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레 도미에 - 만화의 아버지가 그린 근대의 풍경
박홍규 지음 / 소나무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이 프랑스의 한 민중 예술가에 대한 찬사는 대한민국이 한 법대 교수에 의해 서술되었다. 법학자 특유의 건조하고 딱딱한 어체가 예술가의 삶을 조명하는데 있어서 적지않은 핸디캡이었을 것이나, 정작 저자 본인은 그런 편견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군데군데서 그런 아쉬움이 드러나긴 했지만, 그래도 여타 폐급 법학자들의 폐급 저작물들보다는 백번 나았다. 해당 인물에 대한 거의 숭배수준의 찬양이 좀 거슬리기는 했지만 이정도 저작이면 나름대로 대한민국 출판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플러스 요인이 되리라 생각한다.

저자는 도미에를 만화가라고 전제한 후 글을 써내려갔다. 그래서 만화의 역사부터 간단하게나마 고증하고 있는데, 미술이나 만화에 대한 기본 상식이 없는 독자들에겐 제법 유용한 지식이 될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야를 위시한 일련의 작가들을 '만화가'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당시의 역사와 버무려 서술한 점이 굉장히 맘에 든다.

사실 이 책은 거의 19세기 프랑스 역사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저자의 역사인식은 투철하다. 물론 도미에의 삶 자체가 워낙 민중지향적이다 보니 그랬을 수도 있지만, 당시의 사회사건들과 그것이 추동된 미시적, 거시적 요인들도 오목조목 따진점은 역사가로서의 저자의 면모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래서 때때론 딱딱한 인상을 풍기기도 하지만, 이런 시도 자체는 아주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면 내 기준으론, 예술은 휴머니즘적일때만 진정한 의미가 있으니까 말이다.


도미에의 삶, 19세기 프랑스 혁명사, 그리고 판화로부터 유래된 만화의 역사. 이 세가지로 본 책은 요약될 수 있다. 물론 이 세가지 주제들은 각각이 분명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고, 거기다 저자의 뚜렷한 자기논리도 잘 녹아나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론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본문속에 나타는 저자의 말대로, 이제 더 이상 군사정권 시절에나 볼법했던 무식쟁이 법조인들이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그런 꼬락서니는 보고싶지 않다.
법을 담당하는 이들이 최소한의 문화적 교양이 있다면 지금 우리사회는 이정도로 경직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미술교육을 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 역사자체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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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4-1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 지금 바탕화면이 도미에의 돈키호테인데, 요즘 관심가는 작가에요. 책이 있었군요. 것도 제가 좋아하는 박홍규 교수님. 보관함에 담아놓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