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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 다니엘 튜더

 

비정상회담의 유행도 지나간 듯 하다. 외국인들이 유창한 한국말로 한국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것만으로도 한국 사람들은 관심을 갖는다. 그들의 눈에 한국이 어떻게 비춰질지 말이다. 물론 그들이 신경쓰는 눈은 선진국의 백인 남성의 이야기일테지만.

 

비정상회담도 그렇지만,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쓰는 말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나 역시 몇달 머물렀을 뿐인 외국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지만, 그 나라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의 편견을 깬 것은 박노자 선생님의 글이었다. 그의 글 앞에 외국인이 본 한국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민망할 정도의 시선, 지식, 관점.

 

스스로를 '서양 좌파'라고 말하며 한국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는 외국인이 한 명 더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 지의 한국 특파원이었다는 남자. 큰 기대없이 책 소개를 펼쳤는데 꽤 궁금하게 만들었다.

 

일종의 신자유주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코노미스트에서 기자로 일하던 시절, 한국을 방문한 영미권 시장옹호주의자들을 만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한국의 시장 환경이 실망스럽다고 말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진정한 신자유주의 대신 국가 자본주의, 나아가 정실 자본주의뿐인 한국의 맨얼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책 70p)

박노자 이후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을 잘 읽는 외국인'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2. <사랑은 사치일까> - 벨 훅스

 

페미니스트의 사랑은 어렵다. 상대가 남성이라면, 남성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남성 페미니스트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1970년대 급진 페미니즘의 사상을 생에 실현한 여성들은 동성애자가 많았다고 한다. 벨 훅스는 묻는다.

남성 애인들에게 계속해서 실망하면서도 왜 여성과 사귀어보기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지, 같이 자는 애인보다 친구와 함께 나눌 것이 더 많다고 느끼면서 왜 애인을 더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는지, 한 사람과만 사랑을 나눈다는 생각이 답답하다면 왜 여럿이 함께 사랑하는 관계를 시도해보지 않는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해보자고 저자는 제안한다.

 

현재의 관계를 당장 끝내야 한다거나 동성애, 낭만적인 우정 관계, 다자연애가 무조건 더 좋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이런 합당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고 따져본 후 선택할 수 없다면 그 삶은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는 뜻이다.

명예 남성이 되려던 여성들에게 사랑은 사치였을 것이다. 하지만 벨 훅스는 여성이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다자연애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 같은 방식으로 남녀의 성차를 너무나 당연시한 나머지 여성의 억압을 알아차리지도 못했던 기존의 연애서가 아닌 것을 지향한다고 한다.

 

사실 3세대 페미니즘을 접하며, 남녀의 성차를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가 항상 헷갈렸다. 연애와 사랑이야기로 접근하는 페미니스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헷갈림이 조금 줄어들까.

 

 

 


 

 

 

 

 

3.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아무래도 5월에 나온 신간 중 가장 뜨거운 책이 아닐까. 사실 서점에서 친구를 기다리면서 삼십페이지 가량을 읽었는데, 마치 잡지 기고란에 가볍게 쓴 글들처럼 느껴졌다. 음, <이 폐허를 응시하라>의 작가라고는 상상이 안갈 정도로 가벼웠다. 앞부분만 읽어서일까..

 

한국에서는 올해 착륙한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가 뉴욕타임스에서 2010년에 선정된 단어였다고 하니 놀랍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들의 설명욕은 비슷한가보다. 게다가 리베카 솔닛처럼 어쩌면 자신의 의견을 왠만한 여성들보다 많이 개진하고 다녔을테고, 그녀의 의견을 경청할 청자와 독자들이 많은 지식인도 '남자들은 나를 가르친다'고 느꼈다니 감히 동질감이 느껴진다. 마저 읽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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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학교에서 아이들은 새 책을 받고 두근대며 책을 넘겨봤을테다. 비록 교과서여도 새 책은 언제나 설레는 법! 지난 달 출시된 책 중 3월에 읽어봄직한 책들을 골랐다.

 


 

 

한병철 선생님의 <심리 정치>. 146쪽.

책 소개부터 보자.

 

(...)한병철이 내세운 이 책의 모토는 다음과 같다. “내가 원하는 것에서 나를 지켜줘.”

