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의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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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딧세이'는 이미 당당히 이 시대의 교양전범이다.
예술철학. 고리타분한 아카데미즘과 땔래야 땔 수 없을 것 같은 저 이름을 진중권은 자신의 펜 하나로 완전한 한국식 클래식으로 탈바꿈 시켰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어딘지 불만스런 구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자기 기준으로 보면 틀림없이 점잖게 쓴 축에 속하는 저작물일테니..자기만의 아카데미즘이라는 생각에 약간 아쉬웠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였을까...잠시 제도권 생활(?)을 등지더니 제 전공분야로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철저히 디오니소스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개인적으로 볼때 진중권은 데카르트식 이성주의자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학 오딧세이라는 지극히 '이성적이고 점잖은' 저작이 존재한다는 건 그자체로 이미 또다른 반대급부를 내포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바로, 바로 그 결과물이 본 책이다.


간단하게 별 만점이다. 물론 내 개인적인 성향과 너무도 잘 맞아떨어지긴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이 책이 훌륭한 이유는 저자가 턱없이 단순한 주제를 강변하고 있다는 바로 그 점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은 의외로 단순한 것일수록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시가 그렇지 않을까.
여튼 그런 사람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진중권은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370페이지로 주석화했다. 물론 이 주석들은 하나같이 기똥차게 흥미로운 것들이라 독자는 그저, 별다른 노력없이 즐기기만 하면된다.


중간에 책을 거꾸로 뒤집거나 옆으로 틀어서 보는 엉뚱한 행동을 해야만 되는 부분이 있다. 난 여기가 너무 유쾌했다. 왜냐면 독서의 기존 통념을 완전히 깨버렸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역시도 정적이기만 하던 기존의 독서무드가 굉장히 짜증이 나던 터였다. 그런데 진중권은...책을 거꾸로 보게도 하고 옆으로 보게도 하고 세워서 보게도 한다.
움직이며 하는 독서라! 이 얼마나 기분좋은 시도인가!
만약 당신이 사람많은 공터에서 이 책을 본다면 좀 거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위시선에 신경쓰는 독서를 한다면 당신은 이미 이 책을 읽을 자격을 결여한 사람이다.
이 책은 동(Dynamic)을 다루지 정(Static)을 다루는게 아니니까...


최근 개인적으로 라이프니츠를 관심있게 보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책 후반부는 거의 라이프니츠의 이름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하고 있었다. 벌써 내가 진중권의 경지에까지 올랐단 말인가? ㅋㅋㅋ
여튼 본 책은 라이프니츠의 단자론 하나면 끝난다. 저자 본인이 좋아 마지않는 에셔의 판화 한점으로도 충분함은 물론이다.


일말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렇게 방대한 지식 자료들을 토대로하여 저자가 하나의 진테제를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응할만한 수준의 안티테제는 전혀 기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면 이 수준에 어울릴만한 학자가 대한민국엔 없으니까!!!
없다면 누군가는 성낼건가? 제발 성좀 내면서 책하나 내라.
우린...구체적으로 안보여주면 모른다. 부처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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