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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한국 엄마에게 - 조작과 오류로 덧칠된 초국가적 입양 산업의 민낯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 지음, 손화수 옮김 / 푸른숲 / 2026년 4월
평점 :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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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살던 동네에 한 기관이 있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그곳을 지나게 되면 안내 방송에 꼭 그곳에 대한 멘트가 나왔었다.
아동과 복지를 대대적으로 내건 이름에 당연히 좋은 일을 하는 곳이겠거니, 생각했었다.
그 동네를 떠난 지 오래되었고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그곳은 내게 이전과 같은 인식의 장소가 아니게 되었다.
수년 전, 우연한 기회로 해외입양아들의 이야기를 연달아 접하게 되었다.
미국과 프랑스로 각각 입양된 쌍둥이 자매가 SNS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만나는 이야기와
고아가 아니었음에도 서류를 조작당해 해외로 강제 입양된 피해자들의 이야기,
그 와중에 씻을 수 없는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이야기 등등이다.
어쩌다 보니 이 주제에 대해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많은 것을 아는 상태로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102p 메이드 인 코리아
올림픽을 앞둔 10여 년 동안 한국은 매년 4천 명에서 8천 명 사이의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도 많은 아이들을 해외로 팔아치웠다.
그 배경에 앞서 언급한 기관이 있다.
67p 동방에서 온 씨앗 中
홀트 부부는 기독교 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서, 국제 입양을 '잉태'한 예언적 인물로 칭송받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한 신성한 계획 속에서 특별한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굳게 믿었고, 하나님이 자신들을 보내셨다고 확신했다.
작가는 입양아를 둔 엄마이자 사회학자이다.
본인의 아이를 입양한 경험과 양육하는 과정 등을 담은 에세이 형식의 글과
사회학자의 관점에서 본 입양 산업의 구조와 역사, 실상을 설명하는 글이 혼재되어 있다.
얼핏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전 정보가 전혀 없다고 해도 술술 잘 읽히도록 쉽게 쓰인 책이다.
18~19p 이게 전부일까?
너는 소리 없는 이주를 겪었다.
즉 한국 입양인 디아스포라에 속하는 셈이다.
"이게 전부인가요?" 하고 네가 묻는다.
나는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을 떠올리며 키보드 앞에 앉는다.
네 아버지와 내가 너의 부모가 되기 전의 시간을 더듬어 가며 이야기를 펼쳐 나가다 보면, 한국이 지난 70년 동안 자국 아이 25만 명을 지구 반대편으로 보내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아이들은 그렇게 유럽과 서구 여러 나라에 흩어졌다.
그리고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갔다.
40~41p 아무도 원하지 않는 아이들
우리는 그때 깨달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지 한 아이를 가족으로 맏아들이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태어난 나라의 과거와 역사까지 함께 껴안는 것임을.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사실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 질문은 우리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라고 설명한다.
9~10p 한국어판 서문
저는 오랫동안 저 역시 그 일부였던 이야기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입양은 무엇보다 선한 일이며 필요한 일이었음을, 아이들에게는 부모를 그리고 부모에게는 아이를 안겨주는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초국가적 입양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있었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했습니다.
나의 바람, 아이를 갖고자 했던 그 간절한 마음 때문에 입양의 결과와 그 영향을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왜 저는 한국의 어머니들이 어떻게 보호받는지 질문하지 않았을까요?
왜 저는 그 어머니들이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을까요?
마치 다른 지역의 어머니들은 서구에 사는 우리보다 아이를 덜 사랑하거나 더 쉽게 아이를 놓아줄 수 있다고 믿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죠.
13p 한국어판 서문
여기서 제기되는 질문들을 개인이 홀로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그 질문들은 사회로서의 우리, 제도로서의 우리, 그리고 국경과 경계를 넘어 이어진 공동체로서의 우리 모두가 함께 짋어져야할 과제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소롭게도 가슴이 자주 아팠다.
세상이 휘두른 주먹 아래서 고스란히 상처받은 입양 당사자와 가족들을 생각하니 그랬다.
국가 경계를 넘나드는 입양으로 인한 인종차별 문제들도 남일 같지 않았다.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들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앞으로는 남겨진 과제들을 같이 고민하며 나아가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