 

감이 오지 않나요. '내가 원하는 것'에서 나를 지켜달라 기도하다니. 열정, 꿈, 청춘이 가장 무서운 단어가 되어버린 지금. 누군가는 '꿈'은 이 시대 가장 잔인한 단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동의한다. 차라리 꿈이 없었다면 '스스로' 착취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내 꿈과 열정이 진짜 내것인지 아니면 강요당한 것인지 구분할 여력조차 사라졌다. 대부분의 청춘들에게 이를 구분할 지혜는 없다.

 

청춘뿐 아니겠지. 회사원들에게도, 중장년층에게도, 노인에게도 '네 나이가 어때서'라며 낭만을 주입한다. 대한민국 모두가 내 욕망과 남의 욕망, 주입한 욕망과 주입된 욕망에서 뒤엉켜 허우적 거리고 있는 느낌. 한병철 선생님은 이 은밀한 욕구를 낯뜨겁게 잡아줄 터.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자신의 욕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을 위해서 일한다. 자본에서 생성되는 자본의 고유한 욕구를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욕구라고 착각한다. 자본은 새로운 초월성, 새로운 예속의 형식이다. 우리는 삶이 어떤 외적 목적에 종속되지 않고 오직 삶 자체로 머물러 있는 차원, 즉 삶의 내재성에서 다시 추방당한다. (심리정치 17p)

 

한병철의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내 욕망과 남의 욕망을 구분할 지혜가 생길까.

 

한병철 선생님의 책이 나올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책 표지가 참 예쁘다. <피로사회>에서는 보기만 해도 피로해지는 보라색으로, <투명사회>는 바닷빛처럼 투명한 파랑색이었지. <심리정치>가 왜 초록색인지 아직 감이 안온다.  예전에 모닝글로리였던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색이라며 노트 맨 앞장에 초록색 종이를 붙여놓기도 했었는데. 그런 맥락일까나.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700쪽에 31500원.

롤랑 바르트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가는 중이었단다. 그가 진행하던 세미나는 끝나지 못했다. 그 세미나 원고가 수록된 책.

 

이런 비극적 스토리(?) 외에도 롤랑 바르트의 육성을 그대로 옮겨놨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세미나 원고도 중요하지만 강사의 육성으로 그것을 옮겨놨을 때 그가 하려는 말이 몇배는 더 쉽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더 기대되는 점은 책 소개에 나오는 바르트 제자의 말인데, 바르트는 세미나 원고를 그대로 읽는 법이 절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나중에 원고를 들춰보면, 원고 내용과 강의 내용이 정확히 일치했다고. 종종 원고는 훌륭하지만 강의가 횡설수설인 강사들을 보기 마련인데, 바르트는 강의까지 잘했나 보다.

 

강의는 소설에 관한 것이라 한다. '쓰기'라는 행위에 대한 성찰.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에서도 그랬지만, 그는 죽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너무나 강렬한 사람이라, 쓰기 행위에도, 사진을 찍는 행위에도 어머니의 기억을 연결시킨다. 쓰기든 사진찍기든 기록이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보존해주는 '구원'이라는 것. 그는 죽기 전, 어떤 구원을 남겼을까.

 


 

 

한겨레 토요판 팀장인 고경태 기자의 <1968년 2월 12일>. 376쪽.

1989년 생인 나에게 1968년의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이다. 그 때의 이야기가 내 일상에 들어온 처음은 한겨레21에서 베트남전에 관련한 칼럼을 읽었을 때다. 사실, 베트남전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왜 지금까지 베트남전의 기록을 읽는 것이 중요한지도 몰랐다.  하지만 저자는 "베트남에서의 전쟁은 끝났지만 한국에서의 베트남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다시 한 번 베트남 전쟁을 생각해 본 때는 정희진 선생님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었을 때다. 영화 <알포인트>을 거론하며 전쟁에 동원된 피지배 남성의 여성 착취를 다루는 부분이었다.

 

군 제도에 동원되는 피지배 계급 남성들이 자신의 남성성을 성찰하여 지배 계급 남성과의 연대와 동일시 욕망을 극복하고 여성들과 연대할 때, 군사주의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273p)

 

베트남전은 이렇듯 전쟁을 그저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것이라고 보지 않게 만드는 사건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 아래 피해자에게 착취당하는 또 어떤 존재. 지금 식으로 말하면 갑과 을만의 관계가 아닌, 갑-을-병-정-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리가 드러난 사건일테다.

 

이번 고경태 기자의 기록엔 베트남전 당시 사람들의 현재 모습도 기록됐다고 한다.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베트남전쟁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볼 때다.

 


 

 

 

 '교양 만화'로 분류되어 있는 마스다 미리의 <평균 연령 60세의 사와무라씨 댁의 이런 하루>. 144쪽. 9000원.

