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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Shampoo
Shampoo 노래 / 이엠아이(EMI) / 1995년 1월
평점 :
품절
샴푸다. 90년대 중반 누구나 알만한 'Trouble' 이라는 곡으로 잠시 인기를 얻은 여성 틴에이지 듀오다. 속된말로 얼굴이 짜달리 받쳐주는 타입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전략으로 그만하면 쏠쏠한 성공을 거둔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구미권에서는 아이돌 팝음악에 대한 락 뮤지션들의 편견이 그다지 크지 않다. 그래서인지 전자의 앨범작업에 후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팝앨범 자체적으로도 아주 질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지금 소개하려 하는 샴푸가 이런 모습들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노래를 부르는 두 명의 아가씨들은 가사 몇곡 쓰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 앨범 전체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인 con이라는 사람이다. 아직 정보가 부족한 관계로 이 사람에 대한 상세정보는 알 수 없으나, 각 수록곡에서 나타난 그의 작곡센스는 상당한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청량감있는 기타연주가 사운드의 핵심을 쥐고 있다고 보면 된다.
첫 곡 'Trouble'은 특히 절제감 있는 연주로 팝적인 느낌이 극대화되는 명 트랙이다. 뒤이어 'Delicious'와 'Viva La Megababe'등이 이어지는데, 이 곡들 역시 싱글컷트 성향이 확실한 넘버들이라 앨범 전체적인 무게감을 더해준다.
'Delcious'는 경쾌한 8비트 팝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앨범 중반부의 'Shiny Black Taxi Cab'과 함께 본 앨범의 백미를 장식하는 베스트 트랙이다.
만약 샴푸가 '만들어진 기획사의 작품'이 아니라 뮤지션의 형태로 씬에 등장했다면 아마 상당한 호평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현실이 그렇지 않기는 하지만, 밴드가 아닌 형태로도 이렇게 작품성 있는 팝앨범이 꾸준히 만들어지는 구미권의 음악적 풍토가 부러운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레드플러스나 레모네이드같은 훌륭한 팝 밴드들이 있었지만 결국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과연 얼마나 많은 뮤지션들이 더 희생되어야 이 거지같은 한국의 대중음악 풍토가 바뀔지..그저 쓴웃음만 나온다.