 씨앗 中
홀트 부부는 기독교 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서, 국제 입양을 '잉태'한 예언적 인물로 칭송받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한 신성한 계획 속에서 특별한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굳게 믿었고, 하나님이 자신들을 보내셨다고 확신했다.

작가는 입양아를 둔 엄마이자 사회학자이다.
본인의 아이를 입양한 경험과 양육하는 과정 등을 담은 에세이 형식의 글과
사회학자의 관점에서 본 입양 산업의 구조와 역사, 실상을 설명하는 글이 혼재되어 있다.
얼핏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전 정보가 전혀 없다고 해도 술술 잘 읽히도록 쉽게 쓰인 책이다.

18~19p 이게 전부일까?
너는 소리 없는 이주를 겪었다.
즉 한국 입양인 디아스포라에 속하는 셈이다.
"이게 전부인가요?" 하고 네가 묻는다.
나는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을 떠올리며 키보드 앞에 앉는다.
네 아버지와 내가 너의 부모가 되기 전의 시간을 더듬어 가며 이야기를 펼쳐 나가다 보면, 한국이 지난 70년 동안 자국 아이 25만 명을 지구 반대편으로 보내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아이들은 그렇게 유럽과 서구 여러 나라에 흩어졌다.
그리고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갔다.

40~41p 아무도 원하지 않는 아이들
우리는 그때 깨달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지 한 아이를 가족으로 맏아들이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태어난 나라의 과거와 역사까지 함께 껴안는 것임을.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사실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 질문은 우리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라고 설명한다.

9~10p 한국어판 서문
저는 오랫동안 저 역시 그 일부였던 이야기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입양은 무엇보다 선한 일이며 필요한 일이었음을, 아이들에게는 부모를 그리고 부모에게는 아이를 안겨주는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초국가적 입양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있었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했습니다.
나의 바람, 아이를 갖고자 했던 그 간절한 마음 때문에 입양의 결과와 그 영향을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왜 저는 한국의 어머니들이 어떻게 보호받는지 질문하지 않았을까요?
왜 저는 그 어머니들이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을까요?
마치 다른 지역의 어머니들은 서구에 사는 우리보다 아이를 덜 사랑하거나 더 쉽게 아이를 놓아줄 수 있다고 믿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죠.

13p 한국어판 서문
여기서 제기되는 질문들을 개인이 홀로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그 질문들은 사회로서의 우리, 제도로서의 우리, 그리고 국경과 경계를 넘어 이어진 공동체로서의 우리 모두가 함께 짋어져야할 과제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소롭게도 가슴이 자주 아팠다.
세상이 휘두른 주먹 아래서 고스란히 상처받은 입양 당사자와 가족들을 생각하니 그랬다.
국가 경계를 넘나드는 입양으로 인한 인종차별 문제들도 남일 같지 않았다.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들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앞으로는 남겨진 과제들을 같이 고민하며 나아가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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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지옥
김인정 지음 / 아작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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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다정한지옥 #김인정 #아작 #소설집

아름답다.
문장들이 매우 수려하다.
허나 씨실과 날실의 글들이 직조해낸 것은 파국이다.
너무나도 귀한 것을 보고만 대가로
내 앞에 놓인 것은 더욱더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지옥이다.

23p 화선 中
물 위로 몸을 솟구쳤을 때 유난스레 맑은 달빛이
정수리를 쪼갤 것처럼 흘러내려 만월임을 알았다.
(중략)
달빛은 만물을 적실 수 있을 만큼 흥건하고,
여울 굽이마다 은비늘처럼 반짝이는 도장을 찍어 놓았다.

31p 화선 中
흔히 꽃 정령들이 그러는 것과 같이,
인간 사내가 건네주는 붉은 연문 한 구절에
온몸 흔들리는 이야기 말입니다.

35p 화선 中
서울 거리를 떠도는 소문이 듣고자 하지 않아도 귓바퀴에 묻어왔나이다.


귀신에 홀린 듯 페이지를 넘겼다.
오래전 전설의 고향에 푹 빠져 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할머니가 해주던 옛날이야기를 듣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빼어난 외관 속에 진득한 알맹이가 들어차있다.
알알이 들어찬 묵직한 질문들이 차곡차곡 내 안에 쌓여
다음 문장으로 내달리던 눈길을 붙잡고 머무르게 했다.
두루뭉술한 감각으로 외면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아프리만큼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14~15p 선화 中
"네가 세상을 아느냐?"
"세상을 모릅니다."
"모르니 입을 다물려무나.
내 필요한 것이라곤 네년의 건강한 몸뚱어리에 물든 그 새 세상이지
네년이 아니니 말이다."

19p 선화 中
"오라버님, 오라버님, 제가 과연 세상을 알겠습니까?"
"우리가 어찌 세상을 알겠느냐."

51p 화선 中
서방님, 서방님께서 안타까이 여기시는 것은 저이옵니까 비녀이옵니까?
서방님, 서방님께서 슬피 우시는 까닭은 서방님의 팔자가 안타까워서 이옵니까
아니면 이년 보기가 안쓰러워 그러시옵니까?

47p 화선 中
아무것도 먹지 않고 죽음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그래도 이 안에 든 말이 무겁다니, 평생을 떠들었는데도 무겁다니...


즐겁게 읽을 수는 없는 작품이지만
진지하고 중요한 삶에 대한 질문들이 많아서 인상 깊은 독서 경험을 했다.