 

지금까지 나온 마스다 미리의 책들은 대부분은 30대 후반, 40대 여성들의 이야기였다. 결혼하지 않고 애인도 없는 혹은 썸을 타고 있는 30대 중후반 여성들이 '이렇게 살아도 될까..'하는 일상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엔 60대 이야기다. 70대의 부모님과 마흔의 딸이 함께 사는 이야기. 아무래도 일본의 상황이 그렇다 보니, 가장 일상의 것을 담는 일상툰의 주제가 된 듯하다.

 

종종 마스다 미리를 읽다보면 좀 쓸데없이;; 생각이 많은데 책을 읽거나 하는 것보다 감성에 자신의 솔루션을 맡겨버리는 어떤 여성이 생각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솔루션이 도끼로 찍힌 것처럼 신선하게 다가온 적은 없었던 터라, 한국에서 마스다 미리의 인기가 좀 이해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강렬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법없이 '~지 않을까?'하는 조곤조곤한 주인공들의 솔루션이, 꼰대가 득실거리고 모두가 멘토를 자처하는 한국사회에서 불편하지 않게 다가오는 것이리라.

 

사실, 특별한 교양이 쌓이진 않지만 이상적인 일상툰의 모형을 보여주는 것같아 마스다 미리를 꼬박꼬박 읽게 된다. 한국의 일상툰은 보통 작가 스스로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많아 작가가 결혼을 하거나 육아를 하게 되면 그 일상이 그대로 전해져 좋아하는 작가여도 돌아서게 되는데(결혼이나 육아를 만화에서까지 봐야하나 싶어서;;) 마스다 미리처럼 가상 인물의 일상툰이 한국에서도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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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출판된 신간들에 비해 1월에 출판되는 책의 수가 확 줄어든 느낌적느낌.

그 와 중에 눈길을 빼았는 몇권의 책이 있었으니.


 

 

 

 

 

1.

 

며칠 잠잠해지긴 했으나 최초(확실하지 않다. 이미 IS대원 중 한국인이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했다.)의 한국 IS대원이 탄생할까 마음 졸였던 시간이었다. 터키로 여행을 간 후 실종된 김군의 이야기가 보도된 후, 한국사회와 IS를 잇는 연결고리가 생긴 것은 아닌 지 불안해졌다. 앞으로 IS와 관련된 소식을 많이 듣게 될 것같다.

 

책 소개에 적힌 바와 같이 "맥락없이 보도되는 중동 등 이슬람권 분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필요했다. 저자는 후기를 통해 "9.11 테러 이후 이슬람 무장 세력의 활동에 대해 체계적으로 소개된 책이 국내에 없다는 현실에 놀랐다"고 말한다.

 

사실 방대하고 복잡한 중동의 역사와 종교 분파, 분쟁은 마음 먹고 공부하지 않는 이상 이해하기 어렵다. 여지껏 '마음을 먹을' 상황이 아니었던 게다. 중동, 종교 전쟁, 테러는 남의 나라 일이라고만 여겨왔으니. 이 책의 등장은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이슬람 전사'와의 연결고리가 생겼다는 알람인지도 모르겠다.    

 

 

2.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논술공부를 하는 이들이 그냥 못지나치는 카피가 있다. "쟁점으로 읽는", "OO vs OO" 같은 것. 이슈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정리해 놓은 책들은 논술을 공부하는 이들이 지나치지 못하는 종류다. 물론 각 저자의 원본 텍스트를 읽는 것이 모범적일테지만 수험생이라도 친구도 만나고, 연애도 하고 그래야지 않겠나. 이런 책들은 우리의 시간을 절약시켜주는 감사한 존재다.

 

어떤 주제로 맞짱토론을 벌이는지 대진표를 살펴보자. 몇가지 흥미를 끄는 시합이 있다.

