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선 버뮤다
범유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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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6호선버뮤다 #범유진 #나무옆의자 #소설

동생이 죽었다.
무참히 살해당했다.
비가 내리던 4월 15일, 우산이 없던 나를 위해 지하철역으로 마중을 나왔다가
정신 나간 살인마에게.

그 아이가 내게 어떤 존재였는데...
내가 과연 제정신일 수가 있나?
모든 게 거짓말 같다.
끔찍한 악몽에서 이제 그만 깨어나고 싶지만
동생의 부재는 너무도 선명한, 실재하는 지옥이다.

나는 자꾸 되새김질한다.
그때 내가 마중 나오는 그 아이를 말렸다면.
그때 내가 다른 행동을 취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동생이 없는 세상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렇게 끔찍한 3개월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나는 그날에 있었다.
동생의 사고가 있던 비 내리던 4월 15일로.

막아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일이 다시금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필사적으로 죽음을 막으려 발버둥 치는 나.

하지만 어째서인지 동생을 살릴 수가 없다.
몇 번을 반복해서 그날로 돌아가지만 부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체 왜...

8p
실종의 원인을 규명하려 했던 이들은 어쩌면 그저 믿고 싶었던 거 아닐까.

그들은 죽지 않았다고.
어딘가로 사라져 생존해 있을 거라고.
그러니 그들의 죽음에 나의 책임은 없다고.
어쩌면 버뮤다에 초자연적 해석을 갖다 붙인 이들 중에는
실종된 이의 가족이나 연인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갑자기 닥친 이별에 어떠한 부채감을 느꼈을 거다.
실종이 일어난 날 아침에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지 못한 것에,
커피 한 잔 타 달라는 부탁을 귀찮아서 무시했던 것에,
몸이 좋지 않으니 대신 출장을 가 달라고 부탁했던 것에.
그 부채감이 모여 버뮤다 삼각지대는 실종이 일어나야만 하는 곳이 된 것이다.

기이함은 절실함에서 온다.
바란다.
기이함이 언젠가 기적이 되기를.

떠난 이를 다시 불러오기를.


주인공 진양은 동생 진월과 함께 산다.
하루아침에 사고로 동생을 잃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6호선 버뮤다에서 과거로 회귀하는 경험을 한다.
동생을 구하려 고군분투하지만 어째서인지 동생을 살릴 수가 없다.
진월을 살리기 위해 했던 일들이 현실을 조금씩 갈아치우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조금은 서늘한 진실들이 드러나며 분위기가 바뀌는데
점점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
그건 뭐였는데?
마지막 엔딩에서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모든 걸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내 마음 하나 제대로 알기 힘든데 가족이어도 타인은 타인이니까.
인상 깊은 작품이 하나 늘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곳이 우리 동네라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역과 역사 내부, 계단, 플랫폼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어디선가 나타난 진양과 인물들이 갑자기 현실에서 보인 것만 같은 착각에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었다.
한동안 이 수상한 감각이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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