작가님의 스토리 구성과 필력에 감탄하며
다른 작품들도 꼭 찾아읽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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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선 버뮤다
범유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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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6호선버뮤다 #범유진 #나무옆의자 #소설

동생이 죽었다.
무참히 살해당했다.
비가 내리던 4월 15일, 우산이 없던 나를 위해 지하철역으로 마중을 나왔다가
정신 나간 살인마에게.

그 아이가 내게 어떤 존재였는데...
내가 과연 제정신일 수가 있나?
모든 게 거짓말 같다.
끔찍한 악몽에서 이제 그만 깨어나고 싶지만
동생의 부재는 너무도 선명한, 실재하는 지옥이다.

나는 자꾸 되새김질한다.
그때 내가 마중 나오는 그 아이를 말렸다면.
그때 내가 다른 행동을 취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동생이 없는 세상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렇게 끔찍한 3개월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나는 그날에 있었다.
동생의 사고가 있던 비 내리던 4월 15일로.

막아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일이 다시금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필사적으로 죽음을 막으려 발버둥 치는 나.

하지만 어째서인지 동생을 살릴 수가 없다.
몇 번을 반복해서 그날로 돌아가지만 부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체 왜...

8p
실종의 원인을 규명하려 했던 이들은 어쩌면 그저 믿고 싶었던 거 아닐까.

그들은 죽지 않았다고.
어딘가로 사라져 생존해 있을 거라고.
그러니 그들의 죽음에 나의 책임은 없다고.
어쩌면 버뮤다에 초자연적 해석을 갖다 붙인 이들 중에는
실종된 이의 가족이나 연인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갑자기 닥친 이별에 어떠한 부채감을 느꼈을 거다.
실종이 일어난 날 아침에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지 못한 것에,
커피 한 잔 타 달라는 부탁을 귀찮아서 무시했던 것에,
몸이 좋지 않으니 대신 출장을 가 달라고 부탁했던 것에.
그 부채감이 모여 버뮤다 삼각지대는 실종이 일어나야만 하는 곳이 된 것이다.

기이함은 절실함에서 온다.
바란다.
기이함이 언젠가 기적이 되기를.

떠난 이를 다시 불러오기를.


주인공 진양은 동생 진월과 함께 산다.
하루아침에 사고로 동생을 잃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6호선 버뮤다에서 과거로 회귀하는 경험을 한다.
동생을 구하려 고군분투하지만 어째서인지 동생을 살릴 수가 없다.
진월을 살리기 위해 했던 일들이 현실을 조금씩 갈아치우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조금은 서늘한 진실들이 드러나며 분위기가 바뀌는데
점점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
그건 뭐였는데?
마지막 엔딩에서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모든 걸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내 마음 하나 제대로 알기 힘든데 가족이어도 타인은 타인이니까.
인상 깊은 작품이 하나 늘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곳이 우리 동네라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역과 역사 내부, 계단, 플랫폼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어디선가 나타난 진양과 인물들이 갑자기 현실에서 보인 것만 같은 착각에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었다.
한동안 이 수상한 감각이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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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안녕하기를 - 나의 깃든 이에게 저스트YA 15
남유하 지음 / 책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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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부디안녕하기를 #남유하작가 #청소년소설 #책폴

아주 드물지만 내 안에서 내 것이 아닌 존재의 목소리가 들린 적이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단순한 착각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 이야기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물성을 초월한 어떤 에너지가
분명히 거기에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어떤 이에게는 종교의 힘일 수도 있을 것이고
각자의 해석에 따라 의미를 달라지겠지.

이번에 읽은 책은 우주의 어느 한 행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구와 많이 닮은 그곳에는 한 부족이 살고 있다.
그들의 특이한 점은 열일곱 살 전후로 빙의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몸속에 다른 이의 영혼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사람에게 깃드는 영혼은 다양한데,
가장 흔한 경우는 조상의 영혼이 들어오는 것이고
전혀 모르는 타인일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동식물의 영혼이 깃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자신에게 깃든 영혼을 깃든 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한 사람 안에 두 개의 인격이 존재하는 것과는 달리
깃든 이들은 생을 먼저 살아 본 멘토로서,
수호령처럼 사람들을 지켜주며 함께하는 형태와 가까웠다.
부족원들은 어떤 존재가 깃들든, 그 존재와 함께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열일곱 소녀 소로에게도
어느 날, 깃든 이가 찾아왔다.
존재는 그녀 안에서 49일을 잠들어 있다 깨어났는데
처음에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구사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시간이 흘러 소녀는 자신의 깃든 이가 지구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불의의 사고로 우주를 떠돌다가 소로에게 오게 되었던 것이다.

주인공과 깃든 이는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이후에 휘몰아치는 일련의 사건들 앞에서 많은 감정들을 나누며 함께 하는 이야기다.

'빙의'라는 소재 선택도 그렇고
부족 내에서 많은 이들이 '무당'과의 관련이 있고,
지구와 비슷하지만 세세한 행성의 설정들이 독특한 부분이 있어 흥미로웠다.

더불어 서두에서 말했던 듯 유사 경험이 있어 쉽게 이야기에 녹아들 수 있었다.

누구에게든 삶의 매 순간은 어려움과 선택의 연속인데
내게도 좋은 깃든 이가 있다면 멘토의 조언을 듣고 의견을 나누며
조금 덜 힘든 날을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순 없지만
긴 여정 끝에 소로도 소로의 깃든 이 영인도 모두 평안에 이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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