 

Issue 3 선진국의 노령화 추세는 심각한 문제인가?
[그렇다] 피트 엔가디오, 캐럴 매틀랙, <세계의 노령화>
[아니다] 랜드코퍼레이션, <인구 내파>

Issue 8 지구온난화의 위협은 실재하는가?
[그렇다] 데이비드 비엘로, <과학의 현황 : 최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넘어>
[아니다] 리처드 S. 린드젠, <지구온난화는 없다>

Issue 14 세계 경제 위기는 자본주의의 실패를 의미하는가?
[그렇다] 가츠히토 이와이, <자본주의의 타고난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세계 금융 위기>
[아니다] 다니 로드릭, <개봉박두 : 자본주의 3.0>

Issue 17 종교 및 문화 극단주의는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가?
[그렇다] 후세인 솔로몬, <종교 극단주의 시대의 세계 안보>
[아니다] 시블리 텔하미,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서의 증언 : 테러리즘과 종교 극단주의의 관계>

Issue 19 중국은 차세대 초강대국으로 떠오를 것인가?
[그렇다] 슈지 야오, <중국은 정말 차세대 초강대국이 될 수 있을까?>
[아니다] 프래넙 바드헌, <중국과 인도가 초강대국? 너무 빠르다>

 

하. 이미 공부를 마친 느낌이다. 이렇게 상반된 입장을 정리해 준 책을 습득하면 후배녀석이 깨끗이 정리해 준 요점 노트를 겟(get)한 기분이다. 읽지 않아도 이미 뿌듯한 이 기분. 이 책의 다른 버전은 과학기술과 기업윤리에 대한 상반된 입장정리인데, 아무래도 국제이슈처럼 넓직한 이슈가 흥미를 끌기에 용이하다.

 

3.

 

백욱인 교수와 몇몇 저자가 함께 쓴 <속물과 잉여>를 읽고 백욱인 교수의 위트 있으면서도 절제가 보이는 말투가 마음에 들었다. 최근의 디지털 흐름에 대해 잘 읽히면서도 신경질적이지 않으며 깊이도 갖춘 글을 읽고 싶었는데. 반가운 신작이다. 힙스터스러운 최근 사례부터 학술적으로도 풍부한 인용, 인터넷 글쓰기 특유의 패러디를 이용한 유머까지 기대된다.

 

4.

 

<인지자본주의>의 조정환 선생님이 낸 신작 제목에 조금 의아했다. "예술인간의 탄생". 이 주제가 지금의 사회 구조를 설명하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곧 앤디 워홀의 그 유명한 말이 떠올랐다.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15분간 유명해질 수 있다"는. (앤디 워홀이 나중에 이 말은 자기가 한 것이 아니고 자기를 찍어준 사진사가 한 말이라 덧붙인 적 있다.) 본래 방송이 발달하며 범죄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는 것을 보고 한 말이라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자신을 쉽게 드러낼 수 있고 타인을 드러내는 것도 거리낌없는 우리 시대에 잘 어울리는 명언이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사회는 반대로 예술가가 되지 못한 이들을 슬프게 만든다. 저자 인터뷰를 읽어보니 꾸준히 정치철학을 다뤘던 저자가 왜 '예술인간'을 이야기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됐다.  

다중은 매일매일 예술가이기를 강요받고 있고 그것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예술가로 단련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과정의 미적·예술적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는 노동하는 사람들의 예술가화를 강제하고 재촉하고 촉진합니다. 창조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임금도 없다는 것이 신경제의 논리입니다. (조정환 인터뷰 중) 

예술인간이 되길 강요받은 현대인들이 취해야할 태도는 어떤 것인지, 이전의 전작과의 관련성을 어떻게 드러나는 지 차근히 읽어봐야 할 것같다.

 

5.

1월에 출판된 교양만화는 2권밖에 조회되질 않는다. 지나칠까 싶었지만 그 중 한권이 눈에 띤다.

 

해부학자도 생소하고, 만화를 그리는 의사도 생소하다. 평소 의학용어는 미국드라마 'House M.D'에서 접한 것이 전부이지만..의학이야기라도 만화라면 읽을 수 있다. 만화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아무리 어려운 주제도 만만하게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아마 앞서 쓴 4권의 책보다 가장 먼저 읽게 될 책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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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인문 / 사회 과학 / 예술 신간 "읽고 싶어요"

 

[사회 과학]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부제: 어려운 시대에 안주하는 사토리세대의 정체)

후루이시 노리토시(지은이), 이언수(옮긴이), 민음사

 

사토리시대의 사토리는 '득도'를 뜻한다. 절망의 나라에서 행복하다니, 득도를 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장기침체 속 젊은이들은 프리터로 전락했고 식물남, 건어물녀가 등장했다. 일본 영화가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주제가 많은 것도 장기침체의 영향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소소한 곳에서 행복을 찾기 대가다. 그렇기에 행복하다.

 

저자는 젊은이들이 절망 속에서도 '짱돌'을 들지 않는 이유를 '나름'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 짱돌도 희망이 있어야 든다. 이미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잃어버린 이들은 내일도 희망이 없음을 알기에 그저 지금 행복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침제는 시작됐고, 계급의 아래축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은 절망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장그래'라는 인식까지 퍼져있다. 많은 유명인사들이 '행복은 마음먹기에 따라 온다'고 말한다. 사토리세대처럼 되라는 말일까? 이들의 소소한 행복은 정말 마음 속 깊이에서 오는 행복일까? 아니면 마지못해 느껴야만 하는 행복일까.

 

저자가 직접 많은 젊은이들을 만나며 책을 썼다 한다. 실제로 청년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한국 청년층을 분석했던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이 떠오르기도 한다. 환상 속의 젊은이가 아닌 실제의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안심된다.  

 

 

 

비굴의 시대

박노자(지은이), 한겨레출판

 

수사가 필요할까. 박노자의 신간이다. 목차를 훑어보니 흥미로운 대목들이 많다. '젊은 백수들에게', '대한민국에 보수는 없다', '미국은 어떻게 보수화되었는가', '좌파 민족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혁명가에게 애국이란 없다'. 마음에 드는 소제목부터 읽어도 좋을 듯하다.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은 그 이전과 달라야 한다는 인식은 모두가 어렴풋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나빠져 간다. 그동안 책과 칼럼으로 한국 지식인들이 '한국인이기에', 혹은 '주류 지식인이기에' 보지 못했던 관점을 제시했던 박노자다.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에 대한 수많은 진단과 분석이 범람하는 지금, 박노자는 어떤 진단과 분석을 내렸는지 읽어봄 직하다.

 

 

 

절제의 형법학

조국(지은이), 박영사

 

대한민국의 2014년 12월 마지막 주는 '절제하지 못한 사법'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시기라고 평가될 수도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으로 사법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온 세상에 드러냈다. 사법에 대한 글과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이슈와 맞물려 읽을 수 있는 법관련 서적이 나왔다. 서울대 로스쿨교수이자 이제는 유명인사인 조국 교수의 신간이다. 사형, 낙태, 체벌, 간통, 혼인빙자간음, 군형법, 통신보호비밀법, 국가보안법까지 논란이 되는 형법에 대해 다룬다. 

 

다루는 주제들을 훑는 동시에 한국의 중요 이슈들이 떠오른다. 잔인한 범죄가 공개된 후 뒤따라오는 '사형 시키라'는 목소리, 학생과 선생님의 싸움, 터키 방송인 에네스 카야가 불러들인 간통죄 논란, 그 어느때보다도 컸던 군대 개혁의 목소리, 노회찬 의원의 동작을 출마로 인해 다시 오르내렸던 통신보호비밀법, 정당해산판결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소당한 진보당 당원들. 하나하나 한국의 이슈와 맞닿아 있지 않는 것이 없다. 

 

이슈를 떠올리며 읽을 수 있기에 법과 친근하지 않은 이들도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논술을 쓰거나 가르치는 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같다.     

 

 

[만화-교양만화]

 

오무라이스 잼잼 5

조경규(지은이), 씨네북스

 

무려 '교양'만화로 분류돼 있는 <오무라이스 잼잼>. 조경규 작가의 <팬더댄스>가 재미있긴 하지만 교양은 없다고 생각한다면 <팬더댄스>의 엉뚱함과 함께 음식에 대한 역사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읽을 수 있는 오무라이스 잼잼을 읽어야 한다. 팬더댄스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더 나아가 만화를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싫어할 리 없는' 만화다.

 

오무잼 5권에는 다음 웹툰 98화 '변신 크림 스프'부터 117화 '식빵은 오토 프레데릭 로웨더씨가 만드셨다'가 담겨있다. 특별히 추천하는 에피소드는 시중의 크림스프도 아웃* 스프 못지않게 변신시키는 조리법이 담겨져 있는 98화와 표지에도 나와있는 103화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그곳 토루코 라이스'편이다. 딸에 대한 찡한 사랑과 작가 특유의 사랑표현방식을 보여주는 111화 '사이다처럼 자라주려무나' 역시 감동적이다.

 

이미 다음 웹툰으로 오무라이스 잼잼을 만났다하더라도 책으로 간직할 필요성이 있다. 잘보이는 책장에 꽂아 놓고 수시로 읽어 각 음식의 에피소드를 외우면 좋다. 식사를 할 때마다 절로 떠오르는 음식 역사 덕분에 같이 식사하는 친구에게 잘난 척할 소스들이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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